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책상 서랍을 열고 시 지갑을 꺼낸다
들썩거리는 시들이 안쓰러워
가만히 시 지갑의 지퍼를 연다
거기 수줍어하는 시들이 꽃밭을 이루고 있다
잘생긴 시만 시인 것은 아니지
시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사이
여기저기 ‘봄이 온다’고 야단들이다
한반도에 어렵게 온 봄이
제대로 된 가을로 익기를 빈다
오랜 세월을 돌아온 나의 시도
이제는 제대로 된 가을로 익기를 빈다
유월은 부는 바람을 따라
알싸한 잉태를 준비하는 계절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
기꺼이 서로들 이마를 맞대고
내 작은 시 지갑을 열어본다
2018년 6월 물빛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