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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항구의 사랑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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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이 기억하고 싶은 이름과 시간들"
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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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바깥은 여름> <비행운> 등 다수의 소설을 통해 단단한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김애란 작가의 첫 산문집. 2002년 등단한 이후 17년여 동안 작가가 기록해온 원고들을 담은 이 책은 '김애란을 스쳐간 사람과 풍경과 사건', '김애란이 기억하고 싶은 이름과 시간'에 관한 촘촘한 기록이다.

어머니가 20년 넘게 손칼국수를 팔고 8년 넘게 가족이 살았던 국숫집 '맛나당'의 추억과 국수 판 돈으로 세 딸의 학비와 방세, 생활비를 모두 대셨던 어머니의 이야기, 상경 후 처음 방을 구하던 날의 날씨와 방에서 보낸 시간과 풍경, 등단 소식을 처음 접했던 날의 기억,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을 다시 펼친 서른다섯 살의 어느 날, 편혜영 작가에 관한 애정 어린 글, 그리고 문학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 때로는 나지막하게, 때로는 당차게 또 때로는 뜨겁게, 하지만 작가다운 따스함과 담백함은 유지하면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설가로서의 김애란뿐 아니라, 학생이자 딸이자 아내, 시민으로서의 김애란을 한 권의 산문으로 모두 만나게 된다. 작가가 기억하고 싶어 적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다 실패한 시간과 드물게 만난 눈부신 순간'들이 천천히, 그리고 깊숙이 마음에 스며든다. - 에세이 MD 송진경
이 책의 첫 문장
지금까지 여러 장소에서 살았다. 그중 기억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데도 있다.

책 속에서
고3 여름방학 때 나는 사범대학에 가라는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고 몰래 예술학교 시험을 봤다. 그건 내가 부모에게 한 최초의 거짓말은 아니었을지라도 결정적 거짓말이었다. 나를 키운 팔 할의 기대를 배반한 작은 이 할, 나는 그게 내 인생을 바꿨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내 몸과 마음을 길러준 팔 할, 갈수록 뼈가 닿고 눈과 귀가 어두워져가는 그 팔 할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어릴 땐 꿈이 덤프트럭 기사였고, 아는 것 적고 배운 것 없지만 '그게 다 식구니까 그렇지'라는 말로부터 멀리 달아나셨던 분, 그렇지만 아주 멀리 가지는 못하신 분. 내겐 한없이 다정하고 때로 타인에게 무례한, 복잡하고 결함 많고 씩씩한 여성. 그리고 그녀가 삶을 자기 것으로 가꾸는 사이 자연스레 그걸 내가 목격하게끔 만들어준 칼국수집 '맛나당'이 나를 키웠다, 내게 스몄다. _ '나를 키운 팔 할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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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첫사랑 이야기"
항구의 사랑
김세희 지음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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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한 나날> 김세희의 어떤 첫사랑 이야기. 2000년대 초 항구도시 목포. 명문 여고에 재학하던 소녀들. 아이돌을 사랑했고, 칼머리를 유행시켰고, 팬픽을 읽었고, 같은 학교의 소녀를 사랑했다. "나는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아니면 왜 지금까지는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라는 물음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부끄럽게 여겼던, 혹은 하찮은 것이라 확신했던 그 때의 이야기가.

'그런 애들'처럼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학교 연극부 대본을 쓰며 주연배우로 연기를 하던 '민선 선배'를 만나게 됐다. 선배에게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아이인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싶어 애가 타고, 2년 후 함께 서울로 대학을 가 함께 살자고 얘기하며 보내던 시간들. 대학에 간 후 남자친구를 사귀고, 여자와 사랑에 빠졌던 과거의 나에 대해 잊은 듯 어른이 된 나에게 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묻는다. "우리 고등학교 때 말이야, 그때 그건 다 뭐였을까?"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했던 한 여자아이가 내가 누구를 좋아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점차 알아가며 작가가 되기까지. 두고 왔지만 잊은 적 없는 그 첫사랑 이야기가 진솔하게 펼쳐진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내가 어릴 때는 요즘과 달리 부모들이 아이를 일찍 학교에 보내려 했다.

이 책의 한 문장
가끔 그 애들이 부러웠다. 그건 종교가 없는 사람이 가끔 신자들을 부러워하는 심리와 비슷한 데가 있었다. 1초도 빠짐없이 나를 주시하고 언제나 나의 편이 되어 주는 신이 있으면 사는 일이 한결 든든하지 않을까.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는 상관없다. 그걸 믿으면 얼마나 위안이 되겠나. 그가 실제로 그걸 믿는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는 눈동자 같은 신의 존재를 느끼며 힘을 내어 하루하루 살아갈 테니 말이다. 그 애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강도 높은 수험생 생활을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연인 관계를 누리고 있었다.

북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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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고, 싸우고, 버틴다, 장강명의 한낮의 노동"
산 자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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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연작 소설.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3부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2010년대, 약자에게서 그가 약자가 된 이유를 찾아내는 데에 너무 익숙해진 이 시대의 노동 문제를 열 편의 소설로 서술한다.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알바생 자르기>,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현수동 빵집 삼국지> 등의, 발표할 때마다 화제가 되었던 소설이 실렸다.

