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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서랍 속 시간 (홍덕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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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덕기 시인은 시인이기 전에 사진작가이다. 1988년 월간《사진》잡지의 추대작가가 된 이래 현재까지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니 35년간 쌓아온 작업은 사진작가로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원로 작가에 속한다. 그런데 또 수필을 쓰고 시를 쓴다. 사진에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어 언어 예술인 시의 세계로 그를 끌어들였는지 짐작하기 힘들다. 나름대로 추측컨대 사진예술은 순간 포착에 의해 자신의 의미를 반영하는 형상 예술이다. 그리고 사진기라는 기계를 통해서만 의도한 바를 드러내야 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스스로 그것을 표현하지 않는 다음에야 그것을 미루어 짐작할 뿐 홍덕기 사진작가가 시를 쓰게 된 이유를 밝히기란 쉽지가 않다. 추측해 보건대 홍덕기 시인이 사진과 병행하여 시를 쓰고자하는 의도는 이번 시집에 의하면 서사와 과거 공간의 재생에 있다고 보여진다. 사진에는 서사를 단편적으로 담을 수는 있지만 기승전결의 구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서사를 담기가 힘들다. 그리고 과거 공간은 자신이 직접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한에서 사진으로 구현해 볼 수가 없다. 그러나 시에서는 그것들이 가능하다. 사진과는 차별된 방법론이 존재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과거 공간을 내면에 지니고 있다. 그것은 나를 이룬 뿌리이기도 하고 현재의 나를 지탱해 주는 정서의 창고이기도 하다. 그곳에는 언제나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홍덕기 시인은 2021년《부산 시단》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등단 이후에도 사진 작업을 계속하며 시에 대한 예술영역의 확장을 위해 끊임없는 탐구와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번 작품집은 그 노력의 결실이라 여겨진다. 사진과 문학은 표현 방법이 다른 예술이다. 모든 예술은 차별화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는다. 남과 다른 혹은 인접 예술과 다른 그 무엇을 담아야 하기에 사진에 담았던 세계를 시에 담을 수는 없다. 담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홍덕기 시인의 사진에 드러난 사실로는 무용수들의 춤을 담거나 여행에서 만난 풍경들을 담고
    있다고 보아진다.
    홍덕기 시인의 시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는 언어로는 ‘검색’과‘빛’이다. 검색은 찾아본다는 의미로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실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다. 홍덕기 시인이 접근하는 검색은 어머니와 길에 관한 것이며 어머니는 가족과 고향마을에 관한 것이고 길은 살았던 배경을 소환해낸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저장되어있는 오래된 자신의 기억 속에 잠재해 있는 아름다운 일들
    을 검색을 통하여 이끌어 낸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거나 고향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일이다. 이들이 함축된 작품들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보름날 달집 태우던 옛일을 회상해 본다. 「( 달에 가다」) 고향 언덕길에 서 있는 느티나무에 담긴 사연을 엮어본다. 「( 디딜방아」) 호우 쏟아지는 날 우산을 쓰고 나섰지만 그 비속에 우산을 받쳐주던 옛동무를 떠올린다.「( 젖은 우산」) 어렵게 만난 동창들과 함께 옛일을 회상해 본다. 「( 눈을 맞추다」) 어머니 따라다니던 단골 생선가게에서 주인이던 새각시가 하얀 동백꽃이 되었고 변함없는 속내를 다 보여주는 단골의 아름다움을 그려낸다. 「( 덤 파도」) 고향집 마당과 담 밖의 감나무 두 그루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감나무」) 자신의 생일에 어머니가 끓여 주신 미역국
    을 먹으며 어머니 생각에 잠긴다. 「( 생일에」) 황산 야행 때 바라본 하늘의 별들 속에 길이 나 있고 어릴 때 물을 길어 오던 어머니 물동이 속에서 출렁이던 별이 생각난다. 「( 별을 건지다」) 고추가 익어 매운맛을 지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 청양 고추」) 평생이 자식들 건사하느라 고생하신 어머니 모습을 담는다.「(슬하에서」) 외증조할머니에게 물려받은‘도구는 항상 제자리에 두어라’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걸 손주에게 전수한다.「( 못을 치다」) 남매가 소풍 갈 때 도시락을 누나가 둘 다 가져가는 바람에 동무들이 나눠준 밥을 먹고 왔다는 어린 추억 담는다. 「( 도시락」) 혼밥 먹을 때 어머니가 그리워 찾아간다는 내용을 쓴다.「( 혼밥」)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비가 지니는 의미를 형상화해 낸다「( 엄마 젖」)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를 기념하는 공원에서 벌어지는 축제를 그린다. 「( 의견공원에 대한 생각」) 새끼를 밴 암소를 멀리 떠나보내면서 갖는 농부가 표현하는 애틋한 정을 그렸다. 「( 기쁜 별리」)
    어머니가 과거 공간인 고향 마을과 어릴 적 모습을 떠올려 주는 매개라면 검색을 통하여 드러내는 길은 시인이 살아온 과정을 보여준다. 시인은 많은 길을 다녔다. 그 길은 사진 작업을 위한 방편으로 떠돌이 삶을 보여준다. 대략 눈에 띄는 지역들로는 일출 명소인 정동진행, 물안개 피는 옥정호, 낙타가 가시풀을 뜯는 명사산, 꼬막을 캐는 보성만 뻘밭, 세량지, 인어상이 있는 동백섬, 고등어가 눈부신 부산공동어시장, 과수원, 홍도 가는 길, 자작나무 숲, 돼지국밥집, 수국 피는 태종사, 나이아가라 폭포, 문무 대왕 해중릉, 가시연이 사는 우포늪, 명봉역, 사포 나룻터, 신안 안좌도, 박지도, 반월섬, 배롱나무를 보러 간 서출지 등은 우리에게도 친근한 장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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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등급 헌 상태 표지 책등 / 책배 내부 / 제본상태
    기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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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장본
    • 144쪽
    • 136*205mm
    • 20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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