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국내저자 > 소설
국내저자 > 희곡

이름:하일지

성별:남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직업:소설가 교수

최근작
2022년 10월 <늙은 떡갈나무한테 시집간 처녀 이야기>

경마장 가는 길

무엇을 쓸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하여 나는 항상 인간과 그 인간이 처해 있는 현실을 써야 한다고 대답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 나는 가급적이면 그것(즉, 인간이나 인간의존재를 드러내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여야 한다고 대답한다. 끝으로, 왜 그것을 그렇게 쓸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서 나는 흔들림 없는 소신을 가지고 대답한다. 어떤 것, 즉 인간과 인간이 처해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만 하면 대부분의 경우 상당한 미적 가치를 갖는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나의 독자들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거나 깨우쳐주려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만약 내가 쓴 글을 읽고 나의 독자들 중에 어떤 이가 무엇인가 가르침을 얻거나 깨우치게 되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내가 의도했던 것이 아니다. 나는 독자들이 나의 글을 읽음으로써 그들의 의식이 보다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한다.

내가 음모하고 있는 방법들이 우리 시대의 인간의 상황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포획해 낼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해서 나는 아직 무어라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지금껏 우리가 해온 그 반복적 어로 작업을 다음 세기의 독자들은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위험한 알리바이

오래 전부터 나는 추리소설이 아닌 추리소설을 써보고 싶어했다. 추리소설처럼 보이면서도 추리소설이 아니고, 추리소설이 아닌 것처럼 보이면서도 추리소설인 그런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추리소설의 형식이 지울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은 커다란 낡은 벽시계나 마찬가지로 생명이 없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매력 있는 낡은 형식을 하나의 생명 있는 것으로 만들어보려면 일단은 그것이 갖는 기계주의적 정밀성을 파괴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나의 음모는 하나의 추리소설이 아닌 추리소설을 써보는 것이었다. 이 작품을 나는 지난 여름 제주도에서 썼다. 그 뜨거운 제주도의 여름 햇살 속을 혼자 걸으면서 나는 인간의 비극적이고 숙명적인 아이러니를 상상하고 있었다.

진술

나는 이제 또 한 권의 소설을 독자들 앞에 내어놓는다.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내가 써온 소설들 중에서도 가장 짧다. 그러나 가장 긴 시간에 걸쳐 씌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1998년 5월에 쓰기 시작하여 2000년 5월에서야 탈고할 수 있었으니 무려 2년이 걸려 그 완성을 보게 된 것이다. 나의 다른 작품이 3,4개월 혹은 4,5개월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이 짧은 소설은 너무나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아니할 수가 없다. 정말이지 이번처럼 고통스럽게 쓴 작품도 달리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을 쓰면서 내가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고뇌에 찬 한 인간의 독백을 한줄 한줄 떠올려 옮기는 일이었다. 이 일은 얼마나 고통스런 것이었던지 피하고 싶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쓰는 일은 나에게 있어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의 그 혼란스런 모놀로그는 곧 내 내면의 언어들이고, 나는 그것을 진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절대성 앞에 봉착해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마침내 이렇게 모든 것을 진술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이로써 나는 아홉번째 소설을 내는 셈인데 내 생애에 내가 해야 할 그다지 많지 않은 숙제 중의 하나를 해냈다는 생각이다. 다른 작품을 낼 때도 그러했지만, 이번에도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을 원치 않는다. 왜냐하면 이 작품 역시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유익한 정보나 교양을 주지 못하고, 따라서 그런 것을 구하려 했던 독자들은 크게 실망을 하게 될 텐데, 나는 그들에게 굳이 실망감을 안겨주고 싶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에 이상한 호기심을 발동시켜 10년 이상을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에도 이제는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도 나의 몇몇 애독자들만이 이 책을 읽고 실망하지 않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분들만을 위해 글을 쓰게끔 되어 있는 나의 운명에 대하여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나는 행운으로 생각한다. 이 작품을 내면서 나는 특히 김병익 선생님께 감사한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그렇겠지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이 작품의 원고를 꼼꼼히 읽어봐주신 선생님의 친절과 성실성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 작품을 출판하는 데 선뜻 동의해준 문학과지성사 채호기 사장님께도 감사드린다. 2000년 10월 하일지

하일지의 '나'를 찾아서

내가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몇 해 전 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갔을 무렵이었다.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흔히 그렇듯이 내 아들 또한 인생에 대하여, 특히 자아의 문제에 대하여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 같았고, 그 결과 어떤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아들을 위하여, 그리고 같은 또래의 내 제자들을 위하여 인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 쓰고 싶었던 것이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