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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015
  •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임동근, 김종배 (지은이) | 반비 | 2015년 7월 "비로소 드러난 서울의 설계도"

    서울에서 살든 서울에서 살지 않든 한국인에게 서울은 익숙한 도시다. 대한민국을 이루는 거의 모든 것의 중심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서울에 사는 사람에게든 서울에 살지 않는 사람에게든 서울은 어색하고 이상하고 기묘한 도시다. 오랜 역사에 넓은 면적과 엄청난 사람까지 한데 담아낼 시선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오늘날 서울의 풍경과 구조를 담아낼 새로운 시선으로 정치지리학을 제안하며, 늘어난 인구만큼이나 촘촘히 쌓인 서울의 이야기를 구체적인 누군가, 즉 당신의 이야기로 풀어 낸다.

    정치지리학은 권력이 땅을 통해 어떤 효과를 만들어 내는지 살피는 학문이다. 동사무소가 생기고, 그린벨트가 만들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청계천이 복원되는 구체적인 현상 이면에 자리 잡은 효과적인 통치의 전략과 탐욕스런 자본의 욕망을 드러내는 시선이다. 이 둘이 가장 밀접하고 복잡하게 얽힌 공간이 바로 서울이니, 이 책은 서울을 말하는 동시에 서울이 만들어 낸 권력, 자본, 제도를 읽어내려는 시도라 하겠다. 비로소 드러난 서울의 설계도를 보니, 나, 서울, 한국의 위치와 상황이 명확해진다. 바꾸고 고쳐야 할 부분도 함께 드러난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은이), 민은영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늘 어딘가에서 무너지는 인생"

    인생에는 정답이 없음을, 때로는 믿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거나 잘못된 방향을 향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특히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은 이러한 각종 믿음을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성취를 이룩했다. 매큐언은 멜로드라마나 스릴러의 공식을 빌어와 그 공식을 배신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익숙한, 즉 낯설지 않을 법했던 세계가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한 곳임을 증명해 왔다.

    <칠드런 액트>는 이러한 매큐언의 '낯설게 하기' 작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일 것이다. 매큐언은 법 체계, 가장 중립적이고 가장 신뢰할 만하며 가장 '정의'에 가까운 인간의 언어들을 가져와 이 최선의 체계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사건 앞에 놓음으로써 무력화시킨다. 이를 통해 이 법 체계 속에서 살아 온 주인공의 삶 역시 '낯선 것들'의 세계 속으로 이끈다. <칠드런 액트>는 중년의 위태로운 삶을 다룬 작품이면서 치열한 법정 드라마의 면모도 보여주지만(게다가 이 각각의 소재들이 다 재미있다), 이언 매큐언의 세계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이게 끝이 아님을 예감하고 있을 것이다. 익숙한 세계는 무너지고 인물들은 낯선 곳에 도착한 이방인처럼 모두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언 매큐언은 독자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다가 끝내 저 멀리로 내던지는 그 자신만의 특기를 이번에도 멋지게 구사해 냈다. 역시 그는 좀처럼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언제나 믿고 보아도 좋을 작가다.

  •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은이), 장은주 (옮긴이)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잡담이 능력이다> 사이토 다카시의 책이다. 대학 입시에 실패했던 18살부터 30대 초반까지 십여년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길렀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성장에 도움을 주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무리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는 단언과 함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고난 두뇌나 공부의 양이 아닌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임을 역설한다.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거울 내관법, 자기 긍정의 힘을 기르는 글쓰기, 인내심을 길러주는 번역과 원서 읽기, 청년기에 읽어야 할 고전과 독서법 등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로 침잠하여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용기와 함께 그에 뒤따르는 구체적 행동들을 조언해준다.

  • 글자전쟁
    김진명 (지은이) | 새움 | 2015년 8월 "김진명 미스터리, 답畓을 찾아라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싸드 THADD> 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현실과 역사 사이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온 김진명의 신작. 성공을 향해 다가가던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은 무기중개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법의 그물에 갇히게 돼 중국으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만난 비밀에 싸인 남자 '킬리만자로'가 그에게 건넨 USB에는 그가 쓴 '소설'이 실려있다. 킬리만자로는 곧 살해당하고, 이태민은 그의 죽음과 진실의 실체에 다가가기 위해 '중국의 치명적 약점'이라던 정체불명의 파일에 손을 댄다.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하지만, 중국에는 '답(畓)' 자가 없다. 이 지점에서 소설적 의문이 시작된다. 김진명식 역사소설을 보여준 소설 <고구려>와, '한(韓)'이라는 실마리를 잡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천년의 금서> 등의 소설을 즐겁게 읽은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신작 소설.

