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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강수화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2년, 대한민국 경상남도 합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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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신(神)의 선택>

신(神)의 선택

80세 초반에 병을 얻은 어머니가 7~8년을 병석에서 전전하다가 90세에 돌아가셨다. 처음 어머니가 쓰러졌을 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는 줄 알았다. 온 우주의 불빛이 동시에 꺼지기라도 하듯, 두려운 공포를 느꼈었다. 정신없이 달려간 병원에서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며 내 인생도 끝나는 줄 알았다. 어머니의 병환이 길어지며, 소생 가망이 없고부터 어머니를 맘속에서 분리시키는 자신을 발견했다. 코를 통한 튜브(비위관 삽입)로 영양을 공급받으며 자식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식물인간 상태의 어머니는 이미 내 어머니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철저하게 등식이 성립되는 구조일 때만이 서로의 관계가 원활해지는, 대상이 부모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음에 스스로 환멸을 느낀 바 있다.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 인간의 비루한 욕망과 어둠에 대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외침으로 토했다. 남의 일인 양 작품으로 밀어내고 보니 전모가 훤히 드러나는 위치로 스스로 들어선, 자책골을 넣은 느낌이다. 전신을 샅샅이 비추는 내시경 카메라 앞에 벌거벗은 한 영혼이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수록된 작품들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으로 형성되었을지 모를, 인간의 이기심과 악(惡)의 본성을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 ‘소설’이라는 이름을 빌려 세상 밖으로 내던진 것인지 모른다. 어디에선가 ‘가면의 인생이 자아이며 삶의 본질 자체가 위선’이라는 내용을 접한 적 있다. 이 말을 방패막이로 다시 숨고 싶다. 세상 속으로 내던진 활자들이 어쩌면 인간 근저(根底)의 양심일지 모른다는 외침을 하며. 글이 나오기까지, 한 핏줄을 타고 태어난 언니와 오빠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유난히 인정이 많았던 부모님의 유전자 덕인지 형제들 하나같이 감성이 풍부하고 정이 많은 편이다. 요즘시대에 보기 드문 우애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 근간도 여기에 기인하리라 싶다. 좋은 일 궂은 일에 한마음으로 단결하여 기쁨은 크게, 슬픔은 적게 만들어가는 형제들은 나의 자부심이자 긍지이며, 내 문학의 화수분이기도 하다. 아무리 형제간의 정이 깊을지라도 부부가 베갯머리에서 속살거리며 흠집을 낸다면 그 우애에 금이 가기 마련이다. 형제들과 인연 맺은 올케와 형부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부창부수, 하나같이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들로 오늘날 우리가족을 ‘명문가’ 반열에 우뚝 세운 장본인들임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 소설의 본질인 갈등을 다루는 부분에서 피붙이를 악역으로 묘사할 수 있었던 점도 형제들의 지성(知性)과 내면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작품은 모교 출신 문인들로 구성된 「일신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덕에 박경리, 김지연 소설가 등의 그림자 곁에라도 서성일 수 있었는지 모른다. 위대한 당신들의 족적에 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살아 숨 쉬는 백과사전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다방면에 박학다식한 박상률 선생님을 만난 것은 내 인연의 가장 큰 행운이 아닌가 싶다. 너나없이 비슷한 인간사에 소설거리가 따로 있지 아니하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신 덕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매주 풍성한 인문학 지식으로 잠자는 뇌를 일깨워주신다. 그분의 지성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자체가 행복이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남편과 두 아들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 2023년 11월 강수화

왕자와 무수리의 결혼 이야기

결혼을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백마 탄 왕자님을 상상으로라도 그려봤을 것이다. 콤플렉스가 많았던 탓일까, 나 역시 결혼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잘해 여봐란 듯이 살고 싶었다. 훤칠한 키, 준수한 용모, 존경할 만한 지성을 갖춘 가난하지 않은 남자…. 기적처럼 꿈에 그리던 왕자가 나타났다. 세월의 풍상 속에 무수리로 전락해 버린 나에게 왕자는 가깝고도 먼 사람이었다. 신분의 벽을 넘기 위해 산을 넘고 강을 건너야 했으며 수많은 허들을 뛰어 넘어야 했다. 기어코 도달한 자리, 일개 무수리에게 아직도 왕자는 벅찼다. 첩첩산중, 가파른 절벽을 다시 올라야 했다. 기울어진 결혼을 하며 여기저기 긁힌 자국을 한숨 토하듯 써놓은 일기를 윤색하고 각색한 글이다. 주인공을 미화하다 보니 상대가 악역으로 편집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다. 인간세상, 나 홀로 악(惡)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으므로. 그리하여 교묘히 소설이란 옷을 입혔는지 모른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족은 서로에게 선(善)이 되도록 평생 모난 부분을 갈고 닦으며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아직 그 답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어쩌면 영원한 진행형일지도. 2015년 책을 내고, 나는 단 한 번도 이 책을 들추지 않았다. 닭살 돋듯 민망하고 부끄러워 내 책만 보이면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곤 했다. 개정판을 내기로 하고 책을 펼쳐보니 군데군데 흠집투성이다. 손 좀 봐서 덜 부끄럽게 내놓을까 하다 마음을 바꾸었다. 어떤 덧칠로도 치부를 감출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완벽한 사람보다 조금 부족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 좋다. 많이 부족한 글, 부족한 사람, 누구든 쉽게 다가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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