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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내가 말하고 있잖아 (정용준 장편소설)
2020년 소설/시/희곡 분야 25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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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난 그랬다. 잘해 주기만 하면 돌멩이도 사랑하는 바보였지.
    하지만 열네 살이 된 지금은 다르다.”

    누구도 좋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열네 살
    소년의 눈에 비친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상

    정용준 장편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열네 살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 다니며 언어적,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담은 소설이다. 말을 더듬는 인물은 그간 정용준 소설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지만 이번 소설에서는 그 내면 풍경을 열네 살 소년의 목소리로 들려줌으로써 언어적 결핍에서 비롯된 고통과 고투의 과정을 한층 핍진하게 보여 준다. 언어를 입 밖으로 원활하게 표현할 수 없는 심리적 재난과도 같은 상황으로 인해 소년은 가족은 물론이고 학교, 친구 등 자신이 속한 세계로부터 배제된 채 유령처럼 겉돈다. 스스로를 깊이 미워하면서, 또 자신에게 상처 준 사람들을 향한 희미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내가 말하고 있잖아』는 등단 이후 10여 년의 시간 동안 황순원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 굴지의 문학상을 석권하며 고유한 시선과 자리를 만들어 온 정용준 작가가 오랫동안 구상, 집필, 퇴고한 이야기다. “타인의 삶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허물어 가는 섬세한 감정적 파동의 기록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것의 궁극적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는 말은 황순원문학상 수상 당시 어느 심사위원의 평가이지만, 이는 정용준의 문학 세계를 관통하는 말인 동시에 그 정점이라 할 만한 이번 소설에 대한 정확한 예언이기도 하다.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은 소년이 언어 교정원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를 짓고 마음속에 길을 내며 세상과 연결되는 자신만의 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타인의 삶에 대한 다정한 이해를 경유해 자신의 삶에 대한 뜨거운 긍정으로 이어지는 길고도 짧은 여정이다. 이 여정을 함께하는 독자들에게 정용준이라는 세 글자는 잊을 수 없는 감동으로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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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잘해 주는 사람을 미워하겠다.""
    "넌 왜 사냐? 쓸모없고 말도 못 하고 친구도 없고 늘 괴롭힘만 당하잖아. 왜 살아?" (101쪽) '나'는 말더듬이이다. 사람들은 말을 못하는 사람은 할 말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이큐도 낮을 거라고 생각하고, 소리를 내지 않으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과거의 나는 잘해주면 사랑에 빠지는 사람. 한 손을 내밀면 두 손을 내미는 사람, 껴안아 주면 녹아버리는 눈사람 같은 사람. 이제 열네 살인 나는 다짐한다. "나는 친절한 사람을 싫어하겠다. 나는 잘해 주는 사람을 미워하겠다. 바보 멍청이 똥 같은 놈아.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 (9쪽) 완연한 청소년이 된 나는 이제 예전처럼 바보 같은 어린이로 다른 사람들 앞에 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나 사랑해버리고 아무에게나 기대해버리지 않을 것이다.

    어디에도 내 자리는 없는 것 같다. 엄마는 자꾸 이상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들은 엄마를 때리고 내 일기를 훔쳐보고 나를 모욕한다. 말더듬이인 걸 알면서도 국어 선생님은 자꾸만 24번인 나를 불러세워 책을 읽게 시키고 내게 굴욕감을 안긴다. 이런 내가 어떻게 또 바보처럼 사람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천천히 말해. 차분하게 말해 봐. 떨지 마. 용기를 내!" 나를 응원하는 언어 교정원 원장 선생님을. 국어 선생님에게 복수를 해주겠다고 함께 계획을 짜주는 학원에서 만난 또래 친구들 '루트'와 '곰곰이'를. 어린 딸에게 말을 더듬는 버릇을 가르치지 않기 위해 교정원에 다니는 아저씨를, 계피 사탕을 주곤 하는 조금 이상한 할머니를. "웃게 만든 다음 울게 만들 거잖아. 줬다가 뺏을 거잖아." (21쪽)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도 굳게 닫힌 마음이 기어이 녹고 마는 순간. 시인 이제니의 추천처럼, "그 마음들 곁에서. 이상한 위로를 받는 동시에 말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진다. <바벨>등의 작품을 통해 '말' 그 자체에 대한 관심사를 꾸준히 드러낸 소설가 정용준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한 내성적인 수다쟁이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말하기와 글쓰기, 그 사이에서 누군가 외친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이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다.
    - 소설 MD 김효선 (2020.07.07)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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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장본
    • 172쪽
    • 128*188mm (B6)
    • 26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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