8.72015
  •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
    모타니 고스케, NHK히로시마 취재팀 (지은이), 김영주 (옮긴이) | 동아시아 | 2015년 7월 "산에서 불어오는 건강한 바람, 산촌자본주의"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 이후,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고 지탱한 성장중심 경제담론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가 뒤늦게 쏟아졌다. 기존 시스템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생긴 각종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그 실태가 비로소 드러났고, 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같은 새로운 시도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여러 해가 흘러 최근에는 삶의 터전을 옮기고 삶의 양식을 바꿔 안정적으로 순환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대개 개인의 독특한 시도로 소개된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나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가 그렇다.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는 산촌자본주의, 즉 “예전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휴면자산을 재이용함으로써 경제재생과 공동체의 부활에 성공하는” 모습을 그리는데, 규모와 축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 내 순환을 중심에 두는 대안이다. 일본의 구체적인 지역 사례에 더해 오스트리아를 예로 국가 단위의 실험까지 다루며, 시도를 넘어 시스템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오늘의 상식과는 여전히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훨씬 오랜 기간 인류를 지탱한 “촌스러운 방법론”이 제자리를 찾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 책에서 변화의 시작, 변동의 조짐을 확인하기 바란다.

  • 아들
    요 네스뵈 (지은이), 노진선 (옮긴이) | 비채 | 2015년 7월 "진짜 고해란 무엇인가"

    오슬로의 교도소에는 이상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소니라고 한다. 죄수들은 소니에게 자신들의 죄를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어딘가 신비로운(또는 정신이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소니는 아무 말 없이 죄수들의 고백을 들어준 다음 축복을 빌어줄 뿐이다. 죄수들은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신의 죄를 이 남자에게 홀가분하게 털어낼 수 있다. 이 풍습이 정확히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기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 교도소를 드나드는 페르 볼란 목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 기원이란 이렇다. 모범 경찰이던 소니의 아버지는 어느날 부정부패에 얽혔다고 밝혀진 뒤 자살했고, 소니는 인생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렸으며, 그렇게 흘러들어온 교도소에서 독특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바로 페르 볼란 목사가 가져 온 '남의 죄'를 덮어쓰고 그 대가로 교도소에서 편안히 형기를 연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삶은 소설 속에서 곧 박살나게 된다. 우연이 작은 진실을 소니에게 가져오고, 그 진실을 통해 그는 '죄'와 '고해'로 이루어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진정한 고해란 무엇인가, 어떻게 죄사함을 받을 것인가? 오슬로 교도소의 성인은 그곳을 탈출해 몇몇 인물들에게 이를 직접 묻고자 한다. 그때 왜 그랬는지, 지금의 당신은 어떤 인간인지, 그리고 당신의 죄는 어떻게 대가를 치를 것인지...

    여기까지 온 독자들 중 누구도 마지막 장에 다다를 때까지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요 네스뵈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해리 홀레 없이도 얼마나 멋진 이야기를 써낼 수 있는 작가인지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장강명 (지은이) | 문학동네 | 2015년 8월 "사건 너머의 사건, 사랑 건너의 사랑 "

    <표백>, <한국이 싫어서>등의 소설로 주목받은 '핫'한 작가 장강명의 다섯번째 장편소설. 우발적으로 고등학교 동창을 칼로 찔러 살해한 남자, 그 남자의 사랑을 늦게 깨달은 한 여자, 남자의 칼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로서 그의 곁을 맴도는 또 다른 여자. 속죄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에 작가는 독특한 구조를 입혔다. 세 명의 인물이 소개하는 세 개의 키워드가 총 열 다섯장에 걸쳐 겹겹이 수학적인 서사를 쌓고, '우주 알'은 시공간연속체를 건너 그 서사를 뛰어넘어 이야기의 앞뒤를 새로 조합한다. 소설은 그렇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를 반복해서 묻는다. 그러는 사이 개인의 세계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 구성된다.

    다양한 레퍼런스를 하나의 이야기로 조합하는 솜씨, 따옴표 없이 이어지는 짧고 간결한 대화체 문장, 논리적으로 잘 짜인 이야기의 구조는 이 이야기가 '잘 쓴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베이비로션 냄새. 겨드랑이 냄새. 비냄새. 젖은 나무와 이끼 냄새. 다크초콜릿 냄새. 강아지 발바닥 냄새. 그밖의 온갖 강렬하고 유혹적인 냄새들"로 기억될 첫 입맞춤의 풍경에 대한 묘사라든지,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고 고백하는 덤덤한 결의가 와닿는 지점 같은 것은 이 소설을 '좋은 소설'로 기억할 이유가 된다.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 수박 수영장
    안녕달 (지은이) | 창비 | 2015년 7월 "무더위를 즐기는 기발한 상상력"

    햇볕이 쨍쨍한 여름날, 커다랗고 시원한 수박 속으로 들어가서 논다면?

