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이나 저녁 어스름 무렵이면 알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의 파동들로 나는 움칫, 한다. 그것은 내 유년 기억의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와 아련하고 가난하고 따스한 촉감으로 내 정신과 육체의 세계를 유영한다. 그도 그렇게 왔다. 신새벽에 들른 길상사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난 시인 백석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