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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슬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92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3년 7월 <끝내주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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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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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 * 현 도서는 종이 표지 양장본입니다.
문상훈을 만나면 진짜 대화를 하게 된다. 우리는 방송꾼처럼, 그러니까 업자처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입에 발린 말과 하나마나한 소리 같은 건 저리 치워둔다. 그도 나도 젊지만 가짜 대화에 신물이 날 만큼은 살아본 것 같다. 문상훈이 처음으로 글을 보여준 날엔 심장이 무지 빨리 뛰었다. 그가 너무 귀엽고 슬퍼서, 청승이 너무나 정교하고 고와서 마음이 아팠다. 아끼고 싶은 아픔이었다. 글이 좋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답장을 계속 썼다 지웠다 했다. 그 망설임은 나 때문이 아니다. 나보다 훨씬 어려운 청중이 늘 그를 주시한다. 문상훈이라는 엄격한 청중 말이다. 우리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문상훈이 자기 자신과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와서다. 뭘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냐는 타박을 들으며 그는 지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늘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꼴보기 싫은 자신을 징하게도 들여다보며 청춘을 백 번쯤 되살아본 것 같고 그러다가 아주 독특한 자의식들을 발명해낸 듯하다. 승화의 아이콘이 된 지금도 그는 알고 있다. 인생과 자기혐오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건 자신을 점점 더 미워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의 동료 작가 안담은 문상훈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모퉁이에 있었던 애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문상훈이 아무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된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그가 모퉁이에서 왔다는 사실은. 그가 쓰는 문장을 단번에 이해할 또다른 모퉁이 인간들을 생각한다. 나 역시 모퉁이에서 그를 바라본다. 어떻게 유튜브를 냉소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서 문상훈이 웃기고 있는데. 어떻게 TV 앞에 앉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서 문상훈이 도망치며 울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문상훈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문상훈의 얼굴이 이 책에 있다. 내 인생은 문상훈의 재능과 고독을 바라보며 흘러간다.
2.
  • 예약판매가 종료되었습니다.
문상훈을 만나면 진짜 대화를 하게 된다. 우리는 방송꾼처럼, 그러니까 업자처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입에 발린 말과 하나마나한 소리 같은 건 저리 치워둔다. 그도 나도 젊지만 가짜 대화에 신물이 날 만큼은 살아본 것 같다. 문상훈이 처음으로 글을 보여준 날엔 심장이 무지 빨리 뛰었다. 그가 너무 귀엽고 슬퍼서, 청승이 너무나 정교하고 고와서 마음이 아팠다. 아끼고 싶은 아픔이었다. 글이 좋다고 내가 말하자 그는 답장을 계속 썼다 지웠다 했다. 그 망설임은 나 때문이 아니다. 나보다 훨씬 어려운 청중이 늘 그를 주시한다. 문상훈이라는 엄격한 청중 말이다. 우리가 진짜 대화를 할 수 있는 건 문상훈이 자기 자신과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와서다. 뭘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냐는 타박을 들으며 그는 지내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늘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꼴보기 싫은 자신을 징하게도 들여다보며 청춘을 백 번쯤 되살아본 것 같고 그러다가 아주 독특한 자의식들을 발명해낸 듯하다. 승화의 아이콘이 된 지금도 그는 알고 있다. 인생과 자기혐오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살아간다는 건 자신을 점점 더 미워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나의 동료 작가 안담은 문상훈에 관해 이런 말을 했다. "모퉁이에 있었던 애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어." 문상훈이 아무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지금보다 훨씬 더 부자가 된다 해도 변하지 않는다. 그가 모퉁이에서 왔다는 사실은. 그가 쓰는 문장을 단번에 이해할 또다른 모퉁이 인간들을 생각한다. 나 역시 모퉁이에서 그를 바라본다. 어떻게 유튜브를 냉소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서 문상훈이 웃기고 있는데. 어떻게 TV 앞에 앉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에서 문상훈이 도망치며 울고 있는데…. 그렇게 많은 문상훈을 봤는데도 여전히 새로운 문상훈의 얼굴이 이 책에 있다. 내 인생은 문상훈의 재능과 고독을 바라보며 흘러간다.
