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서로 그리 멀지 않은 듯해서, 누군가의 생을 함께 지켜 보는 경험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고 있다. 바라본다는 것, 자라고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한다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나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이제 할 이야기는 나에게 자신의 생의 일부를 함께하게 해 준 식물들과 곤충들, 모든 자연의 식구들에 대한 것이다.
순간순간 우리는 많은 것들과 함께 감정을 나눈다. 상대가 꼭 사람이어야만 감정을 나누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안 신발 아래 떨어진 작은 단추와 눈을 맞추면서도, 누군가가 쓰던 길이 잘 든 지우개의 표면을 만지며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지우개를 들고 있던 순간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
길 위에서 사물이 말을 걸면, 잠시 멈춰 서서 발견해주고, 다양한 공상을 하며 그 이야기에 기꺼이 답한다. 나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의미가 없는 존재 같지만, 곁을 조금 내주면 무엇과도 감정을 나눌 수 있다. - 프롤로그 '일상 속 작은 사물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