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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유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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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너의 우주로>

기수역

생은 휘어진 등에 얹혀있고 죽음과 비등해지는 현실에서 인간의 향기를 잃어버리면 살 붙은 사랑이 무슨 소용인가, 영혼이 바람인지 가늠 없는 죽음의 강을 건너 살아 있다면 거기는 전생이 밀려오는 땅이다. 별에게 흔들리며 접신하는 꿈 마음 조였던 그리움을 건져내어 멀미하는 세상으로 던져보았지만 부딪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제는 신을 부정하지 않겟다. 행성을 밟고 내려다보는 유혹, 절대로 뿌리칠 수 없을 테니까. 가슴에 돌덩이 하나 간직하고도 떠도는 슬픔을 이음하는 세상 숱한 허물을 벗는 인연에서 숨 끊어지는 현기증을 앓았다.

이화

제국주의 열강 팽창정책의 시대, 조선은 이미 자생력을 잃었다. 외국인 눈에 비친 조선은 주인 없는 땅,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임자가 되는 나라였다. 임금도, 조정도, 백성도 누구 한 사람 바깥세상을 내다볼 줄 몰랐다. 대대로 천 년 이어온 중국 속국임을 당연시하였고, 근본에 위협이 닥치면 그럴 때마다 중국에 기대는 처지를 앞 다투어 자랑으로 여겼다. 그런데도 조선은 친청파 친러파 친일파로 삼분되어 백성의 의지와 상관없이 망국의 길로 내달렸다. 이렇게 위험하고 열악한 시기에 친미파였던 이완용은 왜 친일파로 변절하였을까. 만약 그대, 이완용이 친청파가 되어 조선이 청나라 식민지가 되었다면, 사람들이 지금 “이완용이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라고 악독한 말을 던질 수 있을까. 또한 조선이 러시아 식민지가 되었다면, 조선은 아시아 최초의 소련 위성국가로 백 년을 핍박받고 살다가 근래에 해방되어 현재의 이름 모를 중앙아시아나 북한처럼 지지리도 못사는 공산주의 독재나라로 이어왔을 것이다. “이완용이 옥쇄를 임금 대신 찍어 조선이 일본 식민지가 되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지만, 조선이 어디 이완용 한 사람의 나라였던가. 이완용은 대한제국 황제가 명한 한일합방조약 전권을 위임받아 행사하였고, 그러던 중에도 한일합방을 어제든지 무효화할 수 있도록 순종황제 옥쇄 대신 이미 황제 자리에서 물러나 실효 없는 고종 옥쇄로 날인했다. 여러 대신들 중에 조선에 불리한 조약을 바꾸거나 첨삭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주미 대리공사를 역임하고 돌아온 이완용이 유일했다. 따라서 고종과 순종 그리고 왕족과 대신들은 나라에 조약이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이완용을 앞세웠다. 그래서 결국 이완용은 일본제국이 주는 작위를 75인과 함께 받았고, 이어 한일합방 협상을 잘했다는 이유로 순종황제는 다시 대한제국 훈장을 서훈했다. 당시 친일파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그런 이완용을 향해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말할 수 없다. 청나라가 득세하면 청나라에 나라를 팔려고 반일하고, 러시아가 득세하면 러시아에게 나라를 팔려고 반일하고, 또 공산주의를 위해 반일했던 사람들도, 단지 반일했다는 이유로 독립유공자가 되지 않는가. 조국을 내세워 적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매국노이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자신만을 돋보이게 하려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이 매국노다. 자신의 안위만을 부지하려고 대신도, 황제도, 왕족도, 관료도 모두 숨 죽이고 있을 때, 한일합방을 언제든지 무효화할 수 있도록 이완용은 전 황제 옥쇄로 바꾸어서 날인해 사실상 조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려고 하였다. 이완용을 친일파라고 불러도 이완용은 죽을 때까지 친미파였다. 독립협회 창립 위원장이었고 제1대 부회장, 제2대 회장이었다. 독립문 건립과 조선 소학교 의무교육을 일구어낸 이완용의 처음 행보는 개혁이었다. 이화(李花, 오얏꽃) 문양이 든 관복을 입고, 이화 국장國章 아래 황제를 모시고 망국의 치욕을 견뎌낸 이완용을 떠올리면서 작가 유재원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총정리한 소설을 완성하였다.

중리 사람

영혼주의 시 시는 낮달을 향한 나의 독백이다. 영혼의 실체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오직 마음속에 살고 믿음으로 전해진다. 고단한 현실에서 이성이 손닿지 않는 영혼을 찾을 수 없어도, 죽음처럼 내 안에 누워있는 잠재의식을 끈질기게 깨우는 일이 영혼주의이다. 한겨울 장독대 항아리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한 폭의 설경으로 다가왔을 때, 비로소 눈뜨는 그 순간이 조화의 발견이고 감정을 균형 있게 조절하는 영혼주의 시작이다. 다소 긴 글로 엮은 ‘휘파람 불기’에 이어 다시 짧은 글 세계로 들어가려는 몸부림, 아무리 단시라 해도 반복하는 퇴고는 필연이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짧은 글 속에 가두는 일 결코 쉽지 않았지만, 글속에 새로운 생각과 풍경을 집어넣은 단시가 장시의 부산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월봉산에 달이 뜨면 ‘중리 사람’은 꿈을 꾼다.

풍란의 향기

머리말 바람의 난, 풍란風蘭을 꼬리난초라고도 부른다. 잎 모양에 따라 대엽풍란 소엽풍란 두 종류로 구분되고 꽃말은 ‘참다운 매력’이다. 석곡石斛은 난초과로 상록성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숲 속의 바위나 나무줄기 절벽에 붙어 자란다. 줄기는 여러 대가 뭉쳐 곧추서서 크는데 꽃말은 ‘고결함’이다. 넉줄고사리는 바위와 나무에 붙어사는 다년 생 양치식물이다. 꽃은 피지 않지만 사철 푸른 식물로 공기 정화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이끼는 선태식물에 속하는 작고 부드러운 집단 식물인데 잎과 줄기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습기가 많은 고목 바위에서 자란다. 사람은 인격이 있고 나라는 국격이 있다. 이처럼 식물에도 격이 있는데 난蘭은 최상위 고등식물에 속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뿌리와 이끼가 돌을 덮고 일상에 운치를 더해주는 석부작石附昨은 자연의 향기와 절경을 축소하여 집안에 옮겨놓은 하나의 작품이다. 진실은 언제나 과거에 있다. 오늘도 풍란과 석곡 넉줄고사리 이끼가 저마다 소담하게 붙어사는 자연석을 보며 ‘춘화현상春花現象’ 추운 겨울을 견딘 삶이 봄꽃으로 개화하는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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