3.
  • 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 김인정 (지은이) | 웨일북 | 2023년 10월
  • 17,500원 → 15,750 (10%할인), 마일리지 870원 (5% 적립)
  • (47) | 세일즈포인트 : 19,075
김인정은 세상과 닿는 단면이 놀랍도록 넓은 작가다. 그 면적이 광활하고 비옥한 건 기자로서 살아온 시간과 관련이 깊다. 속고 싶지도 속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 기자일 때 방황은 숙명이 된다. 고통을 측량하다가 자주 실패한 자, 취재의 핍진성과 폭력성을 곱씹어온 자가 옮긴 세계는 매끈하지도 딱 맞아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는 소망한다. 그처럼 눈을 크게 뜨고 볼 수 있기를, 그처럼 의심할 수 있기를, 그처럼 시선을 거둘 수 있기를, 그런 뒤에도 질문을 이어갈 수 있기를. 뉴스가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면 이 책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보도의 윤리뿐 아니라 응시에 관한 걸작으로 불리게 될 책이다. 수전 손택 이후엔 김인정이 있다.
4.
  • 법 짓는 마음 - 당신을 지킬 권리의 언어를 만듭니다 
  • 이보라 (지은이) | 유유 | 2023년 9월
  • 17,000원 → 15,300 (10%할인), 마일리지 850원 (5% 적립)
  • (13) | 세일즈포인트 : 2,476
읽는 동안 냉온욕 하는 것마냥 가슴이 차가워지고 뜨거워지기를 반복했다. 냉기가 돌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실무자의 실행 능력과 별수 없이 따뜻하고 물렁한 시민의 마음이 번갈아 읽혔다. 그런 사람이 만든 법들은 그 이름만으로도 내 마음을 흔든다. 인생의 아주 취약한 부분을 다루기 때문일 것이다. 가진 자를 더 가지게 하는 이야기 말고, 그늘진 구석과 벼랑 끝에 선 자의 이야기를 위한 책이다.
5.
책을 펼칠 때 내가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을 비비언 고닉은 어김없이 충족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내는 걸까? 온갖 함정이 즐비한 자전적 글쓰기의 한복판에서 그가 귀띔한다. 사실 거장들은 모두 페르소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나인 동시에 내가 아닌 서술자를 세공해야 한다고. 그의 말대로 에세이 쓰기란 내 안의 타인과 협업하는 일이다. 여기엔 분명 기술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극화하고 훌륭하게 통제하는 법, 인생과의 거리를 조절하는 법, 상황 설명도 일기도 아닌 '이야기'를 실어 나를 음성을 개발하는 법….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가닿을 수 없는 진실도 있을 것이다. 쓰려는 자에게 남은 과제는 타자가 나처럼 또렷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는 것뿐일지도 모른다. 비비언 고닉은 논픽션 작가가 지닌 독특한 창조력이 무엇인지 수십 년간 탐구해온 스승이다. 이 책의 세례를 받은 사람이 쓰는 글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을 의향이 있다. 글쓰기의 입문자와 대가 모두에게 유효한 책이며, 사무치는 지침과 전설적인 참고 자료로 가득하다. 자기 얘기를 잘 쓰고 싶은 사람뿐 아니라 자기 얘기를 초월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효할 것이다. 나는 이 책으로 나를 가르친다.
6.
