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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솔의 신작 단편소설을 수록한 소설집은 한국문학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당장 사랑을 멈춰주세요, 제발」는 ‘태어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태어난 루시라는 장애인의 3대에 걸친 가족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벨라 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을 물려받은 주인공을 통해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자식 세대가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는 방법에 골몰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을 공동체와의 반복적인 갈등이 거듭된다. 루시는 결국 가족과 함께 마을을 떠나게 된다. 서로에게 이방인이 되어 거리를 갖는 것은 혐오의 시대가 다다른 불가피한 운명이다. 김솔의 또 다른 소설 「고독한 순환을 즐기는 검은 유체」에도 이러한 척력의 작용들이 잘 드러나 있다.
타고난 운명에 저항하며 자율적 선택을 통해 주체성을 찾아나가는 서사는 고대의 신화에서부터 오늘날의 서사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어 효력을 발휘하는 매력적인 얼개다. 루시의 장애는 루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천적 불운인 것인데, 루시의 어머니는 이러한 불운과 절연하기 위해서 최초의 선택을 한다. 절멸과 출산 사이에서 절멸을 결심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인간의 결심은 인간의 나약함과 주변의 관계 속에서 방해된다. 그리고 그 선택을 첫 번째로 좌초시키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대상이다.
김솔이 그리는 이방인의 모습들은 특정 인종의 집단적인 정체성으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상대적이고 조건부적인 환대 시스템 속에서 타인에 대한 태도는 분화될 수밖에 없다. 능력주의의 이상 속에서 적극적인 환대를 받는 흑인이 있고, 세계화의 하인들로 열등하게 취급받는 흑인집단이 있다. 이들 흑인은 주류 문화의 투사 속에서 동물적이고 야만적인 모습으로 재현되기도 하고, 신비화되고 대상화되어 나타나기도 하며, 때로 결핍된 타자들로 묘사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타자의 시선과 통념 속에서 ‘흑인’과 ‘진정한 흑인’이 구분되며, 순혈한 인종의 본질적인 특징은 해체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