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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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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류의 압축된 문체로 술과 도박의 삶, 섹스와 폭력, 세상의 부조리와 어리석음 따위를 가차 없이 그려낸 전설적 작가 찰스 부카우스키(1920~94)가 죽음의 문턱에서 쓴 일기 형식의 에세이집『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50년간 애용했던 타이프라이터를 매킨토시 컴퓨터로 바꾸고 그는 죽기 직전까지 글쓰기에 대해, 경마의 효용에 관해, 돈과 인간에 대해, 죽음에 관해, 젠체하는 문인들의 행태와 정체에 대해 성찰했다. 부카우스키의 모든 시와 소설이 자전적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내밀한 생각과 느낌들을 이 일기만큼 오롯이 드러낸 글은 없었다. 그 기록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선구자인 로버트 크럼이 그림을 달았다.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 도서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저자 : 찰스 부카우스키      

    1920년 독일 안데르나흐에서 미군이었던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줄곧 살았다. 1944년에 첫 단편을, 2년 후에 두번째 단편을 발표했지만 출판계의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10년 가까이 글쓰기를 중단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이십대의 반 이상을 싸구려 일자리와 허름한 하숙집을 전전하며 미국 전역을 유랑했다. 삼십대 초반 궤양출혈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우편배달부로 일하면서 여러 권의 시집을 발표하고 신문에 칼럼을 발표하다가 '죽을 때까지 매달 백 달러의 월급'을 보장하겠다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마흔아홉의 나이에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우체국>(1971), <팩토텀>(1975), <여자들>(1978)을 발표했다. 이 세 작품은 '부코우스키 삼부작'으로 불리는데, <팩토텀>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세 작품 모두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헨리 치나스키'가 등장하는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다. 헨리 치나스키는 미국 대중문화에서 안티히어로의 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역자 : 설준규       

    그림 : 로버트 크럼

     

    *목차

    일기
    옮기고 나서
    부카우스키에 대하여
    부카우스키의 저서와 관련 영화 목록 

     

    *책 속으로

    * 헤밍웨이에게 투우가 필요했던 까닭을 난 안다. 그에게 투우는 삶이라는 그림을 끼울 액자 같은 것으로, 자기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를 일깨워 주었으리라. 때때로 그걸 우린 잊어버린다. 기름 값을 지불하고 엔진오일을 교환하는 등등에 정신이 팔려서.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한 준비가 없다, 제 자신의 죽음이건 남의 죽음이건. 염병, 어디 그래서 되겠나. 난 죽음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때때로 꺼내서 말을 건다, “이봐, 자기, 어찌 지내? 언제 날 데리러 올 거야? 준비하고 있을게.”

    * 꽃이 피어나는 것이 애도할 일이 아니듯, 죽음도 애도할 일이 아니다. 끔찍한 건 죽음이 아니라 인간들이 죽기까지 살아가는 삶, 또는 살아보지 못하는 삶이다. 인간들은 제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제 삶에 오줌을 싸댄다. 멍청한 씨댕이들. 그들은 씹질, 영화, 돈, 가족, 그리고 또 씹질, 따위에 너무 몰입한다. 그러다 금방 생각하는 법마저 잊어버리고, 생각도 남들이 대신 하라고 내맡긴다.

    * 경마장에선 다른 사람들을, 그들의 절망적 어둠을 감지할 수 있다. 얼마나 쉽게 그들은 패배를 시인하고 자릴 뜨는가. 경마장 군중은 세상의 축도다. 삶이 죽음과 패배와 부대낀다. 끝까지 이기는 자는 없다. 그저 일시적 유예, 노려보는 눈초리에서 벗어난 한 순간을 구할 따름이다.

    * 작가 치고 다른 작가 작품 좋아하는 사람 별로 없어. 좋아할 경우가 딱 하나 있긴 하지. 그 작가가 막 죽었거나 죽은 지 한참 됐을 경우. 작가들이란 오로지 제 똥 킁킁대며 냄새 맡는 것만 좋아하거든. 나도 그들 중 하나다. 난 작가들과 말 섞는 것조차 싫고, 그들을 쳐다보는 것도 싫고, 그들 얘길 듣는 건 더 싫다. 최악은 함께 술을 마시는 건데, 한없이 징징대는 꼴이 정말 딱하다.