이 책에 관해 이미 긴 해설을 썼지만 그래도 모자란 느낌이다. 나는 올해를 <루의 실패>가 세상에 나온 해로도 기억할 것 같다. 그만큼 걸작인 만화다. 직접 드라마 각본을 쓰다보니 강산 작가의 역량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그가 캐릭터를 만드는 기술, 상호작용하게 하는 솜씨, 뻔하지 않은데 죄다 믿어지는 대사들, 갈등을 꺼내놓고는 봉합하거나 봉합하지 않는 선택, 이야기를 작가의 작은 마음 안에 가두지 않는 자유로움 같은 것을 말이다. 나는 실패에 대한 책을 기다려온 것 같다. 성공을 위한 발판 따위 될 수 없는 실패에 관한 책을. 크게 꺾인 채로 살아가본 적 있는 어느 독자가 루와 친구들에게 공명하며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슬퍼지고 좋아진다. 모두가 한 번밖에 생을 살 수 없고 그것은 작가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작가는 동시에 여러 생을 살듯이 이야기를 쓴다. 강산은 그런 작가다.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4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그는 쟁쟁한 작가들의 스승이다. 나 역시 그와 함께 훈련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내게 어딘은 넘어야 할 산이자 돌아오고 싶은 언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료다. 동료가 무엇인지를, 스승과 제자와 라이벌과 원수가 어떻게 동료가 되는지를 어딘으로부터 배웠다. 그런 우정 때문에 누군가의 글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배웠다. 큰 사랑을 지닌 스승에게 배웠으므로 나도 그를 닮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딘을 만나지 않을 때에도 그의 넓고 깊고 독특한 시선이 내 주위를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8.
좋은 대화는 다 어디로 간 거냐고 냉소하는 이의 손을 덥석 붙잡고 이 책을 건네야겠다. 누구와 마주 앉든 ‘엄살원’은 수다의 극치로 손님을 데려가니까. 여기엔 분명 기술이 필요하다. 말하기와 듣기와 묻기와 옮겨 적기의 기술. 언어 때문에 환장도 해보고 구원도 받아본 자들만이 그것을 연마한다. 저항하지 않고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사랑도 있음을 아는 자들만이 투쟁에 지친 이를 곡진히 대접한다. 밥상에 정성과 지성을 죄다 바치는 엄살원 식구들을 본다. 이들이 상을 차리면 온갖 아름답고 치열한 이야기가 식탁에 쌓인다. 세계의 깊은 구멍들을 두루 살피는 이야기이자 흉터 난 이들이 서로를 모시는 이야기다. 그 모든 이야기가 밥을 나눠 먹으면서 흘러간다. 익숙하고도 여전히 진귀한 이 장면이 내 가슴에 사무친다. 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살고 너도 살기를, 울고 먹고 웃고 떠들고 노래하기를, 무엇보다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기를 바라면서 『엄살원』을 읽는다.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이렇게나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이 한 솥 가득 쪄놓은 만두들만큼 감격스럽다. 최선의 만남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온 세상에 외치고 싶다.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대화집이다.
9.
텔레비전에 그가 나오면 반갑다. 신뢰하는 배우니까. 하지만 그를 진정으로 형성한 것은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시간들일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 유독 슬퍼지곤 했던 시골집, 오로라가 있는 먼 나라, 바닥이 푹신했던 장례식장,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차 안, 바질이 자라는 앞마당… 가난하고도 애틋하고도 영광스러운 시공간을 지나는 사이 영화와 드라마 못지않은 일들이 그에게 펼쳐졌다. 그는 삶의 여러 장면들을 높은 해상도로 기억한다. 민감한 어린이가 자라 민감한 어른이 되었다. “너무 많이 울어버린 아이”였던 그가 눈을 씻고 세상을 다시 본다. 지난 시대의 어른들을 헤아리면서, 차별과 폭력 말고 오직 사랑과 평등만을 반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다듬는다. 이제 그는 식탁 맞은편에 앉은 아이가 훌쩍 자라버려서 울컥하는 아빠이자, 여자에게 기적 같은 능력을 강요하는 세사를 이상하게 여기는 남편이다. 가슴 속에 여린 유년을 간직한 채로 단단한 어른이 되어가는 그를, 읽으면 읽을수록 좋아하게 되고야 만다.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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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내게, 권준호는 미더운 동료다. 나는 그가 속한 디자인 팀 ‘일상의실천‘과 일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좋다. 