    한적한 시골 마을, 해마다 여름 햇볕이 한창 뜨거워지면 '수박 수영장'이 개장한다. 엄청나게 큰 수박이 "쩍" 하고 반으로 갈라지면 모여드는 사람들. 논일을 하던 아저씨들도, 고무줄놀이하던 아이들도, 빨래를 널던 아주머니들도 수박 수영장으로 달려간다. 커다란 수박은 수영장도 되고 모래사장도 되고,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두 모여 한여름의 무더위를 즐긴다.

    뜨거운 햇볕, 서걱거리는 수박 살, 붉고 청량한 수박 물, 아이들의 웃음소리, 시원한 소나기, 붉은 노을, 밤의 반딧불이 등 여름의 정취가 생생하다. 시원하고 호방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안녕달 작가의 첫 그림책.

8.112015
  •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은이) | 푸른숲 | 2015년 7월 "웬만하면 정상입니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자신을 찾아오는 이들 대부분이 “나는 정상이 아닌 것 같다.”며 문을 두드리지만 이야기를 나눠 보면 대체로 정상 범주라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 진단을 해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쉽게 수긍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문제를 찾아내기보다 문제가 아니라는 걸 확인해주어야 하는 반복되는 상황 끝에, 직접 ‘생활기스 상담소’를 열어 당신은 정상, 당신도 정상이라며 이야기 나눈 결과다.

    마음에 티끌 하나 없는 이의 인생을 삶이라 말하긴 어렵지 않을까. 하지현 교수는 살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상처를 ‘생활기스’라 부른다. 물건에 흠집이 났다고 당장 쓰지 못하는 게 아닌 것처럼, 당장 마음이 상하고 아프더라도 그것이 삶 전체를 망가뜨리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이런 생활기스는 누구나 겪는 일이고, 그렇다면 정상적인 상황일 가능성도 높다. ‘최선, 열심히, 완벽’을 강조하다 보니 조금만 다쳐도 전체가 무너지는 듯한 마음이 들지만, ‘웬만하면 정상’,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삶, 여전히 가능한 삶을 누리며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어디까지가 정상의 범주인지 파악한다면, 당신 또한 정상이라는 걸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 마션
    앤디 위어 (지은이), 박아람 (옮긴이)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똑똑하고 좋은 사람"

    화성에 탐사를 왔다가 홀로 조난당한 과학자가 있다. 그는 다음 화성 원정대가 올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나 수백 일이 걸릴 다음 원정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식량이 없다. 유일한 희망은 추수감사절 파티 용으로 가져 왔던 감자 몇 알이다. 그는 인류 최초로 화성에서 경작을 시작해야만 한다. 그런데 황량한 화성에서 지구의 작물을 키울 토양과 물과 이산화탄소와 영양분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마션>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첨단 장비를 출현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과학 지식을 최대한 활용한다. 화학과 생물학, 물리학, 전자공학 등 각종 과학 지식들이 총동원돼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료들을 하나씩 만들어 간다. 서바이벌 계의 맥가이버라고 할까, 기발한 과학적 공학적 응용력을 보고 있으면 신이 날 정도다. 합리적인 교육을 받고 낙관적인 사고와 유연한 응용력을 가진 인간이 얼마나 좋은 존재인지 증명하는 기막힌 소설로, 즐거운 과학 이야기를 읽고 싶은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 누가 더 끝까지 해내는가
    세라 루이스 (지은이), 박지훈 (옮긴이)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7월 "끝없이 다시 일어서는 힘"

    '완벽주의'는 흔히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하는 생각에서 비롯된 편집증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완벽'이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극단적이고 비인간적인 느낌에 오늘날 대다수가 쉽게 거부감을 갖기도 한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예술정책위원회 활동과 더불어 '오프라 파워리스트'에 선정되며 차세대 지식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세라 루이스는 그러나 이 '완벽'이라는 단어를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완벽'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결과가 아니라 그 단어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한다.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탁월함보다 자신의 한계에 집중했던 방식, 긴 세월 화가로 활동했던 모스가 전혀 다른 분야인 전신기를 발명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릿'의 힘, 마이너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게 만드는 헐리우드의 '블랙 리스트' 까지. 15세기 예술사에서 21세기 과학계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눈부신 꿈과 목표들,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좌절과 혁신의 순간들, 성공과 실패의 조용한 역사를 이야기하며 인간 행동의 특징과 가능성을 아름답고도 흥미롭게 설명해냈다.

  • 아름다운 가치 사전 2
    채인선 (지은이),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5년 8월 "더불어 사는 삶, 모두를 위한 가치"

    경청, 공감, 끈기, 바른 마음, 보살핌, 부지런, 생명 존중, 솔선, 아름다움, 양보, 우정, 자연 사랑, 자유, 절약, 절제, 정돈, 정성, 즐거움, 질서, 착한 마음, 평화, 함께하기, 협동, 희망.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그러나 아이들에게 그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은 가치들을 직관적으로 풀이했다. 일반적인 사전 형식과 달리 사례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의 경험과 감정들,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가져온 사례들을 실었다.

