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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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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가끔은 길이 없어도 가야 할 때가 있다>

가끔은 길이 없어도 가야 할 때가 있다

우리들이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도 어떤 형식으로든 문자로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릴 때 고향 마을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조금 정리해보았다. 그때는 그러한 것들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일상이었던 것인데, 지금 보면 우리에게도 이런 이야기들이 있었구나 하고 새삼스러운 것 같다. 또한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에 걸쳐 대학을 다녔던 내가 겪은 이야기도 일부 정리해보았다. 특수한 이야기가 아닌 흔히 있었던 이야기들이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제4부는 대구 시월항쟁과 관련된 시편들이다. 시월문학제 위원장을 맡아오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다하지 못해서 늘 미안했다. 그 미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쓴 것들을 조금 정리해보았다. 이번 시집은 한 시대의 이야기들을 문자로 기록해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다. 때로는 거칠고 투박한 표현이라도 그대로 두었다. 지나간 한 시대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데에는 감정이 정제되지 않아서 힘들었다.

마네킹도 옷을 갈아입는다

한때는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한 시대를 조롱하며 살고 싶었다. 나를 조롱하고 세상을 비웃으며 희희낙락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용기가 없어서 밥 빌어먹는 일터를 버리지 못했다. 나와 가족들의 목줄이 달린 달랑거리는 그 끈을 끊어버릴 용기가 없었다.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또한 나는 한 시대를 조롱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세상을 읽어낼 만한 눈을 갖추지 못했다. 세상을 놀려먹기에는 두루 알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고 두루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갖추지 못했다. 때로는 어설픈 방관자로 희희낙락까지는 못 가고 적당히 희·락거리다가 옆 눈치나 보기도 하고 때로는 만용을 내어 어설픈 시대의 검객인 양 칼을 휘둘러보기도 했다. 그것도 부끄러우면 세상에서 발을 빼고 한 발쯤 물러나려 했다. 세상과 단절되어 신문도 없고 라디오나 텔레비전도 없는 곳에 있어도 보았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만 살 수 없는 것이 또한 삶이더라. 나는 조그만 텃밭이 하나 있다. 그곳에 가면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삽으로 땅을 파며 땀을 흘리고 있으면 나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가 있다. 나물 몇 포기가 자라는 것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만 하다가 집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일상에서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으면 밭으로 간다. 3부의 시편들은 부모님들에 관한 것이다. 두 분 모두 이제 만날 수가 없다. 특히 어머니와의 은밀한 대화는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글을 쓴 지 10년이 넘었지만 남들에게 보이지 아니한 것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것들도 하나의 집착에 불과하다. 이제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어둠의 축복

글을 쓰면서 자본주의적 질서를 무시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참 가다가 돌아보면 어느새 자본주의의 질서 한가운데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그것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해 본다. 삶을 둘러싼 어떤 것도 내 스스로 바꿀 수는 없었다. 단지 벗어나려고 노력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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