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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완성은 쓰기를 통해 발화되는 사후적 행위-
오로지 텍스트만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한국 소설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하나의 뜨거운 예감”(문지문학상 심사평)이라는 평을 받으며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온 김솔 작가의 신작 연작소설집이 나왔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뒤, 『망상, 어(語)』 『유럽식 독서법』 『부다페스트 이야기』 등 소설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과 깊은 사유의 세계를 선물해온 김솔의 이번 신작은 그가 왜 “소설의 독자가 사라진 시대, 소설의 운명을 점치는 소설가”(김준성문학상 심사평)이자, “소설에 새겨진 운명적 DNA, 그 국경이 무너지는”(젊은작가상 심사평) 사태를 어떤 방식으로 그토록 적확하게 그려냈는지 분명하게 확인시켜준다. 김솔은 세계적인 작가인 카프카, 보르헤스, 고골, 쿤데라를 이야기꾼으로서가 아니라 이야기의 대상으로 소환해 그들이 직조한 텍스트와 컨텍스트에 웜홀을 뚫어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차원의 읽기와 쓰기의 통로를 개척한다. 이를 통해 문학이란 쓰이기 전에 반드시 읽기가 그 앞에 존재하지만, 결국 읽기의 완성은 쓰기를 통해 발화되는 사후적 행위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김솔의 연작소설집 『순수한 모순』은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라는 릴케의 비석에 새겨진 시구를 제문으로 두고 시작한다. 문학이 쓰는 이의 것도 읽는 이의 것도 아니라면 그 누구의 것이 될 수 있을까? 김솔은 네 편으로 이뤄진 연작소설을 통해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문을 넘어 ‘소설 너머의 소설’, ‘소설 이후의 소설’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네 명의 거장은 실존 당시인 과거와 지금-여기 소설을 읽고 있는 현재를 오가며 텍스트 사이를 끝없이 활보한다. 작가 사후 작품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분명 ‘작가’로부터 촉발된 일이지만 이른바 ‘문학적 사건’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다. 고도로 재구성된 읽기와 쓰기의 교차점에서 독자는 ‘모든 것인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문학의 순수한 모순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_박지일 시인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놓인 사건들, 오로지 텍스트만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 말할 수 있다.
장미라고 불리는 그녀와 나의 알리바이가 더 확실해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는 더 이상 우리의 현실이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 희망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설령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뫼비우스 띠를 따라 맴돌면서 저항할 것이다. 부당한 죽음은 불필요한 윤회를 반복시킬 위험이 있다. 자, 보아라, 지금 내 두 다리 사이에서 화려하게 피어오른 장미 한 그루를. 그녀는 이미 나의 사죄를 받아들였고 나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내가 죽는 날까지 우리의 삶을 엿듣고 기록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장미에 찔려 죽은 릴케를 더 이상 동정할 이유는 없다.
_「장미: 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1809년 3월 20일~1852년 2월 21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