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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어디 사는 누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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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숲에서 각기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존재들

    주변 사람들을 천천히 바라보면 알 수 있어요. 똑같이 밥을 먹고, 똑같이 잠을 자지만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요. 하루를 한 시간처럼 바삐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시간을 하루처럼 천천히 음미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림책 《어디 사는 누끄 씨》에도 저마다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등장해요.
    바위 소년 준은 몸이 아주 커다랬어요. 그만큼 시간이 흐르는 속도도 아주 커다랬지요. 준이 천천히 걸으면 작은 새싹이 나무가 되었고, 한잠 자고 나면 나무는 어느새 숲이 되었어요.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늘다람쥐 누끄 씨도 있었어요. 누끄 씨는 겨울잠을 자기 위해 적당한 나무 집을 찾고, 집을 꾸미느라 매우 바빴어요.
    이제 막 허물을 벗은 나비 하나도 잠에서 깨어나 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요.
    준과 누끄 씨, 하나는 같은 숲에 있었지만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서로 다른 리듬으로 자기만의 시간을요.

    알게 모르게 번지고, 조용히 물드는 순간들
    누끄 씨는 벽을 보름달 같은 노랑으로 칠했어요. 도토리 전등을 달고, 새 침대를 들이고, 낙엽으로 이불을 만들어 겨울잠에 들었지요.
    그러는 사이, 부드러운 새잎이 준의 엉덩이를 간지럽혔어요. 잠에서 깬 준은 어느새 무성해진 숲을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그때 누끄 씨가 눈을 번쩍 떴어요. 어디선가 바람이 솔솔 불어와 누끄 씨의 잠을 깨웠거든요. 누끄 씨의 잠을 깨운 건 난데없이 나타난 구멍이었어요.
    그 무렵,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하나가 노란빛을 발견했어요. 보름달 같은 노랑, 자신의 날개와 같은 노랑에 이끌려 바람을 따라 날아갔어요.
    《어디 사는 누끄 씨》는 다르기 때문에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존재들이 서로에게 물들고 이어지는 과정을 조용히 들려주는 그림책이에요. 서로 마주 보지 않아도, 따듯하게 마음이 겹쳐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요.

    말없이 이어지는 다정한 영향들
    상대를 직접 마주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스며드는 마음이 있어요. 중고 책 속 누군가 그어 둔 밑줄, 한겨울 길고양이를 위해 누군가 마련한 작은 집처럼요. 이름 모를 따뜻함이 때론 가장 오래 기억에 남지요. 그렇게 받은 따뜻함은 또 다른 이에게 조용히 전해져요. 다른 존재에 문득 눈길이 멈춘다거나, 누군가를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처럼요.
    글을 쓰고 그린 모예진 작가는 이렇게 말 없는 울림에 주목했어요. 꼭 함께 웃고 떠들지 않아도,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기만 하는 사이여도 충분히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요. 우리가 서로 어디에 사는지, 누구인지 몰라도 같은 그림책을 읽으며 따스함을 나누는 것처럼요.
    준과 누끄 씨, 하나의 시선이 교차하며 펼쳐지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숲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다르게 반짝이는 ‘함께’라는 단어가 우리를 또 어떻게 물들일지 모르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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