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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 키를 누르고 다음 세계로 떠나야 할 때
백윤석 시인의 내면에 내재된 표현 욕구가 시조와 만났다. 그리고 그 욕망은 2016년 〈경상일보〉에 「문장부호, 느루 찍다」가 당선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그가 시조를 창작한 지 16년이 지나서였다. 긴 시간 그의 욕망 속에서 오랫동안 자리 잡은 대상은 무엇이었을까. 첫 시집 『스팸메일』을 열어보면, 가장 먼저 다양한 ‘꽃’을 만나게 된다. 시집의 제1부가 ‘꽃이 내게 전하는 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새로운 출사표로 1번의 자리에 놓은 ‘꽃’은 시인이 세상과 만나게 하는 문이었다.
백윤석 시인은 좋은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시인이며, 이를 시조로 표현하고자 “그 신기루 잡으려/ 연필에 침을 묻”(「시인의 말」)히고 있다. 우리는 첫 시집 이후에도 유지될 백윤석 시인의 자세를 일부 가늠할 수 있다. “천길만길 무저갱 속 누구나 혼자일러니/ 아파만, 아파만 말고/ 뭐든 밟고 일어서”(「우울증」)서 고요하고 묵묵하게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을!
‘나’를 들여다보고 타자와의 관계를 고민하는 백윤석 시인은 시조 안에서 더 나은 자기를 갱신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그가 보여준 일부 자조적인 목소리는 존재적 회의감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자기 점검의 과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내적 발화이다. 이로써 자세를 낮추고 절제하고 인내하는 생의 방식이 ‘내성’으로 굳어졌다. 백윤석 시인의 이러한 태도는 남아 있는 나날 속에 새로운 기억들을 소환하고,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나’ 자신과 시조를 전복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삭제 키 대신 Enter 키를 누르고 다음 세계로 떠나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