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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진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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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당신을 열어 보았다>

길고양이도 집이 있다

시인들에게 미안하다. 밥버러지라서 미안하다. 세상의 혁명가들에게 미안하다. 남의 집 불타는 것 구경만 하여서 미안하다. 티끌 하나 태우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 집이든 남의 집이든 티끌 하나도 태울 용기가 없다. 비겁해서 미안하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 하나님에게 미안하다. 믿는 척해서 미안하다. 2002년에 시집 『술병처럼 서 있다』를 낸 후 18년이 되었다. 다시 18년 후에도 나의 몸 안에 한 권의 시집이 또 남아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2020년 입춘지절에 아버지가 쓰던 골방에서 진영대

당신을 열어 보았다

손바닥에 무엇인가 기어갔다 스멀스멀, 모르는 애벌레인 듯 내 손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다 아차 싶었다 이 세상 말 아직 배우지 못한 아홉 달 손녀, 제가 왔던 세상의 말로 꼬물꼬물 뭔가를 쓰고 있었다 나는 ‘사랑해’라고 손녀의 손바닥에 써서 쥐여 주었다 이 세상 말 다 배우면 펴보라고 두 손으로 감싸 주었다 2022년 봄꽃을 기다리며, 진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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