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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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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다시 봄,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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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내 생의 중력에 맞서

“저는 인간이 통과할 생로병사의 관문이 ‘중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고통”이라고 하지요. 우리 삶은 죽음이나 질병, 노화, 망각, 사랑, 이별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우리 인생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해요. 평범한 삶을 사는 누구나 거대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이럴 때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과학이 행복, 사랑, 성격, 감정, 기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간과 삶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살펴보고, 과학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은 지배나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과학책 읽기의 출발점에 ‘우리의 경험’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앎을 통해 자기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나은 과학기술,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내 생의 중력에 맞서

“저는 인간이 통과할 생로병사의 관문이 ‘중력’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고통”이라고 하지요. 우리 삶은 죽음이나 질병, 노화, 망각, 사랑, 이별처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우리 인생은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해요. 평범한 삶을 사는 누구나 거대한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죠. 이럴 때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과학이 행복, 사랑, 성격, 감정, 기억, 질병, 노화, 죽음 등 인간과 삶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살펴보고, 과학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과학은 지배나 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의 무지와 편견을 깨고 세상을 바꾸는 해방의 언어가 되어야 하니까요. 저는 과학책 읽기의 출발점에 ‘우리의 경험’을 세워놓았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앎을 통해 자기 변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더 나은 과학기술, 사람을 위한 과학기술을 만들 거라고 믿습니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

2012년 8월 출판사에 초고를 넘긴 날, 나는 잠들지 못했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라는 책 제목부터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투성이였다. 처음 이 책을 구상할 때 한국 과학사와 서양 과학사를 균형 있게 배분해서 설명하려는 생각이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원고를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좌절감이 밀려왔었다. 화려한 서양 과학사에 비해 한국 과학사는 초라하기 그지없고, 식민지 역사를 들춰내는 것은 아픈 상처를 다시 건드리는 불편한 일이었다. 밤새 나는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았다. 뉴턴, 갈릴레오, 이광수, 염상섭, 패러데이, 에디슨, 박태원, 다윈, 이상, 유카와, 아인슈타인, 김용관…. 서양의 위대한 과학자들 사이에 한국인의 이름을 넣는 일을 마치 나의 소임인 것처럼 여기며 글을 썼다. 무조건 이상과 김용관을 내 책에 등장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원고를 마칠 수 있었다. 이런 기억들을 떠올리며 출간을 앞둔 불안감을 잠재웠던 것 같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는 가슴으로 읽는 과학책이다. 나는 지난 과거를 기억하고 서술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 과학사를 중심에 놓고, 유럽의 과학사를 우리의 주변부로 상대화시켰다. 과학기술은 우리 삶의 문제이고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니까. 지난날의 불행과 고통을 잊지 말고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에서였다. 왜 과학을 공부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역사와 시대적 배경을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다. 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삶의 터전을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후 한 강연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선진국 등 외국의 과학기술과 비교해서 한국 과학기술의 장점이 무엇입니까?”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하지 않고 “우리가 가진 아픈 역사가 장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식민지 지배는 부끄러워하고 감춰야 할 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성장에 자양분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 이상은 아픈 역사의 주인공이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를 읽은 독자들은 모두 이상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리고 이상과 일본의 유카와 히데키(湯川秀樹, 1907~1981)를 어떻게 비교해서 쓰게 되었냐고 묻는다. 모든 일이 우연히 일어난 사건이었다. 어느 날 유카와가 27세에 중간자를 발견했다는 대목을 읽다가 불현듯 27세를 앞두고 죽은 이상이 떠올랐다. 이상은 일제의 강제병합이 있었던 1910년에 태어났는데, 유카와는 그보다 3년 일찍 1907년에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적으로 다른 두 천재의 인생에 감전된 나는 이상과 유카와의 삶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이상의 시에는 선, 삼각형, 원, 평면, 입체, 유클리드 기하학, 속도, 좌표, 광속, 해부 등과 같은 근대과학의 용어가 나온다. 예컨대 「선에 관한 각서」 연작시는 숫자와 도형, 기호가 어지럽게 나열되어 있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오감도」의 구절이다.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를 반복하는 구절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독자들이 이상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쾌하게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상의 시가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이 있다. 서양의 근대과학은 지배자의 언어였다는 것. 거의 이해할 수 없고 쉽게 다가갈 수도 없으며, 우리 삶과 겉돌고 군림하는 언어였다. 입장을 바꿔서 서양인들이 한국의 전통과학을 배운다고 가정해 보자. 유럽인들이 기와 음양오행의 자연관으로 처음 과학을 접하고, 한자어로 쓰인 문헌을 보았을 때 심정이 어떠했을까? 아마 한자의 조합과 나열은 외계 암호로 보였을 테고,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어서 답답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심정을 이상은 자신의 언어로 풀어서 시로 쓴 것이다. 참혹하고 절망스러운 내면 세계가 추상적인 기하학과 과학적 언어로 표현되었다. 아직도 과학은 우리에게 진입장벽이 높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등학교 때에 수학과 과학을 포기했다는 말을 종종 한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가 경험한 과학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려고 했다. 그리고 과학의 개념을 최대한 친절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다. 과학책이 더 이상 외계어로 쓰인 책이 아닌, 앎의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개정판을 내면서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했던 때로 돌아가 보았다. 계약서를 쓴 해가 2009년이었고, 탈고하기까지 족히 3, 4년이 걸렸다. 세 번 이상 전체 원고를 뒤엎어 다시 쓰면서 겨우 탈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내 작가 인생에 많은 일이 있었고 그만큼 세월이 쌓여가고 있지만 이 책을 쓰던 시절에 가졌던 비장함과 진지함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과학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우리 역사에도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다시 책을 선보이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 과학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갈 독자들에게 희망을 걸어 본다. 개정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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