    50만 부 판매 베스트셀러 <아름다운 가치 사전>에 이어 10년 만에 펴내는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호평을 받았던 전작의 구성을 그대로 살리고, 개인의 행복을 넘어 타인과 공동체 그리고 자연에 이르기까지 범위를 확장했다. 책 전반에 걸쳐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강조된다. 그래서 ‘모두를 위한 가치’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 가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다양하게 보여준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지도하면서 참고할 수 있는 자료까지 꼼꼼하게 마련해놓았다.

8.132015
  •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카트린 지타 (지은이), 박성원 (옮긴이) | 걷는나무 | 2015년 7월 "7년 50개국,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오스트리아 최대 일간지 <<크로넨 자이퉁>>에서 기자로 일했던 저자는 10년간 일에서나 삶에서나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지냈다. 뿐만 아니라,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으면 견디지 못했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칭찬받기 위해 쉼 없이 일했다. 또 회사에서는 인간관계 단절, 가정에서는 이혼을 겪으며 인생은 불행하기만 했다. 6개월 동안 단 한 번도 소리 내어 웃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서른일곱의 어느 날, 여행을 떠났다.

    책은 7년간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낸 저자의 진솔한 기록이다. 여행을 통해 삶을 재점검하고, 더 이상 세상에 휘둘리지 않고 원하는 삶과 사랑, 그리고 일을 찾기까지의 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안전한 여행을 위한 9가지 체크 리스트, 여행을 기억하게 하는 글쓰기, 여행지 고르는 팁 등을 수록하여 홀로 여행하는 이들에게 유익한 여행의 기술도 알려준다.

  • 몸의 일기
    다니엘 페나크 (지은이), 조현실 (옮긴이)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7월 "육체에 담긴 일생"

    이 소설은 한 명의 남자가 10대부터 80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몸에 대해 남긴 일지로 이루어져 있다. 제어할 수 없는 발전기처럼 끊임없이 몸 안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날들에서 시작된 일지는 자연스럽게 죽음을 받아들일 정도로 서서히 육신이 고장나는 날들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이 일지는 자신의 몸 또는 몸과 연관된 사건들에만 한정되지 않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 행동, 이야기들까지 기록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육체와 그 육체가 가리키는 방향만을 바라보던 남자는 어느새 다른 이들의 시선과 사회의 시선을 읽게 되고, 그 시선들이 서로의 육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이 나이를 먹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 어떤 면에서는 더 성숙해지고, 예전에는 가졌던 것들을 가질 수 없게 되고, 더 많은 것들을 보지만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없게 된다. 소설은 한 인간과 함께 천천히 늙어간다. 느리고 낮은 음조로 다가오는, 거부할 수 없지만 부담스럽지도 않은 슬픔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 파리의 생활 좌파들
    목수정 (지은이) | 생각정원 | 2015년 7월 "21세기에 좌파로 살아가는 법"

    좌파의 삶이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마르크스 같은 구체적인 인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급진적인 이론을 내세우거나 세상을 전복하는 기획을 시도하거나 끊임없이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는 행동을 일삼는 사람 정도를 생각할 수 있겠다.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진 좌파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좌파를 자임하며 좌파로 살아가는 이들은 어떤 생각,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좌파 정당에 몸담았다가 지금은 파리에서 좌파로 살아가는 작가 목수정이 좌파의 오랜 이미지에서 벗어나 21세기 좌파의 초상을 새롭게 그리는 열다섯 명의 ‘생활좌파’를 만나 “목숨 바쳐 좌파 노릇을 하지도 않았고, 희생 따위를 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마치 걸치기 편한 옷마냥 좌파의 생각을 걸치고 누리”는 좌파의 삶이 여전히 얼마나 뜨겁고 새롭고 힘이 넘치는지 담아낸 결과다. 더 왼쪽인지는 모르겠으나, 더 인간적이고, 더 창조적이고, 무엇보다 더 삶에 가까운 건 분명하다. 어쩌면 애초 좌파가 꿈꾸었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 더 골 The Goal
    엘리 골드렛 (지은이), 김일운, 강승덕, 김효 (옮긴이)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8월 "피터 드러커가 극찬한 전설의 그 책"

    '30년 간 35개국에서 1천만 부 판매'라는 경이적 기록을 보유한 베스트셀러, <더 골 The Goal>의 국내 출간 14주년 기념판이다. 1984년 미국에서 출간 된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의 기업과 경제에 영향을 끼치며 세계적 MBA에서 필독서로 삼고 읽히고 있으며 피터 드러커, 제프 베조스 등의 경영 대가들이 최고의 경영서로 꼽은 바 있는 '그' 경영의 고전이다.

