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쉐퍼와 로이드 존스에 심취해 진리를 위해 목숨을 거는 기도를 호흡하며 살았고, 이십대의 공허를 메우려고 루쉰과 김교신을 흉내 내어 글을 쓰며 콜비츠를 닮고자 판화를 파기도 했다.
스스로 붙인 별명인 ‘변방의 우짖는 새’처럼 잿빛 하늘을 슬리는 바람처럼 떠돌았다. 주님을 부르기조차 힘겨운 시절을 보내며 주일 아침에도 겨울의 빈 들판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기도 했다.
서른을 맞으며 ‘주님처럼 공생애를 살게 하소서. 생애의 무게를 걸 확연한 사명을 잡게 하소서’라는 기도를 하게 되고, 그 응답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992년 가을, 틈틈이 모은 돈으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특별한 선물인 중고 8mm 비디오카메라를 샀다. 서점에 가서 몇 시간씩 영화에 관한 책을 읽고 도서관에 틀어박혀 영화잡지들에서 거장들의 인터뷰와 제작기를 연습장에 빽빽이 옮겨 적으며 지칠 때까지 혼자 공부를 했다. 종일 쏘다니고 새벽까지 낡은 장비로 편집을 하며, 습작들을 완성해 나갔다. 우연찮게 방송 일을 시작, 〈인간극장〉 ‘친구와 하모니카’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루오의 그림, 가을날의 외진 풍경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리스도와 같은 거칠지만 그리움의 질감을 표현해내는 영상들을 찍기를 소망한다.
행복하고 진실된 길을 가는 이들을 찾아 방랑하다가 만난 노인이 있습니다. 최춘선 할아버지는 지하철 속에서 누구도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하는 분이었습니다. 맨발에 이상한 문구를 새겨 넣은 모자며 옷차림, 성경 내용과 독립투사들의 사상을 뒤섞은 그 분의 외침은 기이함 그 자체였습니다. 할아버지를 사람들은 당연히 무시하고 외면했습니다. 망령 든 노인네 또는 광신도쯤으로 여겨지던 할아버지를 호기심으로 만나기 시작했지만 가까이 갈수록 그 자상함과 독특한 철학에 끌리는 것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겉모습과는 달리 그 분 속에는 아주 소중하고 귀한 그 무엇이 가득했습니다. 최춘선 할아버지는 하늘이 자신에게 깨닫게 해준 그 길을 모두가 무시하고 외면해도 충성되게 지키며 살아간 분입니다.
진정 '가난한 마음'을 가진 자만이 갈 수 있는 그 외로운 길을 주께서 홀로 가셨듯 그렇게 가신 아름다운 분입니다. 는 마음의 위선과 편견의 껍질을 벗고 점차 가난한 영혼이 되면서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여정의 기록입니다.
마음의 위선과 편견의 껍질을 벗고
가난한 영혼이 되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가는
거룩한 여정의 기록!
세파에 지친 사람들을 싣고 달리는 지하철에서
구부정하고 작은 몸으로, 때로는 지팡이를 짚고서
맨발로 다니는 노인이 있었습니다.
30년이 넘게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그 맨발은
사람들의 비웃음 어린 시선에도 당당했습니다.
광기(狂氣)라고 하기엔 너무나 위엄 있고 힘찬
이 노인을 어쩌면 당신도 만났을지 모릅니다.
맨발 뒤에 감춰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