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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여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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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산그늘 빈 수레에 독백을 담다>

이여닐

1960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8년 월간 에세이 1회 추천을 받은 후 2001년 한국수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수필부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상에서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마음을 사색하여 온후하게 글을 쓰고자 노력하며 문장 다듬기에 대한 재교육을 꾸준히 실천했다. 주말농터를 일구는 중에 따뜻하고 산뜻한 글을 더 보태어 아름다운 나날을 실현해보고자 부단히 애쓰는 중이다.

사단법인 문학사랑협의회에서 시상하는 69회 한국인터넷문학상을 받았고, 2018년에 첫 수필집 『산그늘 빈 수레에 독백을 담다』(오늘의문학사)를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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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산그늘 빈 수레에 독백을 담다> - 2018년 11월  더보기

애태우다 찜부럭을 내고는 소소한 것으로도 밝은 표정을 짓고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자 진작 간절히 기도했더라면 일찌감치 더 큰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을까? 참으로 애석하게도 젊었을 적 나는 퍽 무모하고 경솔했다. 남에게 폐가 되지 않는다면 나의 내면세계를 방해받지 않았으면 했다. 교감을 나누고자 애쓰기보다는 자의식을 일깨우고자 안달했다. 아끼고 귀히 여기는 마음은 상투적인 것이려니 치부하며 실제 생활에서 사랑을 특별히 구체화하고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둡고, 단조롭고, 삭막하고 영 허름하기 그지없는 삶의 터전에선 사랑은 사치려니 여길 따름이었다. 그러면서도 타고난 고지식함 때문인지 노력하면 밝은 미래는 당연한 것이려니 교과서적인 원칙으로 믿었다. 내세울 것 없는 나의 입장에서 나는 본능적으로 순응을 앞세웠던 듯싶다. 독창적인 심미안을 위해 차분하게 탐색하고 세밀하게 분석해야한다는 걸 알면서도 안일하게 지극히 일반적인 견해에 누구보다도 더 빨리 호응하고 적응하고자 애썼다. 모범답안을 작성하듯 주위 사람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행동양식을 습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렇게 하다보면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려니 자만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복잡다단한 마음의 밭에서 ‘바르다’는 것이 얼마나 난해한지 알게 되었다. 내게 올바른 덕목이 누군가에게는 불손한 시비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을 때 짜증과 투정과 노여움 그리고 앙갚음 따위도 늘어갔다. 노력과 행복은 별개인 것만 같아 울적해하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표리부동한 사람이 되어 가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나 스스로 나의 마음을 아프게 옭아매는 악순환에 사로잡혔다. 참다운 기도는 삶의 명확한 목표의식이다. 의욕적인 삶의 길을 이행하는 경건한 첫걸음이다. 그런 거룩한 기도를 도외시했던 나는 아픔과 슬픔을 겪을 때마다 당황하고 방황하기 일쑤였다. 우왕좌왕 헤매는 동안 내 삶의 실타래는 엉망으로 엮어졌을 텐데도 아예 그것조차 알아채지 못한 채 갈팡질팡 허둥댔다. 더욱 옹색해진 나의 가슴은 사랑에 대하여 더욱 공허하게 흔들리는 환상으로 여기기 십상이었으리라. ‘올해도 고운 꽃을 볼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항상 기도하며 꽃을 바라본다면 나는 꽃과 더불어 세상의 많은 걸 함께 공유하고 교감할 수 있으리라. 마냥 높아서 멀게 느껴지는 하늘은 바로 목련꽃 위에서 서글서글하게 웃음 짓는 어느 눈빛이려니 노래할 수 있겠지. 아무 때나 멋대로 내 머리칼을 흩뜨린다고 성가셔 하는 바람은 꽃잎의 산뜻함을 전하는 몸짓이려니 이해하겠지. 한량없이 찬란하여 똑바로 바라보기 어려운 도도한 햇살이라고 찡그리다가도 하얀 목련의 슬픈 눈물을 고이 다독여주는 햇살이려니 감탄하기도 하겠지. 그만큼 사랑에 대한 시야는 넓고 깊어질 것이며 나는 조금 더 푸근한 내면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 물론 아직도 참되게 기도하는 삶은 요연하다. 아등바등 걸어온 내 삶의 길목은 심히 투박하고 흠이 많다. 걸핏하면 언짢아하거나 서러워하는 행태가 아직도 잦다. 사랑으로 채워야할 마음의 공간이 너무 복잡해서일까? 필요이상으로 애를 태우고 찜부럭을 내곤 한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 내 삶의 뒤안길을 고아하게 동행해 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나 보다. 진득하게 내 허물을 곱씹으며 더없이 지극하게 속된 마음을 닦아냈으면 한다. 교만하고 유치하고 허황되었던 삶을 차근차근 경신하고자 기꺼이 어쭙잖은 문장으로 생각을 다듬어 보곤 한다. ‘노련한 기교보다 순수한 열정이 좋아.’ 아직도 털어버리지 못한 만용이 남아 있어 가끔 능력의 막다른 골목에서 알량한 자존심을 붙잡아보기도 한다. 다행히 감정이 덜컹댈 때 한 발짝 더 아래로 내려가는 걸 겁내지 않으려는 의기는 좀 나아진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해한다. 물론 허접한 문장으로 조악한 내 마음의 흔적을 기품 있게 승화시키기에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신통치 않아도 신의 뜻이려니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모쪼록 나 자신이 한참 낮아져 완전한 어둠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사랑의 꽃을 발견할 수 있기만을 고대한다. 나의 끼적임은 기나긴 세월 동안 찜부럭을 낸 것에 대한 참회의 기도라고 해도 괜찮을까 모르겠다. 내 작은 삶의 이랑에서 이미 하늘이 뿌려놓은 사랑의 씨앗을 찾아내어 따뜻하게 품고자 애씀이 바로 행복임을 절실히 느꼈으면 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갈 때마다 내일은 좀 더 온유한 눈빛을 건네리라는 자신감이 좀 생기는 것 같아 기쁘다. 순수하게 공감하는 그리운 영혼과 맞닥뜨리는 삶을 꿈꾸며 더욱 낮아지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흐음! 삶의 굽이진 길목에서 꾸린 첫 책, 내 생의 기슭에서 사랑의 꽃을 한 다발 치켜들고 자축하는 것이려니 이해받고 싶다. 딱딱한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려는 나의 노고를 허락하신 신께 감사드린다. 나의 첫 책은 나 자신을 세상 속으로 부드럽게 확장시키는 문턱이 되리라 믿고 싶다. 몹시 주저하는 내게 부끄럽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준 가족과 지인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올린다.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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