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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별빛 사윌 때 (최시한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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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입니다. 애달파서 더 망설이지 못합니다”
    나는 오늘, 조국을 멸망시킨 적과 손잡는다

    멸망한 백제의 무사 ‘물참’이 나당전쟁에 뛰어들게 되기까지
    청년 무사의 고뇌와 결심을 담아낸 사흘간의 여정

    연작소설집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과 『간사지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이자, 『스토리텔링, 어떻게 할 것인가』 『수필로 배우는 글읽기』 등을 집필하며 문학 교육 연구자로 꾸준히 활동해온 최시한이 자신의 첫 장편소설이자 역사소설을 펴내며 독자들 곁을 찾았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별빛 사윌 때』가 그것.
    제목의 ‘별빛 사윌 때’는 “어둠이 잦아들고 먼동이 트는 때”로서, 소설은 고구려 멸망 3년 후이자 나당전쟁 둘째 해인 671년 여름을 배경으로, 이미 패망하여 사라진 백제에서 무사로 활약했던 주인공 ‘물참’이 나라를 잃은 절망과 되풀이되는 전쟁의 참상 속에서 방황을 거듭하다 새로운 결단에 이르게 되는 사흘간의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단 3일에 걸쳐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소설은 이 ‘현재’의 이야기 속에 660년 백제 멸망 이후부터 백제 부흥전쟁을 거쳐 신라와 당이 맞붙은 나당전쟁에 이르기까지 약 11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미 나라를 잃은 백제 백성들이 ‘남의’ 전쟁에 끌려다니며 겪어야 했던 혼란의 시기를 승자의 관점이 아닌, ‘백제 중심’의 소설로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1300여 년 전 삼국의 격동하는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고도 입체적으로 체험하도록 해준다.
    주인공 물참은 스물여덟 살의 백제 무사로, 왕족인 ‘부여’씨에서 갈라져 나온 ‘오서’씨 집안 출신의 귀족이자 서자庶子다. 멸망한 백제가 부흥하고 백제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길을 줄기차게 모색하지만, 부흥군을 이끌었던 ‘복신’ ‘흑치상지’ 같은 우두머리들의 살해와 배신, 살던 땅을 버리고 왜국으로 도망치는 지배층의 폭력과 이기주의, 그에 더해 극한의 굶주림과 핍박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참상을 겪으며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큰 뜻’을 찾아 헤매면서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자 하지만, 그것도 그럴 값어치가 있는 뜻과 나라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 물참이 패배감과 무력감을 이겨내고 새 뜻을 세워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따라가면서, 과연 ‘나라’란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묻는다. “지난 세 해 동안 백제 사람의 뜻은 오직 백제국의 부활이라 여기며 살아왔는데, 따지고 보면 그 ‘백제’가 반드시 성이 ‘부여’인 왕족의 나라여야 할 까닭은 없”으며, “핏줄과 사는 땅을 가지고 네 편 내 편, 네 나라 내 나라 가르던 시절은 지나갔”으므로. 따라서 물참은 이 “기나긴 전쟁을 끝내고 우리와 우리 후손들이, 서로 통하는 족속끼리 사람대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오랜 고뇌와 번민을 끝내고 크나큰 결단에 이른다. 오늘, 조국을 멸망시킨 적과 손잡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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