    책은 3개월 안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폐쇄될 위기에 처한 공장장 알렉스 로고와 직원들이 요나 교수를 만나며 자신들에게 닥친 위기의 원인을 되짚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소설의 형식으로 그린다. 핵심 경영 이론인 TOC(제약이론, Theory Of Constraints)를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면서,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했던 저자의 유연한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녹여내 인생의 근본적 질문과 울림을 동반한다. 새로 펴내며 다듬은 한결 매끄러워진 문장이 돋보이며, 현재에 알맞은 용어와 단어를 최대한 살리는 데에 힘을 기울였다. 또 출간 25주년 기념으로 저자 엘리 골드렛이 썼던 특별 기고문과 함께, 등장하는 주요 용어 해설까지 깔끔하게 정리하여 수록해 소장 가치를 더했다.

8.182015
  • 올 댓 이즈
    제임스 설터 (지은이), 김영준 (옮긴이) | 마음산책 | 2015년 8월 "신비한 반짝임들"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일대기다. 태평양전쟁의 참전 용사 출신으로 기자와 출판사 에디터를 거치며 20세기의 미국을 살아 온 남자의 긴 삶이 담겨 있다. 여기에 거대한 서사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스쳐가거나 오래도록 머무는 여러 인연들과 소소한 사건들, 성공하거나 실패한 결심들이 남자의 삶을 따라 담담히 흘러갈 뿐이다. 설터가 <올 댓 이즈>에서 묘사한 삶은 이렇듯 조용하고 차분하다. 실존의 의미 같은 거창한 이야기도, 역사의 격랑에 힘입은 뜨거움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대신에 설터는 그의 인생에서 기억에 남았음직한 순간들을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이혼하는 순간처럼 응당 기억에 새겨졌을 법한 장면도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저 스쳐지나갔을 뿐이었던 작은 인연이나 사건들도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다. 특별한 연유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인간의 내면이 그 작은 순간들 속에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생의 신비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연유를 알 수 없이 기억에 새겨진 순간들. 이해의 한계를 벗어난 반짝임들. 설터의 담백하고 섬세한 묘사는 그 순간들 속에 아낌없이 담겨 있다. 정말 많다. 아무래도 설터는 마지막 소설에 다다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사랑했는지를 고백한 것 같다.

  • 위기를 경영하라
    양사오룽 (지은이), 송은진 (옮긴이) | 북스톤 | 2015년 8월 "대륙의 승부사 화웨이의 전략과 철학"

    중국 기업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짝퉁' 또는 '가성비'와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제특허를 보유한 '하이테크 기업'이자 연구개발 인력만 약 7만 명,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은 (이 회사의 존재를 알든 모르든) 이들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 기업 역시, 국내에는 그 규모에 비해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중국 IT산업의 심장'이라고까지 불리는 화웨이의 이야기다.

    화웨이에서 실제로 근무한 이력이 있기도 한 저자가 5년에 걸쳐 이 기업의 동력과 철학을 연구하고 정리해 담았다. 책은 특히 <포춘>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리더'로 꼽기도 했던 창업자 런정페이의 경영철학에 집중한다. 화웨이라는 회사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그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와 혁신의 역사를 파헤쳤다.

  • 해방 후 3년
    조한성 (지은이) | 생각정원 | 2015년 8월 "선택한 것과 선택하지 않은 것"

    1945년 8월 15일 광복부터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까지 3년 동안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식민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를 세우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상상과 기획이 서로 마주치거나 비껴가면서 각자의 가능성을 한반도에 실현하려 도전하고 갈등했을까. 이 책은 일곱 명의 인물과 정치 세력을 중심으로 3년 동안 펼쳐진 역사의 가능성을 살피고, 그 가운데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지 오늘에 비춰 본다.

    일곱 명의 인물은 차례로 여운형(조선인민당), 박헌영(조선공산당), 송진우(한국민주당), 김일성(북조선공산당), 이승만(독촉국민회), 김구(한국독립당), 김규식(좌우합작위원회)다. 오늘날 이들에 대한 기억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듯 당시 이들의 생각과 활동도 한데 모이기 어려웠다. 혼란을 돌파하고 기틀을 세우는 중심은 민족이냐, 혁명이냐, 권력이냐로 갈렸고, 이를 실행하는 방식은 암살부터 협상까지 그야말로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엇이 남고 무엇이 사라졌을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제대로 걷지 못한 길에 대한 안타까움이, 그럼에도 여기까지 걸어왔다는 약간의 안도와 어렴풋한 자긍심이 머릿속을 맴돈다.

