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없는 보통 인간과 그의 시대에 관한 기록
카리브해 문학 대표 작가의 마술적인 시적 산문
카리브해 문학의 대표 작가이자 가장 중요한 영어권 현대 작가이며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저메이카 킨케이드의 장편소설 《미스터 포터》가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제17권으로 출간되었다. 1983년 단편집 《강바닥에서(At the Bottom of the River)》를 발표하며 데뷔한 킨케이드는 장편소설, 단편소설, 논픽션의 장르를 넘나들며 제국주의, 탈식민주의, 젠더, 인종, 계급 등의 주제를 다루는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왔다.
《미스터 포터》는 작가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앤티가섬에서 택시 운전사로 평생을 보낸, 읽을 줄 모르고 쓸 줄 모르는 남자 포터 씨의 이야기를 출생부터 죽음까지 다루지만, 포터 씨라는 인물의 삶을 시간순으로 나열한 전통적인 형식의 전기적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살아생전의 그를 전혀 알지 못했던 딸이 그의 죽음 이후 앤티가섬으로 돌아와 되짚는 그의 삶은 원망과 연민, 서글픔이 뒤섞인 화자의 담담한 시선을 통해 보인다. 눈앞의 세상 너머의 것은 인식하지 못했던 포터 씨와 달리 화자는 그의 평범한 일상 아래 도사리는 거대한 역사의 그림자까지 꿰뚫으며, 포터 씨의 탄생 이전과 죽음 이후까지 길게 드리운 그림자로 인해 생겨난 명과 암을 읽는다. 무자비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의 앤티가섬과 그 속에 사는 보통 인간들의 실존을 킨케이드는 최면을 거는 듯한 순환적이고 아름다운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다. 모든 문장이 찬란하고도 잔혹한 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희석되지 않은 원액과도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