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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스크롤! (정지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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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박스를 만든 사람조차 블랙박스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가치 붕괴, 의미 부재, 창궐하는 음모론…
    미래는 다시 위대해질 수 있을까?

    소설가 정지돈의 신작 장편소설 『…스크롤!』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소설의 선형적인 전개 구조를 뒤섞고, 다종다양한 장르를 한 텍스트에 결집시키는 독특한 시도로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인상적인 문학적 궤적을 그려 온 정지돈이 또 한 번 독자들에게 문학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지난해 출간된 장편소설 『모든 것은 영원했다』에서 공산주의자 현앨리스의 아들 ‘정웰링턴’의 삶을 중심으로 굳건한 믿음이 뿌리내린 과거와 회의가 깃든 현재를 오가며 시간 그 자체에 대해 골몰하도록 만들었던 정지돈이 이번 신작에서는 근미래로 그 시선을 옮긴다.

    『…스크롤!』은 21세기 초의 팬데믹 유행으로부터 얼마간 시간이 흐른 근미래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는다. 소설은 크게 두 가지 줄기(SE와 NE)로 전개된다. 한 줄기에서는 물리적 현실보다는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복합 문화 단지 ‘메타플렉스’에 소속된 서점 ‘메타북스’ 점원들의 이야기가, 또 다른 줄기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들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간의 흐름을 뒤섞고 생략하거나, 인과관계 없이 파편적으로 나열된다. 정지돈 작가는 ‘컷업’ 기법을 차용해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재, 미디어와 메타미디어를 오려”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이는 각 개인, 그리고 저마다 마주한 현실이 분화될 대로 분화된 근미래의 일면을 효과적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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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나는 소설을 썼다"
    소설은 안전한 장르이다. 허구라는 점에서 그렇다.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이가 이미 배포한 상상(문학으로 인정받아 이 땅에 존재하는 온갖 문장들)과 자신의 이야기를 조합해 새로운 패턴의 직물을 보여주던 작가 정지돈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 소설에서 어떤 사람들의 재수없음이, 어떤 장소의 부조리함이 연상된다고 해도 이것은 소설이다. <돈 룩 업>의 대통령 메릴 스트립의 모습에서 연상되는 인물이 있다 해도, 해당 영화가 픽션이듯.

    소설은 SE와 NE 두 가지를 축으로 전개된다. 팬데믹과 코인 광풍 등이 휩쓸고 지나간 근미래. 증강-가상 현실에 기반을 둔 '메타플렉스'의 중심 공간, '메타북스' 점원들은 지리멸렬함과 싸운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는 음모론을 파괴하기 위해 창설된 초국가적 단체 ‘미신 파괴자’ 소속 대원들은 '존재론적 행방불명자'가 되어 (이들의 전투는 고골의 '죽은 혼'이 연상되기도 한다...) 음모론의 한가운데로 '내가 싸우듯이' 들이닥친다.

    이 소설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정키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눈물을 흘렸다."(41쪽)라는 문장이다. 대학 선정 100대 고전이면 '구림', 아무도 모르는 층위의 책이면 '멋짐'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층위의 감정들, 이 감정들은 소설속에서 비로소 안전하다. 왜 읽고 쓰는가? 소설가 정지돈은 이렇게 쓴다. "단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일 뿐이고 그래서 나는 소설을 썼다. 앞으로도 쓸 것이다."
    - 소설 MD 김효선 (2022.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