    * 사실 글쓰기도 사람을 덫에 빠뜨릴 수 있다. 어떤 작가들은 지난날 자기 독자들의 마음에 들었던 걸 또 쓰는 경향이 있다. 그랬단 끝장이다. (…) 글쓰기의 최종 심판관은 딱 한 명, 작가 자신밖에 없다. 작가는 평론가, 편집자, 출판업자, 독자에게 휘둘리는 날엔 끝장이다. 그리고 작가가 명성과 행운에 휘둘리는 날엔 강물에 처넣어 똥 덩어리와 함께 떠내려 보내도 물론 괜찮다.

    * 글을 쓸 땐 미끄러져나가는 기분으로 써야 한다. 말들은 절뚝거리고 고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미끄러져나가기만 한다면 문득 그 어떤 즐거움이 모든 걸 환히 비추게 된다. 조심조심 글을 쓰는 건 죽음과 같은 글쓰기다.

    * 세상은 찢어져 구멍 나고 있는 똥자루다. 내가 세상을 구하진 못한다. 하지만 내 글 덕분에 자기들이 구원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편지를 난 여러 장 받았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을 구제하려고 글을 쓸 뿐이다.

    * 곧 죽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난 그게 참 낯설게 느껴진다. 난 이기적인 놈이라 그저 글을 계속 더 쓰고 싶을 뿐이다. 글 덕분에 내 맘 속에 따듯한 빛이 환히 자리 잡는가 하면, 글 덕분에 난 황금빛 대기 속으로 훌쩍 솟구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내가 얼마나 더 계속할 수 있을까? 마냥 계속하는 건 옳지 않다. 염병, 죽음은 연료 탱크 속 휘발유다. 우리에겐 죽음이 필요하다. 내게도 필요하고, 네게도 필요하다. 우리가 너무 오래 머물면 여긴 쓰레기로 꽉 찬다.

    * 사회에서 수준 이하인 것들을 비호하는 자들은 늘 있게 마련이다. 그자들은 수준 이하가 수준 이하라는 걸 모르니까. 그걸 모르는 건 그들 역시 수준 이하이기 때문이다. 우린 수준 이하의 사회에서 살고 있고, 그래서 저들은 저런 식으로 행동하고 또 저런 짓거리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건 그들 일이니 난 신경 안 쓴다. 다만 내가 그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게 문제일 뿐.

    * 난 내 인생 중 하층 노동자로 일했던 기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다. 쉰 살이 될 때까지 그랬으니까. 저 잡것들이 나를 매일 어딘가로 가서 몇 시간씩이고 있다가 되돌아오는 게 버릇이 되게 길들였다. 난 그냥 빈둥거리고 있으면 죄짓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경마장에 가서 지겨워하면서 또 동시에 열광한다. 밤은 컴퓨터 아니면 술, 또는 둘 다를 위해 비워둔다.

    * 어느 날 웬 남자에게서 분노에 찬 긴 편지를 받았던 걸 기억한다. 셰익스피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권리가 내게 없다고 그 남자는 적었다. 많고 많은 젊은이들이 내 말을 믿고 셰익스피어를 굳이 읽으려들지 않으리라는 거였다. 내겐 그런 입장을 취할 권리가 없단 거였다. 그 얘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난 그에게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답을 하련다.
    야, 좆까. 그리고 난 톨스토이도 좋아하지 않아!

    * 선장은 점심 먹으러 나가버리고 선원들이 배를 접수했다. 흥미로운 인간이 왜 이리 드물까? 수백만 중에 어째서 고작 몇뿐일까? 이 충충하고 지루 

      

    *출판사 서평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는, 하드보일드류의 압축된 문체로 술과 도박의 삶, 섹스와 폭력, 세상의 부조리와 어리석음 따위를 가차 없이 그려낸 전설적 작가 찰스 부카우스키(1920~94)가 죽음의 문턱에서 쓴 일기 형식의 에세이집이다. 50년간 애용했던 타이프라이터를 매킨토시 컴퓨터로 바꾸고 그는 죽기 직전까지 글쓰기에 대해, 경마의 효용에 관해, 돈과 인간에 대해, 죽음에 관해, 젠체하는 문인들의 행태와 정체에 대해 성찰했다. 부카우스키의 모든 시와 소설이 자전적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내밀한 생각과 느낌들을 이 일기만큼 오롯이 드러낸 글은 없었다. 그 기록에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선구자인 로버트 크럼이 그림을 달았다. 이 책은 두 전설의 공동 작업이다.

