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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에세이

이름:조문환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최근작
2024년 2월 <[큰글자책] 기상캐스터와 깐부>

반나절의 드로잉

나는 시를 써 버린다 두루마리 휴지 둘둘 풀어 탱탱 코 풀어 버리듯이. 남는 것은 시간뿐인 사람처럼 그 시간 뭉개 버리듯이. 감정 헤픈 여자 제 마음 다 줘 버리고 목젖까지 드러내어 놓고 깔깔거리듯이. 막걸리 한 대접 들이켜다 반쯤은 마당에 쫙 뿌려 버리듯이. ... 나는 시를 써 버리고 낭비해 버리고 탕진해 버린다 빈털터리 되어 버리고 빈대가 되어 버리고 불임이 되어 버리고 .... 전부 제 것인 것처럼 도깨비 방망이라도 가진 것처럼 무한정 써 버린다

시위를 당기다

망했다 폭삭 망했다 이참에 창고 대방출한다 개업 후 5년 재고떨이다 본전은 생각하지 않는다 밑져야 본전이다 창고 정리하고 훌훌 털어버리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다 잡동사니는 발도 못 붙이게 할 테다

평사리 일기

어느덧 평사리에서 세 번의 겨울을 보내고 세 번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겨울과 봄의 그 경계에서 한없는 아름다움을 경험했었고 또다시 그 황홀함을 맞보게 됩니다. “평사리 일기”는 쓰고 싶어서 쓴 것이기도 하지만 평사리가 저를 쓰도록 강권하였기도 합니다. 평사리에 살아보면 그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평사리 일기》는 내가 보고 싶은 대로의 평사리, 내가 기대했던 평사리가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 대로의 평사리이기도 합니다. 《평사리 일기》는 저의 평사리 오우가(五友歌)이기도 합니다. 하늘, 나뭇가지, 달, 평사리 들판 그리고 눈뜨면 바라보이는 구재봉과 형제본입니다. 매일, 매 순간 바라보아 늘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바라볼 때마다 다른 모습입니다. 늘 같아 보이기에 정겹고 늘 달라 보이기에 새롭습니다. 평사리에는 달빛 향기로운 길과 별빛 재잘거림 길이 있습니다. 수백 번을 걸었어도 단 한 번도 지루함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그런 날이 오게 된다면 평사리에서의 삶도 마감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때쯤이면 “평사리 일기”도 그만두게 될 것입니다. 《평사리 일기》는 이 길에서 쓰였고 새벽 미명 하늘과 산이 만나고 그 사이로 가는 나뭇가지가 투영될 때 걸음을 멈추고 일기장을 펼쳐 들었습니다. 평사리에는 달향마을이 있습니다. 달빛 향기로운 마을이라는 뜻입니다. 이곳만큼 달빛이 휘감아 도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별천지에서의 달빛은 아마 이와 같을 것입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꼭 달을 닮았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일곱 형제가 부릅니다. 해오형님, 일서 형님, 아해 형님, 달채 형님과 소요, 농곡 그리고 저 월영이 그들입니다. 이 분들의 아름다움이 없었다면 저의 평사리 일기도 존재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세 번째 책을 출간함에 단 한 번도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이경숙 누님, 김남호 형님께서 많은 조언을 해 주셨고 박성배 교수님께서 사진에 혼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또한, 아침마다 저와 달빛 향기로운 길과 별빛 재잘거림 길을 걸어 준 아내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평사리 다움”의 삶을 살아가고 계시는 악양과 평사리의 모든 이웃분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평사리 일기》는 지난 2년간 「아시아경제」에 매주 기고된 것을 다시 손질하여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되었습니다. 연재를 허락해 주신 「아시아 경제」의 빈섬 이상국국장님과 관계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이번에도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북성재 유은실 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평사리의 여유와 행복이 세상에 퍼져 나가길 소망합니다.

하동편지

제가 <하동편지>를 쓰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011년 1월은 이 나라 농촌이 근 100년 만의 한파와 유례가 없었던 구제역으로 온 산하가 얼어붙었고 농민들의 가슴은 썩고 문드러질 때였습니다. 신령스럽게까지 여겨졌던 차나무가 동해(凍害)로 말라죽어갔고 죄 없는 가축들은 동토의 땅, 차가운 주검이 되어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축산인들은 말할 것 없고 일선에서 일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과로와 사고로 병을 얻거나 목숨을 잃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주민들과 같이 호흡해야 하는 공직자로서 이 현상을 보고도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적어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이 처절한 싸움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농업인들에게 작은 응원소리라도 듣게 해드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시작은 참으로 미약했습니다. 단순히 농촌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사실적으로 단문형식으로 엮어 보냈습니다. 이것이 그동안 고향을 그리워하고 가슴앓이를 해왔던 분들에게 고향냄새를 느끼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화답해 주셨고 격려의 편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글이나 사진을 전문적으로 쓰고 찍는 작가가 아니라 단지 현업에 종사하는 공직자의 시각에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쓴 글들이기에 많이 거칠고 질서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마치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은 소박한 음식처럼 반가워해 주셨습니다. 글의 특성상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전해드리려 이른 아침이나 새벽에 일어나 동네를 찾아다녔습니다. 혼자 차가운 방을 지키면서 마치 아들처럼 반가워해 주신 할머니, 동해 입은 차밭에서 남겨진 찻잎을 따서 손자에게 핸드폰 사주실 궁리를 하신 할머니, 작은 마당에 산나물이며 고사리를 말리시면서 아들 장가 보낼 걱정을 하신 어머니, 논두렁 작업을 하시면서 담배 한 모금 입에 물고 긴 한숨을 내려놓으시던 아저씨, 작은 주막집을 천직처럼 지키시고 몇 푼 돈벌이가 아니라 정을 파셨던 아주머니… 모두 저의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와 할아버지였습니다. 이 책은 저의 손을 빌려 이분들이 쓰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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