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계는 무엇을 위해 싸우나?
어린 수탉 치리와 깜이의 닭싸움 도전기
살다 보면 선택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많다. 이것이냐 저것이냐, 이쪽이냐 저쪽이냐, 이 사람이냐 저 사람이냐 등등. 언제나 더 나은 선택을 하면 좋으련만 선택은 꽤나 자주 후회를 남기고, 가지 않은 길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어른들이 꼰대가 될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어린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는 이유도 어쩌면 시행착오 끝에 얻은 교훈을 전달하고 싶어서일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전달되는 교훈이란 앙상하고 단순해서 도무지 설득력이 없다. 결국 어린 세대들은 제 힘으로, 제 몫의 선택을 하고 뒷수습도 스스로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성장이란 그렇게 여기저기 부딪치고 엉뚱한 길에 들어서고 때로는 엉엉 울기도 하면서 이뤄내는 것이 아니던가. 따라서 어린아이가 어른으로 자란다는 건 혼자 세상에 맞서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싸움닭 치리』는 이제 막 어엿한 수탉이 된 치리와 깜이를 통해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선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수탉으로서 힘과 용기를 자랑하고 싶은 치리에게 안전한 닭장 안의 삶은 시시하기 짝이 없다. 수컷이라면 누가 더 강한지 힘을 겨루고 격투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 용맹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치리의 눈에 투계(닭싸움)는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일종의 스포츠로 보인다. 따라서 투계(싸움닭)가 되려는 치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나 친구 깜이는 답답한 방해꾼으로만 보인다. 더욱이 자신을 말리던 깜이가 기회를 가로채 투계가 되어 떠나자 분하기까지 하다. 깜이는 원래 투계의 피를 타고 났다지만 그렇다면 치리는? 치리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우여곡절 끝에 투계 판에 뛰어든 치리는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가 된 깜이를 보고 놀라며 그제야 깜이가 자신을 위해 투계가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투계 시합 자체가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순수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된다. 수컷의 힘을 과시하고 극한의 경쟁으로 내몰리는 투계는 이제 막 어른이 된 수탉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탐욕과 생명 경시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 도박장이 되어 버린 투계 시합에서 선수들의 목숨은 돈벌이의 수단일 뿐. 여기 내몰린 수탉들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 죽여라,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을 테니. 마침내 치리와 깜이는 낫칼을 차고 절체절명의 싸움판으로 던져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