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산골에 살면서 늙었습니다
머루랑 달래를 먹고 살아도 만족한다는
고고한 선비 정신은 없었습니다
머루와 달래만 먹고 살 수도 없는 세상이기에
서러움은 푸념으로 바뀌었습니다
청산은 옛날부터 한 번도 변하려 하지 않았는데
청산은 더 이상 청산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 돌림병으로 신음하는 지구촌을 보니
이제 와서 청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아픔으로부터 치유되기를 바라며
붉게 물든 가을이 강물에 떠내려갑니다
강물에 신청산별곡新靑山別曲을 실어 보내려 합니다
2021. 8.
공주 금강변에서
아프다. 그냥, 아프다. 꽃들이 피었다 질 때도 서럽고
낙엽이 온 산을 물들일 때도 아프다.
맵고도 차가운 바람 앞에 서면 눈물 난다.
그럴 때면 강변에 나가 달맞이꽃에게 말을 걸거나
들꽃들이 바람에 흔들릴 때 물결의 노래를 듣는다.
내 고질병인 짝사랑 때문에 시어들이 외롭다.
노을빛 사이로 땅거미가 몰려든다, 어두워지기 전에
세 번째 시집으로 시들에게 날개를 달아본다.
어디까지 가려나, 오늘 밤도 하현달은 저 혼자 뜰 것이다. 내 시들이 하현달처럼 혼자 있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