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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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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사랑으로 장난치기>

이응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났다. 대구 계성고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에서 철학과 신문을,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을 공부했다. ’81년 KBS에 입사해 30년간 드라마를 만들었다. KBS 드라마 국장을 거쳐 KBS 창원총국장으로 재직했다. 한국 방송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65.8%)를 기록한 ‘첫사랑’을 비롯하여 ‘딸부잣집’,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달빛 가족’ 미니시리즈 ‘백 번 선 본 여자’, ‘희망’, ‘킬리만자로의 표범’ TV 문학관 ‘수퍼스타를 위하여’, ‘원무’ 등을 연출하였으며, 드라마 국장 재임 시에는 ‘아이리스’, ‘추노’, ‘제빵왕 김탁구’, ‘성균관 스캔들’, ‘공부의 신’등을 기획하여 방송했다. Prix Italia TV페스티벌 심사위원, 미국 Emmy Award 심사위원, 모나코 몬테카를로 TV페스티벌 심사위원, 청룡영화제 심사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2014년 현재, 우리나라 최초의 '한국드라마 연구소'를 설립하고 소장 역을 맡아 한국 드라마의 선진화, 세계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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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사랑으로 장난치기> - 2014년 7월  더보기

나에겐 로비스트가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났습니다. 나 홀로 중학, 고등과 대학, 군대와 직장이 있는 곳으로 늘 떠도는 삶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나를 키운 8할은 떠돌아다님도 아니고 바람도 아닙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건 한 분의 로비스트 덕입니다. 그녀는 대단한 로비스트였습니다. 나는 그분이 날 위해 간절하게 로비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둥근 달밤 동네 앞 산골짜기 개울물 앞에서, 또 뒷산 큰 바위 앞에서 그녀는 누군가에게 외래어 같은 언어로 주절주절 빌며 절까지 했습니다. 내가 태어난 시골 명소란 명소는 모두 그녀― 내 할머니의 중요한 로비 장소였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 때 큰 상(賞)을 탔고 암탉 한 마리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상장 하나만 달랑 주시며 암탉은 다음 장날 사 주겠다고 했습니다. 5일 장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자 할머니는 손자 손을 잡고 교무실로 쳐들어가서 씨암탉 값 거금 3백 원을 받아냈습니다. 그녀는 선걸음에 장터로 달려가 암탉 한 마리를 샀고, 그날 이후 녀석이 낳은 달걀은 매일 아침상 내 앞에 올려졌습니다.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녀는 내 아버지를 여섯 살에 양자로 데려와 키웠고 열아홉에 결혼을 시켜 얻은 내가 할머니의 진정한 첫 작품이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자기들 텃밭에 호박잎 새싹을 도둑 맞으면 안이댁 손자가 방학이라 집에 돌아왔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호박잎 쌈을 유달리 좋아하는 손자를 위해 남의 밭 호박잎 서리도 서슴지 않았다는 걸 그녀가 저 세상으로 떠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독한 사랑으로 자란 자,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것도 그녀의 광대무변한 사랑 때문입니다. 어느 날 나와 이름이 비슷한 초등학교 친구의 비보를 들었습니다. 군대 가서 공수훈련 중에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한강 두꺼운 얼음판에 떨어져 산화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순간, 내 불쌍한 동무와 내 할머니 얼굴이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내가 죽는다면 나의 로비스트는? 나는 그녀에게서 받은 지독한 사랑을 울면서 ‘글ʼ로 썼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글ʼ은 다행히 드라마를 생업으로 만나면서 불이 더 붙었습니다. 나는 드라마란 인간학(人間學)이라 생각합니다. 신(神)만이 인간을 지켜보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삶이라는 어항 속에서 요렇게 조렇게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드라마 작가나 감독도 날카롭게 지켜보아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과 모든 삶이 늘 내 관찰의 대상, 내 글의 소재였습니다. 이 글들은 드라마쟁이의 눈에 비친 세상 풍경입니다. 여행 중 혹은 일터에서 마주친 것들을 내 자신의 눈높이로 메모했고, 또 평소 존경하는 소설가 최인훈 선생님의 ‘구보ʼ씨 눈을 통해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구보' 씨를 넙죽 차용한 점 이 자리를 빌려 선생님께 넓으신 이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에익, 신가 놈!” 하고 나무라주십시오. 최선생님의 소설가 ‘구보' 씨 말을 빌리자면 “신(神)이란 자가 이 세상을 만들었다 하니, 이 땅에 원통한 일이 횡행하면 그것은 세상을 만든 그 ‘신가’(神哥) 책임” 그래서 ‘에익 신가 놈!’ 욕을 한답니다. 여러 해에 걸쳐 이곳저곳에 썼던 칼럼이라 다시 조탁했지만 허술함이 너무 많습니다. 단장취의(斷章取義)도 많을 것입니다. 부디 ‘오마주'라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내게 조언과 지적으로 길라잡이를 해준 드라마 도반(道伴) 김영진 PD와 신문에 칼럼 공간을 5년이나 허락해 주신 ‘파이낸셜 뉴스.전재호 회장님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감사를 드립니다. 하늘에 계신 나의 영원한 로비스트, 내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이라도 베풀었다면 모두 당신의 사랑 때문입니다. 당신 영전에 이 책을 받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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