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자다 깬 한낮 대청마루에, 봉당에, 마당가에, 싸리울에, 초가지붕에 쏟아지던 햇살은 살을 베듯 눈이 부신데 엄마도 누나도 뵈지 않고 낯설고 외롭고 슬퍼지고 막막하여 왈칵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
시를 쓸 때나 시를 읽을 때 가끔은 낯설고 먹먹한 그때의 마음이 찾아온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스무 해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엮는다. 눈이 내려 쌓이면 배낭 메고 북한산 숨은벽 올라 아무도 찾지 못하는 바위 틈새 시집 한 권 숨겨 두고 백운대, 인수봉 지나는 바람에게나 읽혀야겠다.
2019년 다시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