  • 너 없이 걸었다
    허수경 (지은이) | 난다 | 2015년 8월 "허수경, 시가 있는 뮌스터 산책"

    이광호의 용산을 시작으로 강석경의 경주, 박상미의 뉴욕, 강병융의 류블랴나까지, 꾸준하게 예술가들의 도시 산책기를 소개해온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 그 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시인 허수경이다. 1992년 독일로 이주하여 23년째 뮌스터에 살고 있는 시인은 생활자의 시선으로 뮌스터에 관한 깊은 사유의 글을 풀어낸다.

    시인은 오래된 도시의 기차역, 박물관, 시청, 거리를 천천히 거닐며 완성해낸 자신만의 뮌스터 지도를 펼쳐 보인다. 도시의 풍경과 사람들뿐 아니라, 도시에 깃든 문화와 역사에 관해서도 곱고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낸 단 한 장의 지도. 무엇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혹은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시인들의 시를 직접 번역해 들려주며 색다른 산책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8.212015
  • 조선왕조실톡 1
    무적핑크 (지은이),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조선왕조실’톡’? 네, 제대로 읽으신 겁니다"

    조선왕조실록의 내용과 의미를 구구절절 다시 옮길 필요는 없겠다. 실록은 그만큼 널리 알려졌고 숱하게 다시 불려나와 갖가지 방식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덕분에 이 책을 처음 본 이들은 실톡이 실록을 잘못 옮긴 게 아닌지 오해할 법도 하다.(마침 글자 생김새도 비슷하다. 이어지는 글에서도 실록과 실톡을 잘 구분하여 읽어주시기 바란다.) 확인하자면 ‘실톡’이 맞다. 실록은 당시 왕을 중심으로 오간 대화를 바탕으로 조선의 매일을 밀착 취재하여 옮긴 기록이다. 이를 오늘날 대화의 방식인 톡, 즉 메신저 대화창으로 옮긴 결과가 바로 실톡이다.

    실록이 기록된 때와 오늘날 사이에는 수백 년의 시간이 버티고 있어, 글자를 읽어도 맥락과 상황을 알기는 쉽지 않다. 실톡은 단순히 대화의 지면만 옮긴 게 아니라 이 시간의 간격을 뛰어넘는 적절한 상황 대입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실록 읽기에 도전한다. 신하가 왕을 대화창에 초대하고, 상소를 읽었다고 표시가 되는데 왜 아무런 답이 없느냐며 재촉하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태조, 정조 등 묘호에 가려 보이지 않던 표정이 생생하게 살아나고, 활자에 가려 보이지 않던 분위기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전혀 다른 실록 읽기가 비로소 시작된다. 이제 이 대화창에 당신을 초대할 차례다.

  • 하버드 경영학 수업
    필립 델브스 브러턴 (지은이), 조윤정 (옮긴이) | 어크로스 | 2015년 8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분투기"

    국내에는 베스트셀러 <장사의 시대>로 더 잘 알려진 필립 델브스 브러턴의 대표작이다. 입학과 수업, 강의와 시험, 취업과 졸업까지. '기회비용'의 개념조차 모를 정도의 '경영학 무식자'였던 저자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보낸 2년 간의 이야기를 전직 기자다운 솜씨로 생생하고도 재치있게 담아냈다.

    유치하고 어이없었던 신입생 환영 파티, 조별 과제를 하며 겪게 된 다양한 인간 군상과 갈등, 날선 토론과 때로는 악의적인 조롱이 난무했던 수업 현장의 풍경, 워렌 버핏이나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교수, 마이클 포터와 같은 대가들이 별 것 아니라는 듯 초청되어 펼치는 명강의들, 하계 인턴 구직과정과 취업 시즌을 거치며 겪게 되는 경험과 통찰까지. 다양한 배경의 인물이 모여 벌이는 캠퍼스 스토리가 현장에서 겪는 것처럼,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는 '그 곳'에서 삶을 통제하는 법과 새로운 언어 체계 즉, 숫자로 생각하고 경영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리고 동시에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목격한 민낯의 욕망들을, 무엇보다 그 흐름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밝힌다. 하버드가 가르쳐준 것들, 그 속에서 잃어버릴 지도 모르는 것들, 그리고 배울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 시노부 선생님, 안녕
    히가시노 게이고 (지은이), 김난주 (옮긴이) | 재인 | 2015년 8월 "부드럽고 정겹고 씩씩한 미스터리 단편집"