우리 사이에 놓인 테이블 위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오해를 최소화하는 대화가 쌓여간다. 권준호의 팀은 텍스트를 읽는 데에 많은 시간을 쓴다. 텍스트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좋은 디자인을 쌓는다. 이때 우리는 어느 한 쪽도 갑이나 을이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는 동등한 협업이 무엇인지 그들과의 미팅에서 매 순간 느낀다. 동시에 권준호는 동시대의 여러 사건 앞에서 자주 가슴이 뜨거워지는 시민이다. 개선해야 할 문제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 자신이 갈고 닦아온 디자인 역량을 발휘한다. 자본에 아첨하지 않고자 낯선 결정들을 내리고, 협업자에게 보내는 메일 한 통도 놀랍도록 정교하게 쓴다. 아름다움과 의미라는 가치 앞에서 타협하지 않는 그를 보며, 디자인이 어째서 노동이자 운동이자 실천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사고처럼 일어나는 온갖 배움을 겪으며 일하고 있다. 대중’이라는, 때때로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들을 향해 끊임없이 애쓴다는 점에서 우리가 하는 일은 닮았다. 우리는 대중이 단순하지 않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받아들이는 대중의 미감이 과소평가 되어있다고 믿는다. 보이지 않는 힘 싸움과, 합의되지 않는 미감과, 답답한 소통의 한복판에서도 늘 최선의 결과물을 만드는 권준호가 놀랍다. 디자이너와의 대화는 지금보다 더 평등해지고 섬세해져야 할 것이다.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전국의 모든 작업자에게 권하는 책이다.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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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사랑은 사실 세 사람이 하는 것 아닐까. 당신과 나. 그리고 이 둘을 지켜보는 또 다른 나. 아니 에르노는 이 응시에 관한 대가다. 그의 책들을 읽어나갈수록 사랑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이 바로 응시임을 기억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보여질지 안다. 세계가 어떤 시선을 반복적으로 건네는지 안다. 그런 세계를 향해 아니 에르노가 돌려주는 것은 자신의 시선이다. 무엇을 응시해왔는지 세계가 알아차리게 만든다. 아니 에르노로부터 시선의 권위를 배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무뎌진다고 착각하기 쉬운 온갖 욕망을 사치스럽게 다루는 법도 배운다. 유감스럽게도 쾌락과 고독은 함께 간다. 쾌락이 두 개면 고독도 두 개가 된다. 그러므로 쾌락은 마음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떤 작가들은 쾌락 속에 지식이 있음을 안다. 그들은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야기를 알아보고 기꺼이 그것을 겪기로 한다. 자신보다 서른 살 가까이 어린 남자, 세대도 지역도 계급도 다른 이 타인과 함께 자기 삶의 모든 나이를 두루 체험하며 돌아다니는 이 여자에게 어떻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첫 페이지부터 빨려들어가며 읽다가 마지막 문장은 너무 좋아서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무엇이든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아니 에르노처럼, 다음 장을 향해 홀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서 행복한 자신을 발견하기만 한다면.
12.
청소년기 내내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를 읽고 또 읽었다. 인터뷰라는 장르가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는지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 그처럼 탁월하게 묻고 듣고 옮기는 작가가 되기를 꿈꾸곤 했다. 30대인 지금도 그가 새 글을 발표하면 부리나케 찾아 읽는다. 세월과 함께 그의 인터뷰 지평은 한없이 넓어지고 깊어졌다. 마치 망원경과 현미경을 번갈아 들여다본 듯한 문장을 그는 쓴다. 자신의 안쪽으로 깊이 침잠했던 사람만이 타인의 안쪽도 두루 살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고통의 무늬를 슬프고도 기쁘게 직면했던 사람만이 우주의 시선으로 인간을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를 쓸 때마다 등대처럼 김지수 기자를 떠올린다. 분명 그는 대화의 거장이다. 또한 쉼 없이 흔들리는 존재다. 이 두 문장은 지극히 서로를 필요로 한다. 진정으로 듣는 이는 흔들릴 수밖에 없으므로. 동시대 현인들을 마주한 그의 떨림과 울림을 책으로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13.
