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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밀크맨 (애나 번스 장편소설)
2019년 소설/시/희곡 분야 6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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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안전해야 할 자신의 동네에서 홀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열여덟 살 여성의 사투!

    2018년 세계 3대 문학상이자 영미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 제정 50주년 수상작 『밀크맨』. 북아일랜드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애나 번스의 세 번째 장편소설로, 1970년대에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적과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폐쇄적인 마을 공동체 내에서 유무형의 폭력에 노출된 열여덟 살 여성의 일상과 내면을 일인칭 시점의 입말로 들려주는 작품이다.

    일인칭 화자인 ‘나’는 십남매 중 ‘가운데아이’로 걸어가며 책 읽기를 좋아하는 열여덟 살 여자다. 여느 날처럼 책을 읽으며 길을 가는데 한 남자가 흰 승합차를 세우고 나의 가족을 아는 척하며 말을 건넨다. 사람들이 ‘밀크맨’(우유배달부)이라 부르는 그 남자는 마흔한 살 유부남이자 무장독립투쟁 조직의 주요 인사로서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길 하나를 두고 ‘길 이쪽’(국가 반대자=가톨릭교도=북아일랜드 분리독립파=친아일랜드파)과 ‘길 저쪽’(국가 수호자=개신교도=친영국파)이 대립하며 폭발과 총격이 일상화된 마을에서, 저항군의 핵심 간부라는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날 이후로 나의 일상은 손톱으로 신경을 긁는 듯 은밀하고 불쾌한 긴장에 휩싸인다. 밀크맨은 저수지 공원에서 조깅을 하는 나의 옆에,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 야간학교 앞에, 내가 어디를 가든 불쑥불쑥 나타난다.

    그렇다고 신체접촉을 시도하거나 음란한 말을 하는 것은 아니어서 나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나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가지만, 오히려 동네 사람들은 둘이 불륜관계라고, 심지어 내가 밀크맨을 유혹했다고 수군댄다. 가장 믿었던 오래된 친구와 어쩌면 남자친구마저 네가 걸어가며 책을 읽는 것이 문제라고, 그런 행동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나무란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가고, 눈에 보이지 않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폭력에 홀로 내던져진 나는 점점 고립되어가고 무기력에 빠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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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맨부커상 수상작!"
    독서와 달리기를 좋아하는 '나'의 일상은 '그'의 등장으로 서서히 깨어진다. 길을 걷는 나를 쫓아와 아버지를 안다며 말을 거는 한 남자. 우유를 배달하지 않지만 '밀크맨(우유배달부)'이라 불리는 그는 마을에서 독립투쟁의 주역으로 명망이 높다. 처음 봤으면서 친절한 태도로 집까지 태워주겠다는 그의 행동이 이상하고 불쾌하지만, 그가 유명한 어른이고 무례하지 않다는 사실에 머뭇거리는 '나'. 겨우겨우 이유를 만들어 거절했는데도, 이후 그는 학교와 공원을 비롯한 일상 반경에 계속 나타나 수작을 부린다. 두려움은 커져가지만 동네 사람들은 오히려 내가 그를 유혹했으며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며 수군거린다. 소리 없는 폭력에 '나'는 점점 고립되고, 자책과 무기력 속으로 침잠하는데…

    한림원의 성 추문으로 노벨문학상 시상이 취소됐던 2018년, 애나 번스의 <밀크맨>이 '소문과 정치적 충성이 개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운동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는 심사평과 함께 맨부커상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소설 속 '나'는 친절과 애정으로 포장하고 다가오는 무례에 대해 분명 불편하다는 감정이 들지만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지 못하고,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저 상황을 봐서 얼른 예의바르게 자리를 뜨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의 배경인 1970년대 북아일랜드는 남자가 요리를 좋아하거나 축구를 즐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림 당하던 시대, '자신의 특이한 습성이 사회적 규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보다는 최대한 납작 엎드려 있는 것이 최선'이었던 시대, 어디서 무슨 행동을 하든 '동지냐 적이냐'는 이분법적 정치 진술로 비화되던 시대였다. 40년 전의 일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지금, 여기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린다.
    - 소설 MD 권벼리 (2019.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