    <오사카 소년 탐정단>의 원제는 '나니와 소년 탐정단'. 나니와는 오사카 일대를 일컫는 옛 단어다. 확실히 이 시리즈에 등장하는 오사카는 노스탤지어에 물든 도시다. 오사카 변두리에서 농을 주고받으며 열심히 뛰어노는 아이들이 이 시리즈의 분위기를 책임진다. 사회의 어둡고 우울한 면모들이 등장하기는 해도 인물들은 거기에 물들지 않는다. 주인공인 시노부 선생님은 한결같이 쾌활하고 아이들은 그 어둠이 어떤 감각을 자극하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매 사건은 수수께끼를 한두 개씩 품고 있는데, 그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이 '탐정단'의 캐릭터가 사건 속으로 개입해 사건을 노스탤지어 속으로 가져간다. 그러는 동안 악의와 원한은 깎여나가서 부드러운 형태가 되고 만다. 이 탐정단의 최고 특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리 괴로웠던 순간이라도 어느새 괜찮은 일이 된다. 하여튼 묘한 시리즈다. 뛰어난 미스터리 단편집이라고 할 수는 없는데 특유의 정취가 있다. 으리으리한 걸작들을 순례하면서 지친 마음, 이 작은 소품집이 드리운 그늘 아래서 잠시나마 편히 쉬어가시기 바란다.

  • 이유가 있어요
    요시타케 신스케 (지은이), 김정화 (옮긴이) | 봄나무 | 2015년 8월 "현실이 아니라도 좋다, 이 멋진 상상!"

    "너, 또 코 후비니? 엄마가 하지 말라고 그랬잖아!" 엄마한테 혼나지 않으려면 이유가 필요하다. 남들은 코를 후비는 거라고 오해하겠지만, 실은 코에 달린 스위치를 눌러 '신바람 빔'을 쏘는 거다. 이 빔은 사람들 마음을 즐겁게 해 주기 때문에 야단을 치면 안 된다. 칭찬을 해줘야지! 자꾸만 밥알을 식탁에 흘리는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들이 밥 좀 나눠 달라고 부탁해서 그런 거고, 더러운 손을 바지에 쓱쓱 문지르는 건 꽃이나 백조, 백곰한테 닦으면 미안해서다. 빨대를 입에 물고 뽀글뽀글 기포를 만드는 건 하늘에 알리는 세계의 공통 신호, "일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요."

    요 개구쟁이 녀석의 말도 안 되는 허풍에 한 번 속아 넘어가 줄까 보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귀여운 변명을 듣고 있노라면, ‘거짓말이잖아!’라고 반박할 마음은 들지 않고 한없이 유쾌해진다. 아이들의 지저분한 습관, 예의 없는 행동과 마주할 때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을 갖게 될지도. 그 엄마에 그 아들이라고 했나, 이야기의 결말을 장식하는 엄마의 상상력도 만만치 않게 깜찍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갑자기 주변 사람들의 인기를 끌게 된다고 하는데(출처는 비밀에 부치겠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손가락 끝으로 유머 감각 향상제가 한 방울씩 흡수되기 때문이다(안 믿는 사람은 손해)! 선물이 하나 더 있다. 책 커버를 뒤집으면 등장인물들을 색칠할 수 있는 그림판으로 변신한다. 10만부가 넘게 팔린 전설의 데뷔작 <이게 정말 사과일까?>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매력 넘치는 그림책이다.

8.252015
  •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백창화, 김병록 (지은이) | 남해의봄날 | 2015년 8월 "책을 팔아 밥을 먹는 꿈을 꿉니다"

    서점이 줄어든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서점 수가 매년 줄어든다. 그럼에도 서점은 꾸준히 생긴다. 게다가 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 새로운 형식이다. 작은 책방, 동네 서점, 독립 서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이곳은, 책에 자기 이야기를 담아 전하는 책방지기, 그곳만의 취향과 기준에 따라 선별한 서가, 책만큼 매력적인 특별한 공간으로 독자를 불러모아 책과의 만남을 주선한다.

    이 책은 전국 각지에서 남과 다른 방식으로 책을 알리고 권하고 판매하는 작은 책방 이야기를 담았다. 충북 괴산에 한국 최초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을 세운 백창화, 김병록 부부는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작은 책방을 찾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서점의 의미를 확인한다. 소박하게는 “서점에서 책이 팔리는 꿈, 책을 팔아 밥을 먹는 꿈, 책이 곧 밥이 되는 그런 꿈”일 테고, 거창하게는 “중앙집권화, 대량화, 획일화된 사회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일이라 하겠다. 어떤 책을 어떻게 팔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독자와 충분히 교감하며 맞춤한 책을 권하고, 크고 작은 서점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꿈 같은 일이, 어디선가 어느새 시작되고 있다.

