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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이석연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54년, 대한민국 전라북도 정읍

최근작
2023년 12월 <판단력 수업>

이석연

법학박사(서울대학교), 헌법학자, 법제처장 역임, 동서대학교 석좌교수, 변호사(법무법인 서울 대표). 저서로는 《헌법은 상식이다》, 《책 이라는 밥》, 《사마천 사기 산책》, 《누구나 인생을 알지만 누구도 인생을 모른다》, 《새로 쓰는 광개토왕과 장수왕》(공저), 《헌법등대지기》, 《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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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사마천 사기 산책> - 2020년 9월  더보기

◎ ‘나비를 잡는 아이’의 심정으로 2,100여년 전 사마천에 의해서 복원된 3,000년에 이르는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인간으로서 경험 가능한 것,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의 대부분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사기》는 역사서이기에 앞서 뛰어난 문학서입니다. 사마천은 역사가이기에 앞서 탁월한 문장가입니다. 절대 권력 앞에서 바른 말을 한 죄로 황제(한무제)의 노여움을 사 생식기를 절단 당하는 궁형(宮刑)에 처해지는 치욕과 수모를 겪으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살아남아 《사기》의 집필을 끝내고 홀연히 사라진 사나이 - 그의 기구한 인생역정이 청년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나를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는 《사기》의 한 부분을 펼치고 있습니다. 사마천은 역사는 언제나 정의가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의 기구한 처지에 빗대어 갈파하고 있습니다. 《사기》 전편-본기(本記), 표(表), 서(書), 세가(世家), 열전(列傳) 등 130편, 52만 6,500자(字)-에 사마천의 인간에 대한 고뇌가 묻어 있습니다. 내가 삶의 역경과 선택의 순간에 사마천을 생각하고 그에게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나는 사마천이 한국사회를 본다면 어떻게 기록했을까”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기》의 내용을 새로이 반추해 봤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의 면에 이르기까지《사기》의 시각에서 본, 즉 사마천의 눈으로 본 한국사회의 자화상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이 책 《사마천 사기 산책》은 바로 그러한 시각에서 본 사유의 산물입니다. 궁극적으로 비록 지난(至難)한 일이기는 하지만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그리하여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정도를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꿈꾸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깊은 숲과 같습니다. 《사기》에 담긴 사상의 원칙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나는 ‘직(直)’이라고 말하겠습니다. 한자 ‘直’은 ‘곧다, 바르다’를 뜻합니다. ‘直’은 ‘十(열 십)’과 ‘目(눈 목)’과 ‘(숨을 은)’의 합자(合字)로, 열 개의 눈으로 숨어있는 것을 바르게 본다는 뜻을 함의하고 있습니다. ‘열개의 눈’이란 어느 한 곳에 고착된 편벽한 시선이 아닌, 만물의 변화와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폭넓은 시선에 대한 은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투명한 물처럼 모든 것을 비추고 있지 않습니다. 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어 혼란이 점차 가중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직(直)’의 정신은 허위를 찌르는 ‘창(槍)’과 같습니다. 바른 것을 바르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일격(一擊)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삶의 자세입니다. 내가 ‘거짓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고 악을 숨기지 않는다(不虛美 不隱惡)’는 사마천의 《사기》 집필의 정신을 견지하려고 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헛된 영화를 추구하지 않고 악을 용인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직(直)’의 혜안이며 사마천이 《사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세계관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기》의 숲은 넓고 깊었습니다. 그 숲에 깃든 한 마리 새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전전긍긍 할 때 나는 연암 박지원의 글에서 힘을 얻었습니다. 연암은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을 ‘나비를 잡는 아이’에 비유했습니다. 연암은 “앞무릎을 반쯤 구부리고 뒤꿈치는 까치발을 하고 두 손가락은 집게 모양으로 내민 채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손끝이 나비를 의심하게 하는 순간 나비는 그만 싹 날아가 버립니다. 사방을 돌아보고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자 아이는 웃고 갑니다. 부끄럽고 한편 속상한 마음인 것이 바로 사마천이 《사기》를 쓸 때의 마음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사마천이 놓친 나비는 바로 《사기》입니다. 그 나비가 연암에게로 날아왔을 때 연암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사마천이 살던 때와는 다르니 “반고(班固)나 사마천이 만약에 다시 살아 나온다 하더라도 결코 반고나 사마천을 배우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지요. 연암은 사마천의 정신을 읽지 않고 그의 문장만을 흉내 내는 당시의 세태를 ‘사마천을 배우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비판을 했습니다.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는 ‘지금’과 다르기 때문에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암의 생각입니다. 연암은 사마천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사마천을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을 말한 것이지요. 독서란 저자의 생각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사마천이 일군 《사기》의 영토를 ‘탈(脫)영토화’해서 나의 영토로 만드는 것이 《사기》의 바른 독법이라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사마천이 되는 것, 그 동화(同化)가 비록 미흡할지라도 그러한 노력이 사마천의 정신을 현실 속에서 온전히 살려내는 길입니다. 바로 그런 시각에서 나는 사마천의 사기집필의 정신을 직시하고 《사기》에 담긴 내용을 현대적 관점에서 반추해 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의 제1, 2부는 5년여 전에 펴낸 졸저 《사마천 한국견문록》의 내용 중 일부를 요약, 보완하였으며 제3부는 〈이코노미 조선〉에 ‘사마천 경제학’으로 연재했던 것을 토대로 하였음을 밝힙니다. 무엇보다도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범우문고’로서 졸저를 펴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범우 윤형두 회장님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범우사 김영석 실장님과 편집진 모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 2020년 8월 시산(是傘) 이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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