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들리는 순간. 끝내 그 이야기에서 귀를 막아버릴 순 없는 불쾌한 이질감.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비틀린 윤리의식을 가진 윤리 교사의 궤변을 기록한 소설 <고두叩頭>로 2017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임현이 많은 독자가 기다렸을 첫 소설집을 드디어 내놓았다. 등단작 <그 개와 같은 말>을 비롯한 열 편의 소설이 실렸다.
임현의 이야기는 작은 일화에서 시작해 연쇄를 거듭하며 의미를 불려나간다. <그 개와 같은 말>속 한 장면. '세주'와 떠났던 짧은 여행의 한 장면. '나의 어떤 말로든 세주를 웃게 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울리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라는 불안'이라는 문장으로 묘사되는 이질감에 그들의 대화는 자꾸 겉돌고, 세주에게 위로를 전해야 할 시점에 내가 떠올리는 건 지독히 추운 한겨울에 잠시 키웠던 어린 개 한마리이다. 나는 왜 그 개를 떠올렸을까. 그런데 그 개는 정말 존재했던 걸까, 혹은 우리가 나누었던 감정들은? 찰나의 위로는? 임현의 이야기를 따라 걷다보면 이렇듯 질문이 쌓인다. 잘 단련된 문장으로 박력 있게 묘사하는 순간들, 임현의 소설이 그려내는 촘촘한 감정들을 따라 걷다보면 우리가 이제 막 첫 소설집을 낸 이 작가를 오래 읽고, 오래 이야기하게 될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