    부카우스키는 당대 미국의 가장 저명한 시인이자 소설가 중 한 사람이다. 가장 영향력 있고 가장 많이 모방되는 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에겐 많은 수식어구가 따라붙었다. “언더그라운드의 왕”, “하층민의 국민시인”, “반실업자들의 선지자”…. 팬들은 그가 “20세기 후반 최고의 미국 작가”라고 주장한다.
    부카우스키의 작품들은 적막하고 버림받은 세계에서 살아가는 망가진 사람들의 ‘문학적이 아니라 현실적인’ 소외, 거기서 종종 터져 나오는, 언뜻 뜬금없어 보이는 폭력적 행동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는 사이 부카우스키는 소외된 작가에서 컬트 작가를 거쳐 의도치 않은 인기 작가까지 되었지만, 아웃사이더의 시각과 감성은 결코 잃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기에서도 확인되듯이, 그의 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유머의 끈을 놓지 않는다. 대상이 타인이든 자신이든 까다롭고 냉소적이지만, 늘 통렬한 통찰이 번득인다. 사후 20년이 넘었는데도 그의 대중적 인기가 시들지 않는 것은 아마도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바닥까지 털어놓음으로써 친밀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통속소설의 주인공처럼 영웅적인 늠름함을 잃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부카우스키의 열성 팬 중에는 문인과 연예인도 많다. 그들의 칭송을 들어보자.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부카우스키는 로스앤젤레스의 월트 휘트먼이다.” 가수이자 시인 ? 소설가인 레너드 코언: “그는 모든 사람을 지상으로 불러 내렸다, 심지어 천사들까지도.” 영화배우 ? 사회운동가 숀 펜: “부카우스키에게서 중요한 점은, 그가 하는 이야기들이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아일랜드 가수 보노: “대중문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래,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 더 먹고, 쇼핑몰에도 가봐, 모든 일이 잘 될 거야. 하지만 모든 일은 잘 풀리지 않는다. 록 음악의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고, 부카우스키의 메시지 또한 그렇다.”

    부카우스키가 사망했을 때 그의 책을 출판하는 블랙스패로 사에는 애도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미국 내는 물론이고 라틴아메리카,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세계 곳곳의 열성 독자들이었다. 울며 전화하는 이도 많았다. 시애틀의 한 커피숍 주인은 편집자의 최종 확인을 원했다. “누군가 우리 가게 앞에 ‘부카우스키가 죽었다’라고 써 붙였어요. 사람들이 울고 있고요. 사실입니까?”
    출판업계지 『퍼블리셔스 위클리』(2011년 7월 13일자) 기사에 따르면 부카우스키는 미국 서점에서 책을 가장 많이 도둑맞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의 책은 어느 것이든 잘 사라지기 때문에, 계산대 뒤 서가에 따로 보관하는 서점도 있다고 한다. 참고로, 부카우스키 다음은 윌리엄 버로스의 모든 책,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 마틴 에이미스의 모든 책 순이었다.

    그의 묘비에는 “Don’t Try”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문학 지망생에게 주는 충고이기도 한 이 말을 부카우스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글을 쓰느냐, 창작하는 방법이 뭐냐고. 그래서 답했다. 애쓰지 마라,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노력하지 ‘않는’ 것, 목표가 캐딜락이든 창조든 불멸이든 간에 말이다. 기다려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면 좀 더 기다려라. 그건 벽 높은 데 있는 벌레 같은 거다. 그게 너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려라. 그러다가 충분히 가까워지면, 팔을 쭉 뻗어 탁 쳐서 죽이는 거다. 혹시 그 생김새가 마음에 든다면 애완용으로 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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