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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이름:유희주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3년

최근작
2019년 6월 <소란이 환하다>

기억이 풍기는 봄밤

모든 시간이 살아나면 좋겠습니다. 추억과 다가올 미래가 지금의 나를 위해 몰려옵니다. 내가 불렀습니다. 사방으로 흩어진 시간을 불러 모아 서로 얽어 가장 좋은 감정의 자리를 찾아 앉혀야 합니다. 들판에 놓인 넓적한 바위쯤이 좋겠습니다. 볕에 적당히 달구어진 따뜻한 곳에 누워 우선 기억들을 불러내 봅니다. 무채색 풍경들이 수유리에서 일어나 매사추세츠로 건너옵니다. 미래의 불확실한 시간들도 불러내 봅니다. 동서남북에서 각국의 언어를 겅중겅중 건너뛰며 내게로 옵니다. 기억 속 시간과 알 수 없는 미래의 시간이 모여 나를 위해 의논하는 의식이 된 책입니다. 이 의식에 쓰인 문체는 날것이 많습니다. 솔직하게 썼고 쉽게 읽혀지도록 썼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내가 했던 것처럼 추억과 미래를 자연스럽게 얼기설기 엮어보게 될 것입니다. 한참 기억 속을 더듬다가 현재로 돌아오면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하는 감정을 맞대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스라한 봄밤 같은 기억들이란 약간의 우울을 동반합니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주는 형상 없는 감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많은 실수와 잃어버린 인연들로 인해 자신의 생에서 소실된 시간에 대한 회한 때문일 것입니다. 그 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어떻게 살고,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하는 풍경이 보이면 좋겠습니다. 살고 있는 매 순간 정성스럽게 연애하듯 살아내시기 바랍니다. 삶이라는 전시회에 걸릴 그림을 그리는 시간으로 살아내면 좋겠습니다.

소란이 환하다

사람은 태어나 한 단어로 시작해서 서서히 언어의 지평을 넓혀간다. 누가 얼마나 많은 언어의 지평을 열었을까. 사유의 지평은 또 얼마나 깊이를 더했을까. 시인들은 그 언어의 지평에 있어 콤플렉스를 느끼는 자들이다. 끝없이 새로운 언어와 이미지와 메타포를 찾아 헤맨다. 에스엔에스(SNS)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은 좋은 글, 좋은 시들을 서로 보내며 위로한다. 너무도 평범한 감정이 흘러넘친 그 글들을 나는 읽지 않았다. 시인에게 있어 평범한 것은 재미없으니까. 시가 사람들 속에서 걷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하다. 그들은 화려한 수사와 비문 등으로 직조된 메타포를 이해 못하므로 시인과 소통하기보다는 그들대로 소통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시가 사라진 지 오래다. 내가 사는 이곳은 거대한 수도원 같은 곳이다. 삶 자체가 수행이 아닐 수 없다. 새로움을 향해 치닫던 나는 길 위에 멈췄다. 나의 수행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가 일상의 언어로 챙겨 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자연스럽게 언어의 거품들이 사라졌다. 또한 감성의 거품도 사라졌다. 어느새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나는 섬광처럼 스치는 시적 이미지들도 매우 미국적으로 변했음을 느낀다. 감정의 표현과 전달 방법 자체도 달라졌다고 고백한다. 허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대의 그 어느 것에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체질화되고 있다. 그 때문일까, 내 시를 만난 사람은 작품의 표현에 갇히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시를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시인은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제사장이었다.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위한 제사를 지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반성하며 친구와 이웃들의 언어로 돌아간다. 나의 이러한 시도는 자칫 위험하다. 아직 날것의 언어를 받아쓰기도 서툴고 전달하기도 서툴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이번 시집을 기꺼이 제단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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