기후위기는 귀엽지도 재밌지도 않은 주제다. 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이 책은 어쩐지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주인공 구희가 그런 식으로 해낸다. 화석연료를 향한 저항은 어차피 긴 싸움이 될 테고 사랑과 유머 없이는 오래 버틸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봤자 안 변한다며 냉소하는 얼굴들 사이에서 구희의 움직임을 본다. 구희의 움직임은 작다. 온 지구를 들쑤셔온 추출주의의 기세와 규모에 비하면 먼지보다 작을 것이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구희는 말한다. 작은 것들을 손보는 걸 멈추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아주 커다란 구조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구희는 자연에게 놀라고 스스로에게 놀란다. 세계와 인류가 맺어온 관계를 공부하는 과정은 한숨과 경이로 가득 차있다. 무언가를 해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음에 절망해본 사람, 동시에 이것보다는 덜 해롭게 살아갈 수 있다고 희망하기로 한 사람의 책이다. 배운 것을 꼭꼭 씹은 뒤 정갈하고 쉬운 언어로 다시 차려놓았다. 기후위기에 대해 생각하기를 미뤄온 동료 시민들에게 건네주고 싶은 생태 입문서다.
14.
그에게는 언제나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있다. 우리가 지키지 못한 약하고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앞으로는 모든 것을 걸고 지킬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강물처럼 출렁인다. 지금보다 나은 선배, 시민, 이웃, 아내, 엄마, 언니, 그리고 피디가 되자는 그의 다짐은 그래서 바닥날 수 없다.
15.
유리의 글을 빼놓고는 사랑도 정의도 말할 수 없다. 그가 쓰는 인물들을 알지 못한다면 남녀에 관한 이야기든 돈에 관한 이야기든 실패로 끝날 것이다. 지하철로 향하는 수많은 인파 속에 유리가 있다. 이렇게 놀라운 글을 쓰는 그가 삶을 견디며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유리를 발견한다면 나는 지체 없이 달려가서 손을 꽉 붙잡고 말할 것이다. 퇴근하면 같이 맛있는 거 먹자고. 먹고 힘내서 계속 살아달라고. 너에겐 언어로 된 드넓은 땅이 있으니까. 우리의 영원한 주제일 가난과 노동과 불평등과 배신과 후회와 사랑과 정의를 네 옆에서 배우고 싶으니까. 나는 유리의 첫 책을 소중히 껴안고서 기다린다. 유리의 다음 책을. 더 오래 산 유리를. 유리와 유리를 닮은 여자들이 마음껏 살아도 좋은 세계를. - 이슬아 (작가, 헤엄출판사 대표)
16.
  •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내가 그림처럼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이현아의 뒷모습이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말하거나 움직이지 않는 채로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었다. 신중과 고요가 익숙해 보였다. 아름답게 그늘진 그 모습이 좋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내가 홀린 듯 바라봤던 뒷면을 이현아 자신은 보지 못한다. 그는 자기 앞쪽에 시선을 빼앗기며 영원 같은 하루와 찰나 같은 한 계절을 보낸다. 이 책은 그를 사로잡은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현아의 뒷면을 왜 잊을 수 없었는지 이제는 안다. 그가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탁월한,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글은 응시하는 사람을 응시하면서 쓰이곤 한다. 응시와 단둘이 남을 자신이 없어서다. 그러나 이현아는 거의 매번 응시와 단둘이 남는다. 그림의 과거와 미래를, 안쪽과 바깥쪽을, 욕망과 상실을 기민하게 감지한다. 감지한 뒤에는 써 내려간다. 삶에 대한 응시이기도 한 그 문장들은 서늘하게 비옥하다. 그가 성공적으로 침잠한 결과다. 그처럼 깊이 들어가볼 수 있기를, 쓰면서 가라앉을 수 있기를, 호수의 밑바닥 같은 삶의 아래쪽에서도 그가 해낸 것처럼 사치스럽고 평온하고 쾌락적일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17.
  • 판권 소멸 등으로 더 이상 제작, 유통 계획이 없습니다.
이것은 시시각각 변하는 장기하에 관한 책이다. 장기하가 시시각각 변하는 와중에 쓴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보물 같은 힌트를 얻는다. 장기하라는 장르에 대한 힌트다. 그는 산책을 오래 하고 돌아온 사람처럼 글을 쓴다. 나 역시 한가한 걸음으로 그가 통과한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따라간다. 따라가다보면 조금 알 것 같다. 장기하는 어쩌다 이런 장기하가 되었는지. 그의 명반들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노래 말고 글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지. 그가 쓴 문장은 싱겁고 단정하다. 그리고 이따금씩 애틋하다. 좋은 기억을 가지런히 간직해온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그는 새로운 장기하를 향해 가고 있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들을 뒤로하고 맞이할 미래에서 그가 또 무엇과 상관있어질지 궁금하다.