외국계 기업 정규직인 '나'는 비용 절감을 위해 대표의 지시로 알바생 '혜미'를 잘라야 한다. 한 달에 165만원을 받는 그를 해고해야 하는 이 상황이 불편하지만, 권고사직이라면 위로금을 받아야 하겠다고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는 혜미의 '바른 말'에 어느새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른다. (<알바생 자르기> 中) 그룹에서 발행하던 잡지가 폐간하게 되며 잡지 팀 전원이 대기발령 상태에 놓인 직원들. 자신만 빼고 혼자만 '산 자'가 되어 이 자리를 빠져나갈까 눈치를 살피고, 버티는 서로를 미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대기발령> 中) '산 자'와, '죽은 자' 사이, 정말 미워해야 할 구조는 구름보다 높은 곳에 가려져 이제는 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서로 싸우는 이들만 지상에 남아있다. 소설가가 되기 전 기자로 오래 글을 써온 작가 장강명은 정확한 취재,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태도로 우리 사회의 이 풍경들을 말한다. 작가는 "공감 없는 이해는 자주 잔인해지고, 이해가 결여된 공감은 종종 공허해집니다."라고 작가의 말을 썼다. 열렬하지 않은 문장들이 묘사하는 평범하게 멸시하는 날들의 세밀함이, 뜨겁지 않아 더욱 아프다.
- 소설 MD 김효선
이 책의 첫 문장
사장이 혜미에게 처음 관심을 보인 것은 태국 바이어들을 접대한 회식 때였다.

이 책의 한 문장
“해고는 살인이다.” 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도장 공장 옥상에 걸렸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그들은 ‘죽은 자’들이었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산 자’가 되었다.

책 속에서
주영의 가족은 모두 말수가 줄었다. 얼굴도 점점 비굴한 인상으로 변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겁을 집어먹었고, 손님의 눈치를 유심히 살폈다. 주영은 자기 눈동자가 점점 생기를 잃고 눈이 튀어나오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대기업 임원이었던 아버지의 위엄이나 취미로 그림을 그렸던 어머니의 기품은 흔적도 남지 않았다.
신문이나 책을 읽은 지 오래였다. 시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몰랐다. 생각은 온통 할인 제도와 그날 매상, 그리고 손님이 풍기는 분위기에 쏠려 있었다.
주영은 동굴에서 사는 물고기들을 상상했다. 빛이 없고 먹을 것이 모자란 좁은 공간에 오래 살면서 눈이 퇴하하고 피부도 투명해진 작고 불쾌한 생물들. 불필요한 기관은 모두 버리고 오직 생존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존재들. 주영은 하중동 사거리와 구수동 사거리가 그런 동굴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 맑고 깜깜한 물 속에 갇혀 있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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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유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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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가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바로 무덤이다. 고고학의 연구 대상이 되려면 일단 삶에서 멀어져 땅에 묻혀야만 한다. 그곳에는 함께 살던 이들이 앞서 떠난 이를 다른 세상으로 보내는 마음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고고학자는 이 시간의 꺼풀을 하나씩 열어가며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줄여간다. 고고학의 멋과 재미는 바로 이 과정에서 마주하는 상상력이다. 같은 사람이면서 다른 시대와 지역을 살아간 이들이기에, 온전히 알 수 없음에도 더욱 알고 싶은 끌림 말이다.

강인욱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왔고,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등지의 유적지 발굴에 참여하며 꿈을 이뤘다. 그곳에도 먹고 마시고 즐기던 사람의 흔적이 있었고, 그는 시간여행을 떠난 듯 오늘날 먹고 마시고 즐기는 이야기를 함께 펼쳐보이며 그때 그곳에 생생함을 불어넣는다. 과거는 고정되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고고학은 매일 과거를 바꾸는 학문이다. 과거가 바뀌면 오늘과 미래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고고학이야말로 역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아닐까. 시간여행을 실천해보고 싶다면,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면, 무엇보다 오늘과 내일을 바꿔보고 싶다면, 그 해답은 고고학에 있을 가능성이 높겠다. - 역사 MD 박태근
이 책의 첫 문장
"If you live each day as if it was your last, someday you'll most certainly be right." 2005년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추천의 글
이 책에서 저자는 유물을 통하여 과거의 삶을 복원하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의 참 가치와 고고학자로서의 보람을 말함과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역시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나는 강교수의 이 생생한 증언록을 통해 고고학이라는 하나의 인문학이 대중과 행복하고도 즐겁게 만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고고학자는 몸은 땅 속에 있어야 하지만 머리는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훨훨 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경우의 수를 꿰고 있어야 하고 상상력이 풍부하여 끊임없이 가설을 만들고 검증하는 만능학자이기도 하다. 강인욱 교수는 이러한 고고학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학자이자 유물의 뒤에 숨겨져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감성으로 생각하는 고고학자이다.(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