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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화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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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캘리학개론>

캘리학개론

얼마 전 다섯 번째 개인전시회을 무사히 마치고 봄기운을 느끼고 있는 4월입니다. 개정판 마무리 작업을 위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2020년 10월 캘리학개론 ‘화선캘리’편이 출간된 지 몇 개월 만에 전국 서점에서 판매완료되었습니다. 출판업 신고부터 시작해서 독립출판물로 직접 제작했기 때문에 출판 후 얼마나 많은 호응을 얻을지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전국 서점에 풀리고 얼마 후 빠르게 매진되었고 붓향으로 직접 연락하여 구매의사를 밝히시는 분들과 수업을 배우는 분들의 구매로 제가 보유하고 있던 얼마 남지 않은 분량마저 소진되었습니다. ‘화선캘리’를 향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절판 후에도 이어지는 구매 요청으로 2쇄를 준비하면서 책의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서 기다리신 독자분들에게 다듬어진 책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그러던 중 출판사를 통해 출간하면 일련의 출판과정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생각의 다리’와 출판계약을 맺게 되었습니다. 캘리학개론은 ‘화선캘리’의 핵심과 원리를 쉽고 명쾌하게 썼습니다. 전국에서 화선캘리를 배우고 있는 분들께서 이화선체를 익히면 익힐수록 책을 펼쳤을 때마다 다시 깨달아지는 새로움이 있다고 전해 주었습니다. 기존 캘리학개론을 다시 보완하여 출간한 개정판이 그동안 기다려주신 분들과 캘리그라피를 연마하시는 모든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재출간까지 기다려주시고 몇 번이나 전화로 문의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더 감사를 드립니다.

캘리학개론

화선지 뭉치들이 바닥에 쌓여갈 때쯤이면 내 열 손가락 손톱 사이사이에도 검은 먹물 짙게 물들어 간다. 못생긴 내 손을 처음부터 사랑하진 않았다. 몇 해 전 유럽에서 개최된 동양문화축제에 초대되어 캘리그라피 한글 퍼포먼스와 시연회ㅡ 그리고 작품 전시회를 진행했다. 손톱을 물딜인 먹물이 비누에 씻어도 얇은 막처럼 남아있어, 다음 날 또 손톱을 물들이고 다시 물들이더니 결국 회색빛이 되어 돌아왔다. 무리한 일정과 공연 후유증으로 일주일 이상 쉬어야 했다. 그러다 문득 보게 된 내 두 손을 참으로 오랜만에 깨끗한 손이었다. 순간 내 머릿속을 지나가는 자의식은 ‘이건 작가의 손이 아니다.’ 그만큼 난 검은 먹 때 낀 그 손에 익숙해져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벼루와 닿은 먹이 적당한 농도를 만들 때까지 먹을 가는 일정한 속도와 벼루에 닿는 바닥의 넓이, 그리고 먹의 기울기를 일정하게 중심축을 유지하는 것, 이런 작입이 어린 나이에 지루할 법도 했지만, 나으 그 시간이 즐거웠다. 그것은 막역함이 아닌 목적으로 가는 과정이었기에 즐거운 기다림이었다. 온몸은 움직이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농도와 향기에 저절로 민감해졌다. 그렇게 먹을 갈아 놈담을 구분할 수 있었고, 화선지의 두께와 결을 고려한 먹의 양과 속도를 조절해 원하는 선의 흐름과 번짐을 즐길 수 있었다. 내 삶은 화선지 위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간을 타고 흘러와 번짐처럼 자국을 내었다. 그렇게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습관 같은 반복과 연구를 통한 글씨는 ‘그림 글씨’로 확장된 ‘화선캘리’가 되었다. 이론과 실기는 시대와 문화의 현실 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변화되고 있다. 주관적이고 광범위한 것들을 하나로 귀결시켜 변화된 새로운 이론들이 생겨난다. 어쩌면 다른 듯 다르지 않고 같은 듯 전혀 다른 캘리그라피의 다양한 적용으로 결국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닿은 욕구의 필요가 정돈돼 가는 것이 아닐까. 글씨의 진정성과 예술성은 품격이 되어 인공지능이 채워주지 못할 마음의 빈자리까지 그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시대의 다양성과 혁신적 변화에 예술적 가치를 승화시킨 글씨 예술의 미래는 밝고 힘차다. 또한,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이라는 것을 해외활동을 통해 경험했다. 한국을 통해 작품을 그려냈을 때 그들은 환호했고 이렇게 아름다운 글씨가 어느 나라 글씨냐고 물어왔다. 대한민국의 문자인 한글을 설명할 때 내 가슴엔 작은 불꽃 하나가 생겨났다. K-pop이 세계를 흔든 것처럼 한글을 심상 글씨로 표현하는 ‘화선캘리’는 예술적 가치를 더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리라고 믿는다. ‘화선캘리’를 배우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오는 배움의 욕구들을 만날 때마다 겸허해지는 감사와 함께,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지 못한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 책이 더 확장된 시간과 공간에서 활용되길 바란다. 이론과 실기가 실제로 적용되도록 모든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두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난 캘리그라피를 만지고 담아 아름다운 본연의 심성을 화선지 위에서 펼치기를 기대한다. 또, 그 걸음을 모아 더 아름다운 길을 만드는 과정이 ‘캘리학개론’이 되길 소망한다. 책 한 권이 엮어지기까지 한 사람의 지식과 열정이 아닌, 많은 이들의 사랑 어린 수고와 긍정 에너지가 함께 필요했다. 배워서 남 주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기쁨을 되돌려 받는 것이다. 이 책이 그러한 과정의 도움닫기가 되길 바라며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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