18.
  • 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 어딘(김현아) (지은이) | 위고 | 2021년 12월
  • 16,000원 → 14,400 (10%할인), 마일리지 800원 (5% 적립)
  • (13) | 세일즈포인트 : 1,071
그는 쟁쟁한 작가들의 스승이다. 나 역시 그와 함께 훈련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내게 어딘은 넘어야 할 산이자 돌아오고 싶은 언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료다. 동료가 무엇인지를, 스승과 제자와 라이벌과 원수가 어떻게 동료가 되는지를 어딘으로부터 배웠다. 그런 우정 때문에 누군가의 글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배웠다. 큰 사랑을 지닌 스승에게 배웠으므로 나도 그를 닮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딘을 만나지 않을 때에도 그의 넓고 깊고 독특한 시선이 내 주위를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19.
양다솔을 만나고 온 밤엔 꼭 글을 쓰게 되었다. 양다솔과 친구가 아니었다면 결코 쓰지 못했을 문장들이 내 책엔 수두룩하다. 하지만 나의 문장으로는 그가 지나가듯 던진 농담 한 편조차 제대로 전할 수가 없다. 양다솔의 이야기는 반드시 양다솔의 기세 좋은 말씨로 들어야 한다. 난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양다솔이라는 기막힌 코미디언의 데뷔를 말이다. 이렇게 웃기고 고달프며 엉망으로 훌륭한 애를 나만 안다는 게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구를 지경이었다. 드디어 완성된 그의 첫 책을 읽다가 방바닥을 쾅쾅 치면서 웃고 금세 셔츠 소매로 눈물을 훔친다. 책장을 덮으면서는 어김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것이다. 이토록 굉장한 희비극이라니. 이토록 궁상맞고 사치스러운 인생이라니. 내 절친의 오리지널리티에 탄복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의 가슴팍에 새겨진 소나무처럼 사계절 내내 씩씩한 마음을 이 책에서 본다. 양다솔이 진정으로 가난해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쓰는 글은 언제고 이부자리를 벗어날 기운을 준다.
20.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5월 27일 출고
    (중구 서소문로 89-31)
도대체 어떻게 매일 쓰는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것이다. 김신지의 책을 읽으면 된다고. 나약하고 게으른 영혼일지라도 이 책과 함께라면 매일 쓸 수 있다고. 물론 꼭 매일 쓸 필요는 없다. 다만 매일 써본 사람들은 안다. 나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스스로와 잘 지내는 이가 얼마나 많은 풍경을 껴안을 수 있게 되는지. 김신지는 세상과 나 사이의 우정 쌓기를 돕는 작가다. 꼼꼼하고 친절한 그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무미건조한 하루에도 이야기가 흐를 것이다. 아름답고 서글프고 유일무이한 기록의 정원이 생겨날 것이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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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구 서소문로 8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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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재미에는 중대한 이유가 있다. 좋은 이유든 슬픈 이유든 간에 말이다. 별생각 없이 웃는 사이 어떤 존재는 배제되고 사라지고 죽는다. 반대로 우리의 웃음이 누군가를 살리고 다시 시작하게 하고 계속하게 만들기도 한다. 웃음이 그렇게나 힘이 세다. 눈물도 마찬가지다. 《어제 그거 봤어?》는 무엇을 보며 울고 웃을지 함께 고민하는 책이다. 우리는 어떤 장면에 더 반응하거나 덜 반응할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다. 또한 재미란 학습해야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TV를 켜면 금세 복장이 터지는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책의 작가 이자연은 명민한 시청자로서 대중 방송의 큰 흐름과 디테일을 꼼꼼히 살핀다. 방송에 절망하면서도 방송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이런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이 답습해 온 후진 일들에 분노하면서도 화면 너머에서 준비를 마친 채 기다려 온 여자들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이런 글을 쓸 것이다. 방송가의 모든 이들이 읽으면 좋겠다. 어떤 종류의 방송이든, 보는 사람은 물론이고 만드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22.
