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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기운과 공들임의 미학”
고은진주 첫시집, 『아슬하게 맹목적인 나날』
㈜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네 번째 시집으로 고은진주 시인의 ?아슬하게 맹목적인 나날?이 출간됐다. 2018년 『농민신문』 신춘문예와 ?시인수첩? 신인상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고은진주 시인의 첫 시집이다.
고은진주 시의 뿌리는 땅의 기운에 닿아 있다. 그녀의 시는 감각적이지만 체험에서 우러나온 감각이 그 바탕을 지탱하고 있어 체험과 감각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땅의 기운을 지니고 있으되 도시에서 살아온 현대인답게 그녀의 시는 사색적이고 성찰적이다.
‘6시 내 고향’이라는 평일 저녁을 책임져 온 장수 프로그램의 방송 작가로 활동해 온 경력이 고은진주 시의 곳곳에는 드리워져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고향이라는 말에 걸맞은 곳의 장소성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따뜻하게 전해준 프로그램이 저녁 시간대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텔레비전 교양 정보 프로그램이라면 고은진주의 시는 공중파 방송으로 전하지 못한 사람살이의 “속속들이와 곳곳들이”(「속속들이와 곳곳들이」)를 예민한 감각의 언어로 펼쳐 보인다.
고은진주의 시에서는 땅을 일구며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체험이 낳은 감각이 빛을 발한다. 유년시절 고향에서부터 뿌리내린 감각이 아닐까 싶다.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감각은 상투성과 피상성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핍진한 체험의 무게로 육박해 들어온다. 땅의 기운이 살아 숨 쉬는 감각은 도시 생활에 지치고 무뎌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운다. 시집의 맨 앞에 수록된 첫 시에서 그 눈부신 감각의 향연을 맛볼 수 있다.
시집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소재는 토목과 건축에 관한 것들이다. 땅에 기초를 세우고 집을 짓는 일이라는 점에서 건축 역시 땅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의 시들은 대개 자본주의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감각을 엿보게 한다. 건설하고 건축하려는 욕망은 무언가를 개발하고 소유하려는 욕망이다. 고은진주 시의 주체는 자본주의가 배태한 이러한 욕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성찰적 태도를 보인다. 땅의 기운을 되살리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오랜 시간 인간이 축적해 온 욕망으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함을 자연스럽게 터득했기 때문이겠다.
집을 짓고 건물을 올리는 공사 현장이 이번 시집 곳곳에서 눈에 띈다. 농촌과 어촌이 이번 시집의 주된 공간 배경을 이룬다면, 그와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공간 배경으로 도시의 공사 현장을 들 수 있다. 사실 이 땅에서 살아가다 보면 365일이 공사 중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인간의 욕망이 구축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고은진주 시의 주체는 모래의 속성에서 도시의 욕망을 읽어낸다. 땅의 기운에 뿌리 내리고 있는 고은진주의 시가 욕망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정글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생활인이지만 땅의 기운을 잊지 않으려 하는 고은진주 시의 주체는 스스로를 맹목적인 욕망 추구의 상태에 내맡기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오는 동안 터득한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시들을 여러 편 남긴다. 몸으로 기억하는 생의 박동을 보여주는 시들부터 삶의 태도이자 시를 쓰는 태도를 보여주는 시들까지 체험에서 터득한 아포리즘을 보여주는 시들이 이번 시집에서 자주 눈에 띈다.
시집 곳곳에서 발견되는 성찰의 시선과 삶에 대한 철학은 “일의 도리와 형식”을 다하며 공들이며 살아온 체험의 시간이 쌓인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앉은 일과 선 일에 대한 세상의 통념에 시의 주체는 결연하게 맞선다. (이경수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