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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간병일기면서 삶에 대한 통찰이 실감으로 우러난 최고의 시조집
박종대 시인의 이번 시조집 『그러던 어느 날』은 해맑은 감동의 연속이다. 허정하면서도 깊은 실감의 울림을 준다. 태초의 마음이 태초의 언어를 만나 아주 자연스레 터져 나온 시편들이 우리네 심란한 삶과 마음과 언어들을 둘러보게 하며 더없는 위안을 주는 시조집이다.
부제 ‘알츠하이머 간병일기 초(抄)’가 말해주듯 이번 시집은 치매로 더 잘 알려진 알츠하이머에 걸린 부인을 간병하는 현장에서 나왔다. 병의 증상과 간병하는 시인의 자세와 심경을 임상 일지 쓰듯 사실대로 쓰고 있는데도 정이며 사랑이며 그리움 등 서정적 목록은 물론 삶에 대한 통찰도 원초적 언어와 형식으로 들어 있다. 솔직하고 개결한 마음과 언어로 이런 시 쓰라고 시조라는 양식이 생겼는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날 시조의 위상과 효용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시조집이 『그러던 어느 날』이다.
1995년 등단한 박종대 시인은 시조집 『태산 오르기』 『눈맞추기놀이』 『개떡』 『동백 아래』 등을 펴내며 “짧고도 강렬한 노래에 심미적이고 함축적인 정서와 사유를 담음으로써, 가장 정제된 정형 미학의 위의를 체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아오고 있다.
이렇게 이번 시조집 『그러던 어느 날』은 알츠하이머 환자 간병을 통해 실감한 인생과 우주적 삶에 대한 통찰이 빛을 발하고 있어 시조 자체로 우뚝한 시조집이다. 거기에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아내를 간병하는 시인의 애틋한 정, 애이불비(哀而不悲)라 한없이 서러우나 내색하지 않고 오히려 해학으로 넘기는 개결함과 깊은 경륜이 이 시대 말할 수 없이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얼핏 보면 아주 자연스럽고 쉽게 쉽게 읽히면서도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시인만의 세심한 언어 의식과 시작법에 따른 것이다. 자연스럽고 쉽게 읽히게 하는 것, 감동으로 시적 소통을 하는 것이 동서고금 시의 가장 큰 덕목이다. 나도 그렇게 쓸 수 있겠구나 하면서도 아무나 따라 쓸 수 없는 게 쉽고 감동적인 시다. 연륜에 의한 혜안과 시적 내공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해서 민족의 혼과 정서가 양식화된 민족문화 원형으로서의 시조의 위상과 여전한 유효성을 한껏 높인, 근래 우리 시조단에서 보기 드문 돌올한 수확이 이 시조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