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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임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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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베테랑의 공부>

임종령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석사 (국제회의 전공)

경력
現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학과장 겸 교수
現 AIIC(세계국제회의 통역사 협회) 정회원
前 대한민국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 통번역사
前 주한 미국대사관 통번역사
前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겸임교수
前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국제협력실장

주요 통역 활동(국빈급)
·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빈방문 전 일정 수행순차
· 덴마크 Frederik Andre Henrik Christian 왕세자 국빈방문 전 일정 수행순차
· 박근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2차례,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3차례
· 72차, 73차, 74차 UN 총회
· APEC, ASEAN+3, Davos 포럼, EAS, RCEP 정상회의, G8 확대 회의, G20 다자 정상회의 수차례
· 미국 Donald Trump 대통령 국빈방한 확대정상회의 및 공동기자회견
· 미국 Barak Obama 대통령 국빈방한 확대정상회의 및 공동기자회견
· EU Donald Tusk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공식방한 공동기자회견
· 호주 John Howard 총리 방한 기자회견 포함 전 일정 수행순차
· 뉴질랜드 John Key 총리 방한 공동기자회견
· 캐나다 David Johnston 총독 방한 확대 정상회담
· 노르웨이 Erna Solberg 총리 방한 확대 정상회담
· 싱가포르 Lee Hsien Loong 총리 방한 확대 정상회담
· 말레이시아 Mahathir bin Mohamad 총리 방한 확대 정상회담
· 인도 Narendra Modi 총리 국빈방문 확대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 캄보디아 Hun Sen 총리 확대 정상회담 및 공동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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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통역의 바이블> - 2023년 4월  더보기

