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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백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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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모정의 세월>

백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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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모정의 세월> - 2014년 11월  더보기

위력의 전설 굳이 그 이유를 다 끄집어 낼 필요는 없겠지만 나는 어머니와의 둘만의 시간을 사랑하고 아낀다. 이것이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운명, 아니 숙명인지도 모른다. 흔히 하는 말로 운명은 스스로 고칠 수 있지만 숙명은 바꿀 수 없는 하늘이 주신 복이라면 말이다. 그렇다. 어쩌면 나는 하늘이 주신 숙명적 응어리를 스스로 마무리하지 않을 수 없는 굴레를 뒤집어 쓴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형편으로 모두 다 떠나버린 둘만의 시간, 팔순 노모의 입가를 맴돌던 밥 한 톨이 톡 떨어진다. 어머니는 네 살 때 장티푸스에 걸려 죽었던 나를 다시 살려 놓았다고 했다. 일주일 넘게 설사를 하며 피를 토해 이미 눈동자가 돌아간 놈을 어느 한의사가 달여 주는 독약이 섞인 약 한 첩을 먹이고 살렸다는 이야기를 전설처럼 들려주시곤 했다. 그것도 그 약을 달일 때 금강산에서 무술을 익힌 무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려 놓았다는 이야기를. 그래서 그런지 내 이름 석 자는 원래의 이름을 버리고 무술이의 힘을 빌어 탄생한 금강산 일 만 이천 봉으로 바뀌게 된 사연과 함께. 떨어진 한 톨 밥알을 재빠르게 훔치는 어머니의 손놀림, 저 손놀림이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이 또한 위대한 모성이 남긴, 적어도 어머니의 눈에는 고귀할 수밖에 없는 숙명적 만남이 아닌가. 잇몸이 아파 어쩔 수 없이 빼놓은 틀니를 뒤로하고 오물오물 한 톨 밥알을 끝내 집어 삼키시고 마는 그 품새가 왜 이리도 아름답게 보일까. 저 한 톨 밥알이 남긴 위대한 모성의 핏덩이, 그래서 위대한 모성은 스스로를 잉태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모정의 세월 , 지난 일이나 앞으로 닥칠 일이나 어느 것 하나 모정의 세월이 남긴, 그리고 또 남길 흔적이요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떨어진 밥 한 톨을 기어이 집어 삼키시는 그 위력의 전설이 남긴 이 한 권의 책, 아마도 이것은 어머니가 주신 고귀한 선물이요, 다름 아닌 어머니의 얼굴이어라. 식탁에 놓여 있는 모정의 세월에 되비친 어머니의 얼굴이 이젠 많이도 지쳐 보인다. 시나브로 만추는 지나갈 것이며, 모정의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2014년 만추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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