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이빈소연

최근작
2022년 8월 <하품의 언덕>

이빈소연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서 포착되는 행동 양식과 작은 제스처에서 갖게 된 의문의 근원지를 탐구하며 모호한 인간성을 담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 몰두한다.  

대표작
모두보기
저자의 말

<모든 것의 시간> - 2018년 10월  더보기

미아를 만들게 된 배경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있다.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같은 반에 악성 곱슬머리인 애가 있었다. 좀체 자라지 않는 머리를 늘 귀 위로 짧게 하고 다녔는데 내 눈에는 교복 치마에 그 헤어스타일이 그렇게 이상해 보일 수가 없었다. 나와 내 또래와는 영 딴판인 모습을 한 그 친구를 나는 조금 무서워했던 것 같다. 몇 달 동안 그 애는 말 걸어주는 이 없이 혼자 지내다 내가 보기에 괴짜 같은 또 어떤 애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우연히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를 가까이서 엿듣다가 너무 재미있어 나도 모르게 몇 마디 주고받게 되었는데 그때야 비로소 그 애가 어떤 얼굴인지 알게 되었다. 그 친구가 나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아주 당연한 걸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건 왜일까. 내가 아주 쓸데없이, 그런데도 정성스럽게 하나, 하나 ‘정상’이라는 단어를 새긴 모래알들로 쌓아 올린 세계가 사실 어마어마하게 부질없고 부끄럽다는 걸 배워가면서 종종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이런 거다. 지난해부터 ‘마동석이 되고 싶다’고 자주 생각하곤 하는데 여자로 살면서 피로한 일들이 자꾸 생긴 탓이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일일이 말하려면 입만 아프고, 아주 간단하게는 새벽에 집을 나설 때, 주차장을 지날 때, 공중화장실을 갈 때, 어두운 밤거리를 홀로 거닐 때, 그리고 아무 일이 없을 때도 내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아침부터 밤까지 긴장으로 이어진다. 거기에다 ‘내가 남자였어도 나를 이렇게 대했을까?’ 하는 일까지 발생하면 그 우울함이 정당한 건지, 그저 피해의식인지 알쏭달쏭한 것만으로도 피로가 되었다. 그래서 ‘마동석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그로 변신한다면 그냥, 방법을 알게 될 것만 같다. 무슨 일이건 간에. 요즘은 문득, 가끔씩은 슬픈 것에 전혀 슬퍼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맹렬하게 잔혹해도, 매 순간 완벽한 진심은 아니어도 사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나와 내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아주 오랜 어머니들과 여자들이 혐오받는 시간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 시점에는 더더욱. 하지만 사실 내 개인의 삶은 이 혐오의 정체보다도 선명하지 못하고 모순적이다. 나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여자고, 남자고 개의치 않고 좀먹으며 살고 있다. 나는 위로나 격려에는 젬병이라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할 것 같다. 그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이야기와 그림을 봐주시는 모든 분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