서한나의 글을 처음 읽은 밤에는 잠을 못 잤다. 못 잔 이유는 많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너무 커다란 반가움 때문이었다는 얘기. 신문에 그의 칼럼이 실리는 날이면 눈 뜨자마자 찾아 읽는다. 도대체 매체들이 서한나에게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고 뭐 하는지 답답해하면서. 이렇게까지 말맛 있게 쓰는 작가가 우리 또래에 또 있던가. 나는 대체 불가능한 서한나를 따라 브루클린에 가고 가수원과 유성을 배회하고 천변을 걷고 술집에 앉고 낯선 냄새를 맡고 아직 안 먹어봤지만 알 것 같은 맛을 보고 더 볼 것도 없이 지긋지긋한 장면에서 환장하게 좋은 사유를 건져 올린다. 그러다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을 아끼게 되고 가보지 않은 장소들을 그리워하게 되고 야해지고 명민해지고 서울을 이상하게 여기게 된다. 서한나가 서울 아닌 장소에서 모아 온 보물들을 궁금해하며 이렇게 부탁한다. 더 말해달라고. 더 가르쳐달라고. 그는 지금 내가 가장 기다리는 작가다.
23.
나는 더 많은 여자들의 안전과 자유를 염원한다. 동시에 더 많은 남자들과의 우정을 기대한다. 이 두 가지가 상충하지 않는 세계를 꿈꾸고 있다. 그것은 남자가 계속해서 새로워지는 세계다. 이만하면 괜찮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만이, 타자를 어떻게 존중해야 할지 배우는 사람만이 새로워진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 사랑하게 될 남자들, 좋은 동료이자 스승이자 친구인 남자들과 마주 앉아 이 책을 읽고 싶다. 우리 사이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걸 최대한 많은 수의 남자와 함께 경험하려 한다. 살아보지 않은 삶을 존중하는 일에 관해 우리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할 것이다. 박정훈 기자의 글은 내가 참고하는 존중의 매뉴얼 중 하나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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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연재 노동자로서 《월든》을 읽는다. 소로우가 숲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지었을 때와 같은 나이다. 모든 페이지에서 그와 내가 얼마나 다른 일에 몰두하며 사는지를 실감한다. 소로우는 절제와 고립의 기술자다. 겸손하고 고집스러운 자세로 호숫가의 고요한 일부가 된다. 숲 생활은 꽤나 거칠지만 그것은 오히려 소로우가 자신을 부드럽게 다루는 방식이다. 지성과 체력을 겸비한 채 그저 좋은 동물이 되고자 했던 한 사람을 본다. 그는 200년 전의 인간이며 나는 월든 호숫가로부터 너무 떨어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점보다 닮은 점이 더 많다. 생에 관한 독창적인 표현이 마르지 않는 샘처럼 흐르는 고전이다.”
25.
이것은 책으로 자신을 지키는 사람의 이야기다. 김예림은 남루한 날에 떠올릴 남루하지 않은 이야기를 모은다. 과거의 여자들에게서 건져 올린 말과 글을 어젯밤 꿈처럼 기억하고 옮겨 적는다. 지난 역사 속 여자들의 웃음과 눈물이 자신에게 자국으로 남기를 바라서다. 그는 살아본 적 없는 시대의 여자들로부터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는 걸 안다. 영원해 보이는 조건, 태어난 나라, 인종, 성별, 지역, 계급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고민하며 읽고 쓴다. 그의 집은 오래된 여자들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워도 책들이 말을 건다. 그러자 꾹 닫힌 그의 입술이 저절로 열린다. 그렇게 열린 말문으로 이 책이 쓰여졌다. 김예림이라는 작가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배움은 그를 주저앉게 하는 동시에 일으키고 헤엄치게 한다. 한국의 비수도권에 사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여성 청년 노동자로서 김예림은 ‘자기만의 방’ 바깥의 이야기를 쓰려 한다. 이토록 멋진 날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왔다고, 너무 늦지 않게 말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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