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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정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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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농다리>

정낙환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진천농고를 졸업했다. 국민학교 교사로 시작하여 교감·장학사·교장을 하고,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경기도연천교육청 교육장,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 원장을 거쳐 경기도교육연수원 초대 원장으로 공직을 마치고 고향마을 농부가 되었다. 교육공무원 시절 추억과 퇴임 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적은 에세이집 『담장 위의 거북』, 『거북의 귀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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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거북의 귀향> - 2018년 12월  더보기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은 남을 부러워 할 때 ‘○○는 팔자도 좋다’라고 말한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성이 있는 말로 누군가 나보다 나을 때 하는 말이다. 1년에 두 번씩 하는 전문직 연찬회는 모처럼만에 격무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제고한다는 뜻에서 리조트에서 많이 했다. 강의를 듣다가 휴식시간이 되면 차를 한잔씩 들고 로비에 나가 밖을 내다보며 담소를 나누곤 했다. 그때 누군가가 컨트리클럽에서 골프 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팔자 좋은 사람들 저기 있네!”라고 말하였다. 모두들 무심코 보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더니 부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쳐다보고 서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때 아침부터 골프 치던 그 사람들이 팔자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퇴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차령산맥 위로 고개를 내민 아침 해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배티고개를 올라가노라면 빨리 가려는 차들이 줄지어 중앙선을 넘어 앞질러간다. 고개 정상에 있는 컨트리클럽에 골프 치러 가는 사람들인데, 고개 아래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예약된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가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운동하러 가면서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거기에 비하여, 나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 가족과 국민이 먹을 식량을 생산하러 가는 개인사업자이니 콧노래를 불러가며 여유를 부릴 수밖에 없다. 2월 말에 퇴직하고 한 달 동안 배티고개 넘어 출근할 날을 기다리며, 전문직 연찬회 때 보았던 골프 치던 그 사람들이 팔자가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을 하던 사람은 일을 해야 행복하다. 왜 그럴까? 아마 일하는 것이 삶 자체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배티고개 넘어 첫 출근하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행복은 계속되고 있지만, 가을에 추수가 끝나고 나면 약간의 아쉬움이 남곤 한다. 경제적인 보상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그렇다. 그래서 남이 다하는 벼농사를 지을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다른 농업을 준비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할일이 없는 것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좋지만, 적절한 경제적 보상이 따르는 일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퇴직을 얼마 안 남겨놓은 시점이 아니라 젊었을 때부터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은퇴 후에도 지금까지 했던 일을 계속할 수 있으면 그것이 제일 좋지만, 그렇게 안 될 때는 그 일과 연관된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그것도 안 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옛날 노인들은 부부가 안채와 사랑채에 따로 기거를 하면서 하루에 몇 번씩만 만나니 말다툼할 기회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은퇴한 부부가 하는 일 없이 매일 같이 있으면 싸울 기회만 많아진다던 선배 퇴직자의 말이 생각난다. 남자들이 늙으면 잔소리만 는다고 여자들이 불평하는 것은 퇴직 후에 옆에 붙어서 자기 고유의 일에 간섭하니 듣기 싫다는 말일 것이다. 전에 아침마다 비봉산 등산을 갈 때 산비탈 밭에서 일을 하는 퇴임한 교장 선생께 소일거리 준비를 잘 해두셨다고 했더니, 누구네 밭인지도 모르는데 잔소리 듣고 집에 있는 것보다 나아서 채소라도 심어 가꾼다고 했다. 그때는 얼른 이해를 못했으나 이제는 그분의 마음을 알 것 같다.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은퇴 후의 삶도 길어지고 중요해진다. 자식에 얹혀서 살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자식의 도움을 받고 사는 시대도 이미 끝나가고 있다. 은퇴 후에도 행복한 삶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즐겁게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하며 일한 만큼의 보상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각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농사꾼으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리는 없지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교훈을 줄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손이나 인생 후배들이 은퇴 후 삶의 준비를 잘하여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보잘 것 없는 경험을 글로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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