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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양 시인은 타고난 시인이다. 정식으로 문단에 데뷔하지 않았어도 평생 끊임없이 솟아나는 시심(詩心)으로 시를 썼다. 그리하여 나이 구십세에 이르러 첫 시집을 상재하였다. 이 시집 『샘곁에 심은 나무』는 그의 절절한 신앙심이 가족과 이웃과 교우에게까지 확대된 사연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시가 신앙시이며 축시이며 찬송이며 하나님의 영광을 축복하는 시라, 편안하게 읽으면 된다. 3부로 나누어진 이 시집에서 1부 〈믿음〉은 여러 목사님과 대신대 총장을 지낸 백암 전재규 박사 등에게 바치는 헌시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이 시들은 개인을 향한 시이면서도 스스로의 신앙고백이나 다름없는 구조를 가진다.
2부 〈소망〉은 가족과 친지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자식을 사랑하는가? 사실 기도하고 축원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다른 방법이 있다 해도 그것은 세속적이라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부모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또 한편 여러 이웃에 대한 사랑을 골고루 보여준다.
3부 〈사랑〉은 개인 서정시라 할 만하다. 여기에 모인 시 중에서는 나이를 의심하게 하는 뛰어난 표현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를테면 「사람을 따라가면 바보 멍텅구리」라는 시가 있다.
사람을 따라가면 바보 멍텅구리,
세상을 따라가면 더 큰 멍텅구리,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살아가면 크고 큰 멍텅구리
봄이 어디에서 오는지도 모르고,
몽돌이 몇 만 번 깎이어야 둥글게 다듬어지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나는 멍텅구리
기분 참 좋은 아침
이런 솜씨는 기성 시인의 시에 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본인이 멍텅구리임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기분 참 좋은 아침”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성찰을 통한 존재감의 상승이다. 이 정도 실력을 90세가 다 된 분이 신작(新作)으로 보여주는 건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하나님의 축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