“다들 개천에서 용 났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앞으로 저는 분골쇄신해서 일하겠습니다.” 91년 봄 당시 우리나라 여당 원내 총무였던 분이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WSPU: 스카우트 대원 출신의 세계국회의원모임) 총재로 선출되고 나서 하신 기자회견의 첫마디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대학원 졸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맡았던 제 생애 첫 번째 기자회견 통역의 첫 문장이었습니다. 이후 무수히 많은 국제회의 통역을 하면서 연설의 시작이나 뒷부분에는 항상 ‘개천에서 용 났다’와 같은 속담이나 ‘분골쇄신’과 같은 사자성어가 등장했습니다. 한 나라의 언어뿐 아니라 문화와 관습을 알아야 행간의 의미까지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훌륭한 통역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 속담과 사자성어는 물론, 다른 나라의 속담과 명언도 익혀야 하고, 문화와 관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식 표현을 타 언어권에서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해내야 합니다. 통역은 한 언어를 그저 다른 언어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언어가 달라져도 말하는 사람의 의중과 의미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역에서는 언어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다방면에 대한 지식과 관심입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용어나 배경지식, 주제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연사의 발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당연히 통역할 때 누구도 못 알아듣는 소위 ‘방언’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이 있으면 모르는 단어가 있더라도 전체 문맥을 고려해서 내용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요?”, “좀 더 유창하고 고급스러운 영어를 구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저 영어를 많이 접하고, 많이 외우고, 많이 써보는 것 외에는요. 여러분이 영어권 국가에 살지 않는 이상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닙니다. 그래서 성인으로 배우는 외국어는 무한의 노력만이 정도(正導)입니다. 신문이나 뉴스, 잡지는 물론 미드와 영어 소설까지 보면서 폭넓은 정보와 다양한 표현을 습득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외우고 직접 써보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지루하고 뻔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결국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이미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게 될 이 노력들이 실제 통역의 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인지 지금부터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설명해보겠습니다. 협상상대편이 한국 측에 “You are kicking the can down the road.”라고 말합니다. 깡통을 길 아래로 차버린다니 그대로 직역해서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문제가 골치 아프니 멀리 차버린다’ 즉 ‘당장 해결하지 않고 뒤로 미룬다’라는 의미입니다. 호주 총리가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개회사에서 “punch above our weight”라고 하더니 갑자기 축하의 박수를 보내자고 말합니다. 직역하면 ‘권투에서 체급 이상의 펀치를 날린다’는 뜻인데 이 말만 들어서는 도대체 뭘 축하하자는 건지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양국 관계가 비약적인 신장을 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루었다.”는 뜻으로 두 나라가 눈부신 교역 성장을 이룬 것과 더불어 포괄적 동반자로의 관계 격상을 축하하자는 의미였습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우리말에서는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말을 하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 ‘긍정적인 검토를 하겠다’, ‘검토를 고려해보겠다’ 등 다양한 표현들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통역할 때 이런 표현들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정확하게 표현해내지 못하면 긍정적인 의미가 부정적인 의미로 탈바꿈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기자회견장에서 표현의 어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통역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잘못된 통역을 받아적은 오보 기사가 나와서 여기저기 전달되는 아찔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사망과 관련된 단어가 무려 25가지가 넘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존칭어로 표현할 때 ‘별세, 운명, 작고, 붕어, 타계’, 종교에서는 ‘선종, 소천, 입적, 열반’, 국가를 위한 죽음일 때는 ‘전사, 순교, 순국’, 그 밖에 일반적인 표현으로 ‘횡사, 객사, 골로 가다’ 등 사용처도 각기 다르고 뉘앙스가 다른 단어들이 존재합니다. 통역사는 이처럼 다양한 단어들을 최대한 많이 익혀서 그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를 영어로 말할 줄 모르는 통역사를 추천하면 어떡해요?”, “지금 경제 이야기를 하는데 WTO를 관광기구라고 통역하네요. 교수님 믿고 추천 부탁했는데 어떻게 WTO도 모르는 그런 통역사를 추천합니까?” 통역사를 추천했다가 이런 원망과 불평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WTO 오역 사례는 통역사가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를 세계관광기구(World Tourism Organization)로 이해하여 생긴 실수였습니다. WTO라는 같은 약자를 쓰는 두 개의 기구가 있다는 배경지식이 부족한 때문이었죠.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하더라도 정부 부처명이나 국제기관의 약어를 모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고객은 관대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모르면 정확하게 통역할 수 없고 용어 하나 틀리는 실수 때문에 무능한 통역사가 되어버리는 것이 통역사들의 현실입니다. 통역에서 용어와 배경지식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번엔 제가 경험한 사례입니다. 한미 FTA 협정 관련 좌담회에서 한국 연사가 “우리도 트립 가야 해.”라고 말합니다. 맥락을 모르면 자칫 ‘우리도 여행(trip) 가야 해’라고 통역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트립’은 여행이 아니라 TRIPS(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즉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을 말하며 통상 마찰과 분쟁 해소를 위해 TRIPS에 가입하자는 뜻이었습니다. 통역사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그중 가장 어렵고 높은 단계의 통역사는 국제회의를 동시통역하는 통역사입니다. 국제회의는 국제 정치, 금융, 경제, 교육, IT 기술, 과학, 환경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는 회의이므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또한 말을 들으면서 동시에 다른 언어로 바꾸어 말을 해야 하는 즉 동시통역을 해야 하는 어려운 일입니다. 예를 들어, 국제 정치와 같은 분야에서는 형용사 하나를 놓침으로써 말한 사람의 의도와 다른 의미로 전달되어 회의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용어를 몰라서 직역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Cloud Computing을 구름 연산이라고 번역하거나 Big Data를 커다란 데이터라고 하면 안 되는 것처럼 전문가들이 쓰는 전문용어를 모르면 엉뚱한 용어로 통역을 하게 되어 청중이 이해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정치 관련 사례도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3연임 확정 후 다시 한번 천명한 ‘중국몽’이란 표현을 영어로 옮긴다고 할 때 Chinese Dream이라고 통역하면 일반적인 중국인들이 꾸는 꿈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중국몽에 해당하는 정확한 영어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뜻을 전달하기 위해 설명을 곁들여 통역해야 합니다. 중국몽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며 공세적 대외정책’을 뜻하는 것임을 알고 통역한다면 “Chinese Dream which is the great rejuvenation of the Chinese nation’으로 풀어서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통역을 잘하려면 영어와 한국어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완벽한 준비가 있어야만 완벽한 통역을 할 수 있습니다. 통역할 분야의 배경지식을 철저히 공부하고 해당 분야의 용어를 빠짐없이 외워야 합니다. 지난 시간 수많은 세계 정상들을 통역하고 난이도 있고 중요한 회의들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비결은 저의 한국어와 영어 실력이 남보다 탁월하게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오로지 철저한 사전준비와 끊임없는 공부 덕분입니다. 전문통역을 하면 할수록 내용과 배경지식이 중요함을 더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용어를 찾고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힘들고 고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통역사가 되기 위해서 여러분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과정입니다. 32년의 짧지 않은 시간 통역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오류 없는 정확한 통역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나하나 모았던 용어와 표현, 배경정보들을 이 책에 차곡차곡 정리하여 담았습니다. 험난한 여정이 될 수 있는 통역사의 길을 함께 할 소중한 후배들에게 보잘것없는 저의 자산을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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