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두 번 새벽이 왔던 마을, 우수수 흔들리는 대숲과 울창한 밤나무들, 긴 밭고랑을 타고 넘는 푸른 옥수수 터널, 어디서나 철철 넘쳐흐르는 맑은 개울, 산비탈 발등에 자주 걸려 넘어지는 쌍무지개, 이 마을의 새벽은 한 번은 산에서 내려오고 또 한 번은 바다로부터 왔습니다. 활처럼 휘어진 수평선을 바라보면 나는 언제나 팽팽한 작은 시위가 되었습니다. 못의 사제로 나를 한없이 느리게 키워 준 곳, 오늘은 비록 나를 받아 주지 않아도 내 시의 출발과 못의 유서는 이곳에서 다시 쓸 것입니다.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