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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최문경

출생:, 대한민국 경상북도 고령군

최근작
2024년 4월 <아이디어 샘>

붉은 새

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신성하게 여겨 온 물건들에 유별나게 애착을 갖는 편이다. 그런 자신을 책망하기도 하고, 고쳐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그 끔찍한 버릇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래 입었던 옷이나 가방, 신발 등과 헤어져야 할 때, 오래 살았던 집을 떠나야 할 때도 겁쟁이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가벼운 통증마저 느낀다. 그런 내가 나를 질책하거나 비웃거나 서글프게 한다. 오래전에 쓰인, 지난 여러 해 동안 거의 한 번도 들여다본 적이 없는 소설은 지금까지 지니고 있었던 몇 안 되는 물건들 중의 하나라고 말할 수 없지만, 마치 어딘가에 몹시 중요한 물건을 잊고, 두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의 가장 깊숙한 데까지 들어가 빛들로만 남아 있는 소설들임에……. 2017년도 『한국소설』, 『월간문학』, 『펜문학』에서 발표되었던 단편 소설 세 편을, 중편소설로 수정해서 하나로 묶어 조심스럽게 세상에 내 보낸다. 3년 전에 쓰인 소설임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해체되지 않고 탄탄하게 읽히는 작품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숨어 우는 바람 소리

민족통일 정부를 꿈꾼 중도파 여운형, 잘려진 민족을 원치 않았던 김규식과 노선을 함께했던 그분. 매번 보는 광주의 무등산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아침의 수많은 색들이 뒤섞여 한 폭의 커다란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그곳의 풍경이 작은 창문으로 쉴 새 없이 흘러들었다. 뭔가 내 열정에 불을 당겨 소설 속 인물인 그분을 만나는 곳. 이토록 맑디맑은 무등산에서 그분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을……. 내 안에 무등산은 특별하고 소중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음을. 내 앞을 가로막는 인물과는 산이라도 넘어야 하기에, 그 열정을 이 소설에 쏟아부었다. 이제 더없이 여유로운 그곳에서 제법 큰 숨을 쉬려 한다. 초여름의 짧은 시간에 아홉 번째의 장편소설 『숨어 우는 바람 소리』의 출간을 안겨준 그곳.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나는 오랫동안 그곳의 기억을 소중하게 가슴에 남겨 둘 것이다.……(중략)…… 중도파를 노래한 『숨어 우는 바람 소리』는 2016년 내가 경희대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을 받으면서, 국문학과 어느 교수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사료를 모아 소설로 펴낸 것이다. 세상에 나온 책은 자신만의 생명을 얻을 것으로 믿는다.

압구정의 민들레

초여름 장마가 들었다. 비가 서울숲 끝자락부터 훑으며 다가왔다. 한동안이나 퍼붓던 비는 시가지 한복판을 지글지글 끓이던 더위와 후더분한 티끌을 한바탕 훑어 내었다. 얕은 하늘에는 칡덩굴같이 시리었던 구름 닿은 선들바람에 쫓기어 가고, 내 작업실 창문 앞에 여름꽃 수국이 활짝 꽃을 피워 올렸다. 그윽하고 정갈하다. 그동안 느긋하고, 무관심하고, 굼뜬 것 같았지만, 비가 그치자 다급하고 흥청거리듯이 풍성하게 꽃을 피워댔다. 숲을 이루고 있는 꽃을 피우는 생명은 경이롭다. 어린 시절의 숲에 대한 기억은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 남아 있는 장편소설의 배경이 된 『물한실』이 그러하다. 자연의 기이한 형태를 살피는 습관이 있었다. 관찰하고, 그것이 지닌 고요한 매력과 얽히고설킨 언어에 몰두한다. 그 이상야릇한 형태에 몰두할 때, 내 내면에는 그런 현상과 일치되고 싶은 감정이 솟아난다. 내 마음을 깊이 흔들어 영감을 휘몰아준다. 즉시 무엇을 써야 하는지 분명해졌다. “압구정의 민들레”

어머니의 부표

‘쉬로디’의 견해를 따르지 않더라도 나를 끌어당기고, 나를 매혹시키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얼마나 근사하고 감성적인 삶인가 하고, 자신의 존재를 측량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적 작가의식 말고는 없으며 다른 일체의 삶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내가 쓴 소설이 타인들에게 호평을 받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만큼, 행복한 무지로부터 현실인식의 원숙함을……,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이라는 것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이번 두 번째 소설집 ‘어머니의 부표’를 출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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