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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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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섬세한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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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은

일본에서 언어학을 공부했고 현재 싱글 워킹맘. 한화생명 금융서비스 팀장으로 재직중이다.
에세이집 <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를 썼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쓰시마 유코의 <빛의 영역>이 있다. 온라인 영화매거진 <무비톡> 기자를 비롯해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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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빛의 영역> - 2023년 3월  더보기

<확고한 빛의 영역> 일본어 전공자도 아니고, 일본어와 관련해 대단한 경력도 없는 내가 쓰시마 유코의 연작소설 <빛의 영역> 번역을 덜컥 수락한 이유는 한 가지만이 아니다. 하나뿐인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의 처지가 나와 비슷해 감정이입을 한 것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소설의 제목 때문이었다. 전남편과 별거를 시작하고 지은 지 20년쯤 된 방 두 칸짜리 복도식 아파트에 아직 어린 딸과 나만 남겨졌을 때 나는 참 엉망이었다. 한동안 거의 매일 밤 술이나 수면제 따위에 의존해 불안과 불면의 밤을 견디고는 했다. 집은 점점 그늘이 잠식하기 시작했다. 청소를 소홀히 해 여기저기 불결했으며, 호더증후군 기질 탓에 집 안 곳곳 온갖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갔다. 책, 아이 장난감, 옷가지, 그릇, 술병, 간식 부스러기가 한 덩어리를 이루어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치우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치울 에너지도 당시의 내게는 없었다. 집은 늘 어둡고 축축했다. 지난했던 소송이 끝나 정식으로 이혼이 확정된 후 나는 딸과 함께 내 부모님 집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그 아파트를 떠나고 싶었다. 많은 덩어리를 해체해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렸다. 이삿짐을 트럭에 다 옮기고 남은 잔해들을 치우려 텅 빈 아파트 현관에 들어선 순간의 광경을 잊을 수가 없다. 뭐라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빛이 베란다 창문을 통해 무수히 쏟아져 들어와 거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낯선 광경에 일순 사고가 정지되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한때는 단란을 꿈 꾸던 집, 닦고 정리하며 가꾸던 집, 그곳을 어두운 공간으로 만든 장본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나였음을. 이렇게나 밝고 따스한 곳이었다는 자각이 슬펐다. 거실 한가운데 모여있던 ‘빛의 영역’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준 광경, 채움으로 단단해지는 시기가 있듯 비움으로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지나친 빛은 눈을 멀게 한다. 짙은 어둠은 시력을 무용하게 만든다. 이혼 후에도 한동안 목적을 상실한 부표처럼 출렁였지만 결국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다. 아이는 빛처럼 밝게 자라주었고,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글은 내게 생계수단은 아니다. 글 쓰는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의 내 꿈 중 하나가 맞지만 글이 내 삶의 유일한 희망이라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글은 확고한 ‘빛의 영역’이다. 쓰시마 유코의 <빛의 영역> 번역은 그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나를 조금 더 확고한 빛의 영역으로 한 발 더 다가가게 해 준 이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도 그 마음이 부디 전해지길 바라며, 이런 기회를 선사해준 출판사 마르코폴로와 한결같은 응원으로 주춤거리는 내 등을 떠밀어준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인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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