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시를 쓴다고 애를 썼어도
언제나 부족한 글을 만나는 것은
한사코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고슴도치도 제 자식 귀여워하듯
여러 부족한 시, 세상에 내보는
안타까움과 부끄러움 가득하지만
그래도 풀씨 되어 날아다니다
누군가의 창가에선 한 송이 꽃으로
자라길 바라는 소망, 또한 빌어봅니다
중복(中伏)에,
밭 가운데에 서서 햇빛에 정수리를 말리면
푸른 낱말이 땀방울로 떨어진다
콩잎을 누이면 콩잎 뒤에 숨었던 쇠비름과
개비름이 뿌리에 발목이 잡혀 도망치지
못하는 것,
누가 너희를 여기로 보냈느냐 물으면
하 하 하느님께서 보내셨다고 우긴다
것 참 하느님이 보내신 것 뽑자니 그렇고
그냥 두자니 콩이 여물지 못할 것인데
이 일을 어떻게 할까? 하는 정수리를
햇빛이 까맣게 데우도록 그냥 두면
목덜미에서 떨어지는 땀방울이 길을 내준다
강물이 바다로 사라지듯이
고민거리가 그냥 콩 이파리로 무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