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느낌이 좋지 않던 남자친구는 결국 떠나가 버렸다. 런던의 물가는 살인적이고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광고 디자이너의 벌이는 시원치 않다. 혼자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고국에 있는 가족들은 집안이 망한다며 돈을 부쳐달라고 성화다. 총체적 난국이다. 뭘 위해서 지금까지 살아 왔는지도 잘 모르겠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도 좀처럼 찾지 못하겠다. 곧 마흔을 앞둔 사라는 후미진 자취방에 앉아 곧 무너질 인생을 대책 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그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다. 고양이였는데, 사람의 말을 하는 고양이였다. 인간과는 다른 고양이의 세계에서 삶의 지혜를 쌓은 고양이가 우연히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이다.
사라는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씩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는다. 이는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풍 로맨스 영화의 정서를 덧씌운 자아 찾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고양이가 정말 매력적이고 하는 얘기도 거진 수긍이 간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이 특별해서 매력적인 건 아니다. 어쩌면 이 소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바로 '특별하지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좋은 것들'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는 건지도 모르겠다. 부담없이 읽고 즐겁게 떠들 수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