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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계간 인디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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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INDIGO 인디고 2015.봄.여름>

계간 인디고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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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INDIGO 인디고 2010.여름> - 2010년 7월  더보기

“이 세상에는 지독한 가난보다 더 깊은, 최악의 모욕 속으로 떨어진 자들이 있다. 또한 모든 사회적 배려뿐만 아니라 인간 고유의 존엄과 존재의 이유 자체까지 빼앗긴 자들이 있다. 이들이야말로 사실상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거짓이다.”(시몬느 베이유) 몫 없는 자들sans-part, 혹은 셈해지지 못한 자들incompt?, 이들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진정한 정치적 주체’라고 랑시에르는 말한다. 즉 우리는 이러한 자들을 보호하고 구원하겠다고 섣불리 말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러한 몫 없는 자들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주체화가 근본적으로 사회적 맥락 속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고 한다면, 주체 정립의 근원은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에서 찾을 수 있다. 결국 주체의 가난과 모욕은 공통-되게-있음(l’?tre-en-commun)의 노력을 통해서 극복되고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통의 주체, 공통의 공동체란 주체화의 ‘과정’에 있어 모든 존재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을 의미하며, 그들의 목소리가 평등한 지평 위에서 소통되는 것을 뜻한다. 인간의 위대함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주어진 삶을 재창조하는 데 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인간적 책무란 당대의 사회적 조건과 끊임없이 불화하고, 물음을 던지며, 이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인간적인 공동의 유대를 바탕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이상사회를 꿈꾸었던 윌리엄 모리스는 모두가 꿈꾸는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위대한 개인의 업적이나 계몽의 방식이 아닌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동 작업’에서 찾는다. 공동 생산, 협동, 동지애 등의 연대의식을 갖고 지속적인 공동체를 재창조하는 것, 민주화의 기획이란 곧 창조와 생산의 과정에 민중의 참여를 절대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사회 변혁을 일구어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상사회란 결국 “부자도 빈민도 없고, 주인도 노예도 없고, 실업도 과잉 노동도 없고, 정신착란의 두뇌노동자도 상심한 육체노동자도 없는 사회, 요컨대 모든 사람이 평등한 조건 속에서 살 수 있고, 낭비 없이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으며, 자신에게 해가 되면 모두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의식하는 사회, 결국 공동선commonwealth을 실현하는 사회를 뜻한다.”(윌리엄 모리스) 삶을 예술처럼, 예술을 삶처럼 살고자 했던 모리스의 기획은 가장 근원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자기실현, 즉 모든 종류의 인간 활동을 가장 탁월한 형태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 ‘아무개n’importe qui’의 노동과 실천 속에 희망이 움트게 하고자 하는 정치적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이 함께하는 집단적 행위와 더불어-있음(?tre-avec)과 관련하여, 바디우는 이 모든 ‘과정’을 ‘충실성’(fidelity)이라 이름짓는다. 어떤 자(quelqu’un)가 자신을 충실성 속에서 끈질기게 밀고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주체적 존재로 존속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심지어 멀리 떨어진 사건들까지도 충실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보편적 존재로서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데리다에 따르면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인간이 갖는 책임responsibility이란 응답가능성respondability의 다른 이름이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행위, 바로 이러한 말 건넴의 용기로부터 공동의 작업은 그 근거를 마련하고, 인정(recognition)과 연민(compassion)을 통해 사회적 배제와 소외는 제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보편적 말 건넴의 행위를 베이유는 ‘연민’이라 부르고, 바울은 ‘사랑’이라 부른다. 모든 사람을 위한 삶의 접합, 상호 인정, 율법을 넘어선 희망, 이 모든 것이 곧 사랑이다. 남자든 여자든, 어른이든 아이든, 그리스인이든 유대인이든, 우리는 모든 타자를 향해 보편적 사랑의 말 건넴을 실천해야 한다. 일관되고 끈질긴 지속적인 말건넴, 즉 충실성 있는 정치적 참여/관여. 이 지점에서 우리의 응답과 말건넴은 변혁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잡지의 기획 또한 이러한 공동의 말건넴의 시도와 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대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같이 사는 것.” 우리 시대의 몫 없는 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정치적 주체의 재탄생을 모색하는 이 공동의 기획이 닿아야만 하는 궁극적 지점은 공동선의 충실한 실현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천이야말로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인간적 책임을 다하는 것일 수 있으며, 이 잡지에 담긴 사랑의 말들은 당신에게 보내는 정치적 투쟁의 장으로의 초대장이다.

- 에디터 노트, 박용준 (한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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