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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부정 부패와 거짓, 모함, 억압 들이 설치는 사회, 더욱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마저 무너뜨리는 현실에 시대는 분연히 촛불을 들었다. 〈주름지고 거친 손으로 / 움켜잡은 촛불과 / 어리고 여린 손으로 / 고이 꼬옥 쥔 촛불이 만나〉 세상을 밝혔다. 그리고 정의와 진실, 양심의 거대한 외침은 마침내 정권을 바꿨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역사의 대변혁을 일으켰다. 그러나 촛불은 한갓 한때 꿈, 허무한 바램에 지나지 않았을까. 적폐와 모순, 허위, 부패는 다시 또 그 더러운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되살아나고, 천박한 천민자본주의는 삶의 전반 깊은 곳에 질기게 뿌리박은 채 사람다움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새로운 경계를 요구하는 / 추상어들이 만들어지고 / 부패 부정 세력을 되살리려는 / 음모가 이어진다〉, 시인에겐 위대하고 아름다운 촛불 혁명이 모리배 협잡꾼들에게 훼손당하고, 반란의 언어들에 난도당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국민을 모욕하는 뉴스는 넘치고 / 국민의 힘을 누르려는 음모도 넘치고〉, 촛불 위에 찬 겨울비만 내린다. 〈행여 이 비에 촛불 꺼지면 어쩌나〉, 시집 속에는 노심초사하는 시인의 애달픔이 가득하다.
사십 년을 시 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애오라지 산문만을 쓰던 글지(작가) 김문영이 갑자기 시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심에 불을 댕긴 건 바로 촛불 민주혁명이었다. 어떤 것들은 투박스럽게, 어떤 것들은 서투르게, 어떤 것들은 굵게, 어떤 것들은 뜨겁게, 가난과 설움과 성찰과 아픔과 부끄러움과 사랑과 애통과 안간힘과 희망과, 그리고 적폐 타도를 향한 참을 수 없는 모든 것을, 그야말로 악필처럼 갈겨썼다. 시원하고 후련하다.
시인은 자꾸, 정제되지 못한 언어의 나열, 상투적 비유, 억누르지 않은 감정의 분출 들이라, 자신의 시집을 시답지 않은 시집, 곧 비시比詩 시첩詩帖이라 스스로 비하한다. 딴은……. 무척 거슬리리라. ‘감히 이렇게까지 거칠고 버거운 주장을 함부로 뿜어대다니.’ 그러나 귀를 기울여 보라. 그것들은 시대와 역사에 대한 깊은 성찰과 고뇌, 양심에서 솟아올라, 목청껏 외치는 열렬한 참여이고 나아가 실천이다. 세련, 교묘, 화려, 현란, 기발 따위가 미칠 수 없는 진정성이고 치열함이다. 둔탁한 실재이다. 이들은 오늘날 많은 우리시들이 언제부터인가 애써(?) 외면한 덕목, 가치들이 아닌가. 그래서 이제 김문영의 『비시 시첩, 촛불의 꿈』은 아름답다기보다는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