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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은형 (지은이)이봄2021-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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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소설가가 식탁에서 하는 일 | 한은형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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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앞에서 동심으로 돌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되는 방법

    우리가 어렸을 때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누군가는 활발한 아이였을 수도 있고, 또다른 누군가는 조용한 아이였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아이였느냐에 따라 유년기의 색채는 변하기 마련이다.
    유년은 이미 지나가버렸고, 지나간 시절로 돌아가기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러나 한은형은 음식 앞에서라면 자신이 “한번도 되어본 적 없는 아이”가 될 수 있노라 말한다.

    “음식을 상상하면 ‘동심’이 생겨나는 것을 느낀다. 한 번도 되어본 적이 없는 아이가 되는 기분… 이 기분이 이렇게나 좋을 줄 몰랐다.”_프롤로그 중에서

    한은형은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음식을 먹으며 다른 세계를 상상한다.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바쁜데 상상을 하며 본 적 없는 세계로 건너간다니. 이는 저자가 ‘한은형’이기에, ‘소설가’ 한은형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잃어버린 유년을 찾아내 내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내게 음식을 상상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상상한다는 것이다.
    이제 알겠다.
    상상이란 나를 움직여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_프롤로그 중에서

    나에게 ‘첫’음식은 무엇이었나.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내가 왜 그 음식을 먹겠노라 말했는지에 대해서도. 한은형은 자신이 어렸을 때 누군가를 모방해서 음식을 먹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모방한 그 사람은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이었다고도. 그를 흉내 내어 여태껏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선명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근사한 말이다. 소설가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처음 주문한 음식을 떠올리면서, 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이라면 소설가의 기질을 갖춘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내가 최초로 누군가를 따라해본 것은 ‘간짜장 시키기’였다. 짜장이 아닌 간짜장을 시키는 것. 중국집에서 주문을 할 때, 가족들이 짜장면과 짬뽕과 볶음밥 중에서 고를 때 짜장면이 아닌 간짜장을 선택하는 거다. ‘나는 간짜장’이라고 말하면서 묘한 우월감과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창피하지만 부인할 수 없다.
    내가 모방한 그 누군가는 소설에서 나오는 인물이었다.”_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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