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다. 여기에 실린 것들은 일하다가 논둑에서, 해거름 마룻장의 막걸리잔 앞에서 써진 것들이다. 배운 적도 없지만,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 시농사 같다. 버겁고 거시기한 농사를 붙든 것 같은데, 어쩔 것인가, 지금은 한 해 중에 가장 바쁜 농번기가 아닌가.
지금 이곳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농사는 철을 놓치면 안 되는 일이라 부지런히 모내기를 마치고, 돌아서면 김매기를 시작해야 한다. 한 고랑을 매면 한 고랑이 환해지고, 두 고랑을 매면 두 고랑이 환해진다. 내 시의 철도 그렇게 들어갈 것이라 믿는다.
더 이상 시집이 돈이 되지 않는 어려운 시절에 부족한 글들을 선뜻 시집으로 엮어준 시산맥사에 감사를 드린다.
오늘도 들판에서 땀 흘리는 이 땅의 농사형제들이, 혹시라도 이 시집을 보고 잠시 고개 끄덕여 준다면 작은 보람이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