  • Money 머니
    토니 로빈스 (지은이), 조성숙 (옮긴이), 정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8월 "돈이라는 게임을 마스터하는 법"

    누구나 한번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하고 싶기 때문에 일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억지로 일하지 않고, 다음 달 공과금과 대출 상환액과 카드 할부금을 걱정하지 않는 삶. 토니 로빈스는 말한다. '그런 삶, 월급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달 수입이 없으면 다음 달 생활이 안되는 재무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 한 경제적 자유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거인의 힘 무한능력>의 출간 이후 책을 쓸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앤서니 로빈스가 돌아왔다. 이 책은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를 겪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고민하던 그가 도달한 해답이다. 돈의 법칙을 이미 터득해 남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금융 대가 50인을 만나 '돈'에 관해 묻고 그들이 돌려준 지혜와 통찰을 정리해냈다. 조언을 구한 대가들을 살펴보자면,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립자 레이 달리오, 역대 10대 트레이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폴 튜더 존스, 운용자산 2조 5천억 달러의 J.P.모건애셋매니지먼트 CEO 메리 캘러핸 어도스, 세계 1위 뮤추얼펀드 회사 뱅가드그룹과 뱅가드인덱스펀드 창립자 존 C. 보글 등, 세계 0.001퍼센트 자산을 움직이는 금융 대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이 외에도 워런 버핏, 존 템플턴 역시 '당연히' 등장한다.

    책은 이 쟁쟁한 세계 최고의 '머니 마스터'들이 경고하는 잘못 알려진 시장의 7가지 통념과 함께 성공으로 가는 7가지 계단을 보여주며, 머니 게임의 참관자가 아닌 당사자가 되기 위한 기초 규칙들, 인생의 포트폴리오를 스스로 설계하는 방법, 우선해야 할 행동 전략 등을 먼저 이 길을 간 '마스터'들이 직접 안내한다. 책의 볼륨이 상당하지만 천천히라도 끝까지 읽어보기를 권한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글솜씨를 통해 느끼는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부의 궁극적 의미, 삶의 가치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7번 읽기 공부 실천법
    야마구찌 마유 (지은이), 이아랑 (옮긴이)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공부는 머리가 아니라 기술이다"

    상반기 화제작 <7번 읽기 공부법>의 후속작이다. 도쿄대 수석 졸업, 재학 중 사법 시험, 1급 공무원 시험 패스라는 놀라운 이력을 가진 저자의 7번 읽기 공부법 '완결판'이다.

    전작 출간 이후,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을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요청에 힘입어 스스로 '마지막 강의'라 언급할 정도의 실천적 지침을 담았다. 전작에서 언급했던 7번 읽기의 단계별 포인트와 실행 지침은 물론, 각 단계마다 부딪히는 문제에 대한 Q&A까지 첨부해 알려준다. '읽기/듣기(입력), 쓰기/말하기(출력) 중 어떤 능력이 탁월한지 파악하라', '평균점이 아닌 최하점에 주목하라', '절대로 공책 정리를 하거나 밑줄을 긋지 마라' 등 실제로 자신이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며 성과를 거뒀던 공부 방식을 낱낱이 공개하며 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실전 공부법을 제시한다.

    '7번 읽는 공부법'이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자신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찾아 매일 직접 실천해보는 일의 위대함에 이른다. 좋은 공부 습관을 스스로 생각해보기도, 자신이 만든 방식을 꾸준히 지켜나가기도 하며 '7번 읽기'라는 테두리 안에서 조금 더 수월하게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실천'을 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유용한 팁을 남김없이 제공한다.

  • 영화의 맨살
    하스미 시게히코 (지은이), 박창학 (옮긴이) | 이모션북스 | 2015년 8월 "일본 영화 비평의 살아있는 전설로부터"

    수년 전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알라딘과의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글쓰기의 모범 사례로 하스미 시게히코의 <감독 오즈 야스지로>를 언급했다. 그 이유는 하스미 시게히코가 최고이기 때문이며, 한국에 나온 하스미 시게히코의 책은 <감독 오즈 야스지로> 한 권 뿐이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영화 비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하스미 시게히코라는 이름을 반드시 접하게 되지만, 그토록 익숙한 이름임에도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제 197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하스미 시게히코가 쓴 글들을 추려 담은 <영화의 맨살>이 그 갈증을 어느정도 해소해 줄 것이다. 영화에 대한 다양한 고찰과 진지하고도 독특한 유머 감각, 단호한 어투가 안겨주는 웅변적 효과 등 즐겁게 읽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 문체가 인상적인데, 거의 윤문을 거치지 않은 듯한(확실히 읽기 불편할 때가 있다) 직역투의 문장들은 어쩐지 한 세대 전의 한국 영화 비평들을, '키노'가 살아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 짧은 시절 이후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분석'할 도구를 찾아 정신분석학 등지를 떠돌았으나, 여전히 영화광인 채로 필름의 물성 따위를 사색하고 최고의 이마무라 쇼헤이가 최악의 브레송을 능가할 수 없다는 '영화적 규칙의 잔혹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남아 있었다. 이들에게 영화는 해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들이 쇼트를 모두 분해한다고 해도 그 행위는 영화를 정의내리고자 함이 아니라 영화의 신비를 보다 가까이서 체험하고자 하는 순전한 열정에 기인한다. <영화의 맨살>은 정말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갑작스럽게 주어진 (좀 다루기 까다롭긴 하지만) 멋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